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2. 벚나무

◇벚나무 길 = 하지가 엊그제여서인지 이제 땀은 자꾸 흘러 자주 부채를 찾게 된다. 방송에서는 마른장마니 국지성 호우니 하는 말이 자주 들먹여져 마음마저 더워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인지 뜨거워진 도로 옆 시원한 벚나무 길 아래는 인생길이 여유로워진 노인들이 삼삼오오 모여 나무그늘을 즐긴다.

◇벚나무와 활 = 벚나무는 봄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나무이다. 봄의 화려함을 마음껏 나타내었던 벚꽃잔치가 끝나면 벚나무는 묵묵히 서서 더운 여름날 시원한 그늘을 제공하기도 한다.

벚나무 수피

지난 2011년 <최종 병기 활>이라는 영화가 상영되었던 적이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아니었지만 영화에 시종일관 등장하던 것이 바로 활이다. <세종실록>의 오례에 관한 내용에는 '붉은 칠을 한 활은 동궁이라 하고, 검은 칠을 한 활은 노궁이라 하는데 화피를 바른다'고 기술되어 있다. 이때 화피(樺皮)는 벚나무 껍질 또는 자작나무 껍질을 일컫는다. 또한 효종이 서울 우이동에 수양벚나무를 대단위로 심게 한 기록이 있다. 이는 <최종병기 활>의 시대적 배경이었던 병자호란 후 중국에 볼모로 잡혀간 효종이 복수설치(復讐雪恥)를 외치고 북벌을 계획하며 군수물자인 활을 생산하기 위함이었는데, 수양벚나무는 탄력이 강해 활을 만드는 데 적당하고, 그 껍질은 활에 감아서 손을 아프지 않게 하는 데 쓰일 수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기침을 낫게 하는 벚나무 = 벚나무는 한방에서 야앵화(野櫻化), 즉 들에 피는 앵두나무 꽃이라 해 열매와 껍질을 천식과 홍역 치료에 사용한다. 또 벚나무 껍질에는 '사쿠라닌'이라는 물질이 들어 있는데 이 물질로 만들어진 것이 '프로틴'이라는 기침약이다. 민간에서는 벚나무 껍질을 진하게 달여서 기침, 가래, 식중독, 생선이나 버섯 중독 등의 치료에 사용하기도 했다. 옛 선조들은 벚나무 꽃잎을 소금에 절여 두었다가 차로 마시는 풍속도 있었다.

벚나무는 꽃이 피고 잎이 날 때 가지의 한 부분이 상처를 입어 썩기 시작하면 몸통 전체가 썩어 들어가서 죽어버리는 연약한 나무이며, 나무의 수명 또한 100년을 넘기지 못한다고 한다.

벚나무를 바라보며 자연 속에서 연약하고 유한한 우리의 몸과 같음을 느낀다.

/김인성(창원교육지원청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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