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말고도 살고 있네요] 쇠물닭과 물닭

물에 사는 닭을 상상해 보자! 어떤 모습일까? 둘레에서 쉽게 볼 수 있다. 수영도 하고, 잠수도 한다. 물풀 위를 걷거나 타는 재주도 있다. 당연히 야생이니 날 수도 있다. 시골 마당에서 본 닭에 견주면 아주 능력이 뛰어난 셈이다. 더구나 세계 곳곳에 널리 서식하고 있다.

도심 공원에는 보통 연못이나 호수를 한두 개 만든다. 거기서 가장 쉽게 볼 수 있는 새 가운데 하나다. 우포늪이나 주남저수지가 아니라도 사는 근처에서 쉽게 볼 수 있다. 딱 닭 크기인데, 닭처럼 몸이 통통하게 생겼다. '쇠물닭'이다.

대다수 여름철새인데 일부는 텃새로 사철 볼 수 있다. 지금 한창 번식하는 때라 운이 좋으면 새끼를 거느리거나, 새끼에게 먹이를 건네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또 하나 있는데 생김새도 비슷하다. 대다수가 겨울철새였는데 요즘에는 일부가 사철 보인다. 그래서 겨울에 더 잘 보인다. '물닭'이다. 강이나 호수, 연못에서 보인다. '쇠'자가 붙었으니 쇠물닭이 물닭보다 작겠다고 추측해 보는 사람도 있겠다. 맞다. 북한 이름을 보면 쇠물닭은 '물닭', 물닭은 '큰물닭'이다. 기준을 우린 물닭에, 북한은 쇠물닭으로 한 것이리라.

쇠물닭 /경남도민일보 DB

중국 이름을 살펴보면 쇠물닭은 黑水鷄, 물닭은 白骨頂鷄인데, 또 다른 이름으로 紅冠水鷄와 白冠鷄라고도 한다. 중국도 닭(鷄)을 쓰고 있다. 우린 크기에, 중국은 이마판 색깔에 기준을 두었다. 쇠물닭은 붉은 색, 물닭은 흰색 이마판을 하고 있다. 쇠물닭과 물닭을 가장 쉽게 구별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쇠물닭 학명은 Gallinula chloropus 로 '노랑 발을 한 닭'을 뜻한다. 쇠물닭 발 색깔을 자세히 보자. 그럼 물닭은? 물닭은 검은색에 가깝다. 쇠물닭과 물닭을 서로 누가 잘하나 견주면 둘의 특징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누가 더 헤엄을 잘 칠까? 누가 더 잠수를 잘할까? 물풀 위를 잘 걷고 매달릴까?

어떻게 알 수 있을까? 발 모양을 보면 된다. 참 다르다. 오리발에 가까운 발을 찾으면 될 것이다. 물닭이 수영 실력과 잠수 능력이 뛰어나다. '판족'이라는 특별한 발가락을 가졌다. 여러 마디의 둥근 빨판 모양이 붙은 발가락이 보일 것이다.

대신 쇠물닭은 물풀 위를 잘 걷는다. 풀줄기를 타기도 한다. 어떻게 가능할까? 발가락의 길이를 수천 수만 년을 키웠다. 쇠물닭이 여름철 연못이나 호수에 많다고 했는데 이런 곳에는 물풀들이 참 많다. 쇠물닭이 물풀 위를 걸어다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다 긴 발가락 덕분이다. 만약 짧다면 통통한 몸으로 걷다보며 푹푹 빠졌을 것이다.

발가락 길이 하면 더 유명한 새가 '물꿩'이다. 물에 닭도 있고, 꿩도 있네! 새들 이름 참 재밌다. 원래 열대나 아열대에 사는 새인데 지구온난화로 우리나라서도 보이고, 번식 사례도 종종 들린다. 물꿩 사진이 있으면 발가락을 유심히 봐라! 긴 발가락에 놀랄 것이다. 물꿩도 물풀 위를 잘 걷겠네 하고 생각한다면 새들의 세계에 한 걸음 더 다가간 것이다.

물닭

잠수와 관련해 하나 더 살펴보면, 물닭은 잠수성 오리처럼 꼬리가 물에 닿는데, 쇠물닭은 수면성 오리처럼 꼬리가 위로 치켜져 있다. 꼬리가 치켜져 있으면 저항이 더 많을 것이다. 역시 물닭이 잠수에 더 능한 것을 알 수 있다. 위협을 느꼈을 때에도 쇠물닭은 헤엄쳐 도망가거나 근처 물풀로 숨는다. 하지만 물닭은 날아가거나 잠수한다.

물에서 바로 날아오를 수 있을까? 도움을 준다면 통통한 몸을 생각해 보라!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았다면 물 위를 활주로 삼아 뛰어서 날아오르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쇠물닭의 치켜진 꼬리 부분에서 큰 흰색 반점 두 개를 볼 수 있고, 옆구리에는 7~8개 흰 점이 있다. 쇠물닭 아종들은 이 흰 점의 차이로 분류 기준을 삼는다.

먹이가 주로는 물풀인데, 조개나 곤충·새우, 작은 물고기도 먹는다. 심지어 땅위에서도 먹이를 찾아 먹는다. 먹이가 다양하니 널리 퍼져 살 수 있다. 둥지는 물 위에서 물풀을 엮어 둥근 모양으로 만든다. 쇠물닭은 한 배에 9~12개 알을 낳는데, 새끼를 보살필 때 서로 담당하는 새끼가 다르다고 한다. 새들 생활도 유심히 들여다보면 재밌는 구석이 참 많다.

암수 구별은 붉은 이마판으로 한다. 가장자리가 도톰하면 수컷이고, 평평하면 암컷인데 이 정도 보려면 시력이 매우 대단해야 한다. 아니면 망원경이라도 있어야 한다. 물닭은 야외에서 암수 구별이 어려운가 보다.

더운 여름 공원에 나가면 새들을 머리부터 발 끝까지 유심히 살펴보자. 속으로 '저 녀석 수영 잘하겠다' 하는 생각이 절로 날지도 모르겠다.

/오광석(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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