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이근웅·성은비 부부

한 번 맺은 인연을 끊기란 쉽지 않다. 특히 남·여 관계에서 더 그렇다.

2013년 4월 결혼해 행복한 신혼생활을 이어오는 이근웅(28)·성은비(26) 부부. 두 사람이 들려준 이야기에도 긴 인연의 끈이 걸려있다.

2010년 2월 청춘남녀 8명이 한자리에 모였다. 남자 넷, 여자 넷. 그렇다고 미팅은 아니었다. 그저 하루 저녁 어울려 놀고자 만든 자리였다. 남자들도 여자들도 허물없이 대화하며 시간을 즐겼다. 하지만 여자 한 명만큼은 분위기에 너무 취해 있었다. 겁 없이 술잔을 기울이던 여자는 이내 '필름'이 끊겼다. 남자 한 명이 책임지고 여자를 집까지 데려다 주기로 했다. 비틀거리는 여자를 일으켜 세우며 '고생'을 시작한 남자. 친구들 우려와 격려 속에서 결국 맡은 바 임무를 다했다. 근웅 씨와 은비 씨 첫 만남이었다. 그날 술자리 이후 둘은 세 차례 정도 따로 만났다. 하지만 딱히 다른 감정을 만들지도, 만남을 지속하지도 못했다.

   

"당시에 저는 남자친구가 있었어요. 성격상 절대 양다리 같은 건 못했고요. 물론 오빠와 특별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괜히 혼자 전전긍긍했죠. 결국 먼저 연락을 끊어버렸어요."

근웅 씨도 미련을 남기진 않았다. 그저 스쳐 지나간 인연쯤으로 여겼다.

아무런 교류 없이 한 달이 꼬박 지났다. 그 사이 은비 씨는 남자친구와 헤어졌고 근웅 씨는 자기 할 일을 다하며 지내오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다 다시 술자리가 생겼다.

"이전 술자리에서 봤던 네 명 중 한 명과 가끔 연락을 하고 지냈어요. 그날도 일찍이 술자리에 초대를 받았지만 왠지 모를 미안함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었죠. 이윽고 근웅 오빠가 없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약속 장소로 나갔죠."

하지만 막상 도착해보니 근웅 씨가 있었다. 물론 근웅 씨도 은비 씨가 올 것을 알지 못했다.

"친구들이 장난을 친 것인지, 도와 준건지…. 어쨌든 그렇게 재회했죠."

다시 만난 둘은 급속도로 가까워졌다. 여태껏 못다 한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서로 알지 못했던 부분을 알아갔다. 더는 얽매일 것이 없어진 은비 씨와 더 친근해진 근웅 씨. 어느새 둘 관계는 연인이라 불려도 될 만큼 발전했다. 그런데도 은비 씨는 내심 속상한 게 생겼다.

"고백이 없었어요. 어느 날에는 오빠가 커플링을 맞추자고 하는 거예요. 이제 정식으로 고백하는 건가 싶어 일단 '알겠다'고 했는데 며칠이 지나도록 반지는커녕 고백조차 안 했죠. '무슨 일인가' 싶어 저 역시도 말 한마디 안 꺼내고 버텼지만요."

하지만 근웅 씨 마음은 달랐다.

"반지를 주며 근사하게 고백하고 싶었어요. 단지 주문한 반지가 나오기까지 시간이 좀 필요했을 뿐이었고요."

결국 근웅 씨는 근사한 반지와 함께 진심을 담아 고백했다. 그동안 저마다 속병을 앓았을 근웅 씨와 은비 씨. 하지만 더는 마음을 숨길 이유가 없었다. 둘은 그렇게 연인이 됐다.

   

둘은 '여행'을 주 데이트로 삼았다. 은비 씨가 미용실 인턴이었던 터라 쉬는 날이 마땅치 않았지만 주어진 시간만큼은 확실하게 활용하기로 했다. 워터파크, 놀이동산, 바닷가, 공원…. 추억을 쌓을 수 있는 곳이면 빠지지 않고 찾아갔다. 그 덕분에 은비 씨는 많은 일을 근웅 씨와 처음으로 경험하기도 했다.

"오빠 덕분에 기차를 처음 타보기도 했어요. 경남·부산을 벗어나 새로운 곳을 여행해보기도 했고요. 정말 고마웠어요."

그 사이 결혼에 대한 생각도 조금씩 키워갔다.

"첫 만남부터 결혼 생각이 있었어요. 어릴 적부터 사고뭉치였던 저를 다 이해해주고 늘 힘이 되는 은비였거든요. 요즘 세상에 이런 여자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근웅 씨만큼 은비 씨도 점차 많은 것을 느꼈다. '너 책임질게'라고 누누이 말하던 근웅 씨 진심을 조금씩 알게 된 것이다.

하지만 마냥 순탄할 순 없었다. 두 사람 교제를 양가에서 썩 반기지 않았던 것. 그 때문에 은비 씨는 집을 뛰쳐나온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둘은 포기하지 않았다.

하루가 멀다 하고 안부 인사를 드렸다. 근웅 씨 집에서 함께 농사일을 돕기도 하고,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가족 곁에서 늘 힘이 됐다.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고 함께 살아갈 자신이 있음을 내비쳤다. 오랜 시간 이어온 지극정성에 양가 부모님 역시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줬다. 그리고 어느새 둘도 없는 사위·며느리가 되었다.

"결혼하기까지 어려운 일도 참 많았죠. 그래도 싸운 적은 없어요. 남들은 잘 맞지 않다는 AB형 부부인데도 말이죠. 심심풀이 삼아 해 본 사주풀이도 천생연분이라 나온 걸요. 오빠나 저나 서로 이해하는 마음이 깊은 듯해요."

두 사람이 만들어갈 이야기는 아직 많다. 은비 씨가 애타게 기다리는 정식 프러포즈만 봐도 그렇다. 그리고 부부는 '더 질긴 인연'을 기약하고 있다.

"남들보다 잘살고 싶진 않아요. 대신 누구보다 떳떳하게 살고 싶죠. 오빠가 시끌벅적한 집을 원하는데 저 역시도 마찬가지예요. 자식은 네 명 정도? 함께 떳떳하고 행복해야죠."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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