서해평화지대, 헌법 '평화통일 사명·민족 단결 공고히' 충실한 주장

"NLL이라는 게 무슨 괴물처럼 함부로 못 건드리는 물건이 돼 있다. 서해 평화지대를 만들어서 공동어로, 한강하구 공동개발, 자유 통항을 위해 그림을 새로 그려야 한다. 군대가 못 들어가게 하고 양측 경찰이 관리하는 평화지대다. NLL 문제가 남북문제에 있어서 제일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나는 위원장과 인식을 같이 한다. NLL은 바뀌어야 한다. 안보군사 지도 위에다가 평화 경제지도를 크게 덮어서 그려보자는 것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지난 2007년 10월 남북정상회담에서 서해북방한계선(NLL) 관련 대화록이다. 새누리당은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기 전에는 노무현 대통령이 NLL을 포기했다고 줄기차게 주장했다. 하지만 대화록 전문이 공개되자 'NLL 포기'는 없지만, NLL을 서해평화지대로 만들자는 말이 NLL 포기라며 "아무리 읽어도 NLL 영토주권 포기"라고 강변했다.

"우리가 정한 NLL과 그 사이에 공동어로구역을 만들겠다고 평화지대를 만들겠다고 얘기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우리의 영해에 평화지역을 만들고 그다음에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자는 얘기가 포기 아니고 뭐냐"-1일 김태흠 새누리당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

박상은 새누리당 의원(인천 중구·동구·옹진군)도 지난달 25일 "우리 서해5도 주민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NLL을 부정하는 주권 포기 행위를 용납할 수 없다"며 노 대통령 서해평화협력지대 제안을 영토 포기로 규정했다.

2007년 백화원 영빈관에서 열린 2007 남북정상회담에서 고 노무현 전 대통령 내외와 고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 등이 기념촬영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하지만 대화록 전문을 보면 노 대통령은 "거기 말하자면 NLL 가지고 이걸 바꾼다 어쩐다가 아니고… 그건 옛날 기본합의에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하고 여기에는 커다란 어떤 공동의 번영을 위한 그런 바다이용계획을 세움으로써 민감한 문제들을 미래지향적으로 풀어나갈 수 있지 않겠느냐… 그런 큰 틀의 뭔가 우리가 지혜를 한번 발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보는 것이죠…"라고 말했다.

즉, NLL을 기본합의서(지난 1992년 9월 남북이 '남북 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에 근거해 NLL 성격을 바꾸자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은 박근혜 대통령도 비슷하다.

박 대통령은 후보 시절인 지난해 9월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서해 공동어로수역과 평화수역 설정 등)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보나'라는 질문에 "남북간 합의(남북기본합의서)에 서해에서 기존의 (남북 간) 경계선을 존중한다는 게 분명히 들어있기 때문에, 그런 정신만 지켜진다면 10·4남북정상선언 합의에 포함된 여러 가지를 논의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옛날 기본합의에 연장선상에서 앞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는 노 전 대통령 주장과 박 대통령이 말한 "남북간 합의서 정신이 지켜진다면 10·4정상선언 합의에 포함된 여러 가지를 논의해 볼 수 있다"는 말이 무슨 차이가 있나. 두 사람 다 '남북합의서'가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것은 노 전 대통령의 NLL을 서해평화지대로 바꾸자고 주장한 것은 우리 헌법 정신과 맞다는 점이다. 헌법전문에는 "평화적 통일의 사명에 입각하여 정의·인도와 동포애로써 민족의 단결을 공고히 하고"라는 문구가 있다. 우리 헌법은 NLL을 궁극적으로 평화지역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제안한 'DMZ 평화공원' 역시 헌법 정신에 근거한 것이다.

노 대통령은 NLL영토선 주장은 헌법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는 헌법 제3조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에 근거한다. NLL을 영토선으로 주장하는 것이야말로 헌법과 어긋난 주장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약 김정은 북한 제1국방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한다면 "평양도 대한민국 땅"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한 일이다. 해서는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해서 국민이 박 대통령이 평양을 대한민국 땅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김정은에게 나라를 갖다 바쳤다고 비판하지 않는다. NLL은 대한민국 땅이라고 주야장천 주장하는 새누리당과 보수세력이 평양도 대한민국 땅이라고 왜 말을 못하는지 궁금할 뿐이다.

헌법 제4조는 "대한민국은 통일을 지향하며,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을 수립하고 이를 추진한다"고 명시했고, 제66조 3항은 "대통령은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성실한 의무를 진다"고 했다.

대통령과 대한민국 국민은 평화통일을 지향해야 한다. NLL을 서해평화지대로 만들자고 제안한 것을 NLL 포기라고 주장하면 앞으로 남북관계에서 '평화'라는 말을 꺼내지 말아야 한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경기 안양시동안구갑)은 자신의 트위터(@lsh4u)에 "오늘(30일) 새누리당 대변인이 NLL 포기라고 안했어도 서해 '평화구역' 만들자는 건 곧 NLL 포기가 아니냐고 말을 바꿨군요. 그러면 헌법전문에 있는 남북의 '평화통일'은 대한민국 포기하자는 뜻? 말이 되는 소리를 해야지!"라고 했다. 맞는 말이다.

노무현은 헌법에 충실한 대통령이었다.

/탐독(인서체와 함께하는 블로그·http://blog.daum.net/saenooree/16887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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