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이봉남 창원 구암초 어머니나라배움교실 강사

"스와 수의 중간을 말한다고 생각해보자. 중국어 발음하기 어렵지만, 연습하면 될 거야. 같이 따라해 볼까?"

지난달 27일 오후 2시 30분께 창원 구암초등학교 2층 한 교실. 초등학교 저학년들이 칠판에 적힌 중국어를 보면서 입을 이리저리 움직인다. 몇 분 후 종소리가 울리자 학생들이 제 가방을 들고 우르르 교실 을 나선다.

"수업이 막 끝났어요. 안녕하세요. 이봉남이에요."

구암초등학교가 운영하는 어머니나라 언어배움교실에서 중국어 수업을 가르치는 이봉남(35·사진) 강사가 수업 자료를 정리하며 인사를 건넸다.

어머니나라 언어배움교실은 학생들이 다문화가정을 이해하고, 다문화가정 자녀는 어머니 고향 언어와 문화를 배우는 프로그램이다. 구암초등학교는 본교에 재학 중인 학생의 어머니를 강사로 초빙해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2007년도에 중국에서 귀화했어요. 조선족입니다. 요녕성 무순시 상선촌이라는 곳에서 자랐어요. 이봉남은 본명이에요. 중국에선 리봉남이라고 불렀죠. 한자로 봉우리 봉자에 남자 남을 썼는데, 지금은 남녘 남을 씁니다. 가끔 예쁜 이름으로 바꾸지 않은 걸 후회할 때도 있어요. 몽골친구나 캄보디아에서 온 언니들을 보면 이름이 참 예쁘거든요."

이 씨는 지난 2003년 한국에 들어왔다. 중국에서 만난 한국 남자, 지금의 남편과 결혼을 하기 위해서였다. 당시 남편은 사업차 중국에 머물르던 차였다. 둘은 매일 국제통화를 하며 사랑을 키워나갔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그녀는 2007년에 귀화를 했다.

외국인으로서 한국 삶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창원 팔룡동에 있는 다문화도서관을 자주 가요. 외국친구들을 많이 사귀게 됐지요. 제 외모는 한국사람과 아주 비슷하잖아요. 그래서 외국에서 온 줄 모르죠. 말투도 강원도나 다른 지방 사투리인 줄 알아요. 그런데 외모가 달라서, 피부색이 조금 달라서 차별받는 친구들을 자주 봤어요. 사람들 참 이상해요. 미국이나 유럽에서 왔다고 하면 친절해져요. 선진국이냐 후진국이냐에 따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지는 거예요. 외국사람이 다른 나라에 와서 사는 게 쉽지 않는구나 많이 느꼈지요."

그녀의 이런 생각은 그녀를 행동하게 했다. 차별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인권교육을 받고, 교육을 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진해 한 중학교에서 문화수업을 하면서 학생들에게 다문화사회를 설명했다. 그리고 어머니나라 언어배움교실 강사 제의가 들어왔을 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중국사람이었기 때문에 중국어를 가르치는 게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지만, 그게 아니란다.

이 씨는 "말만 할 줄 알지 체계적으로 중국어를 가르쳐 본 적이 없어 어렵다. 그래서 중국어학원에 등록했다. 자격증을 따려고 한다. 아이들과 수업하면서 더 잘 가르쳐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 그리고 못다 한 공부를 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그녀는 집안사정 탓에 중국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한국에서 전업주부로 살다 지난해 검정고시 공부를 시작했고 올해 4월 시험에 당당히 합격했다. 이제는 대학이 목표다. 하반기 대학 수시모집을 준비한다고 했다.

그녀가 이렇게 열심인 이유는 자녀를 위해서기도 하다.

"큰딸이 초등학교 3학년, 작은딸은 7살, 막내아들은 4살이에요. 큰 애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고 매년 새 학기가 시작될 때 상당히 예민해져요. 학교에서 가정환경조사 하잖아요. 부모 직업과 출생지 적어야 하는데 고민되더라고요. 혹시 선생님이 선입견을 품을까 봐요. 또 이런 점 때문에 아이들이 상처를 받을까 봐 걱정되지요. 요즘 왕따 심하다고 하잖아요. 그래서 중국에서 왔다는 것을 일부러 말하지 않아요. 그게 편하거든요."

이 씨는 앞으로 한국 사회가 다문화가정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였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녀는 이런 문화가 확산하는 데 작은 보탬이 되고 싶다.

"결혼과 귀화, 그리고 강사 일까지. 제 인생이 이렇게 펼쳐질 거라 예상하지 못했지만, 앞으로 더 잘하고 싶어요. 우리는 영원히 혼자 살 수 없잖아요. 중국사람들이 자주 하는 말처럼 지구는 둥그니까요. 한국인이면 어떻고 중국인이면 어때요. 다 어울려서 사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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