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제작·운영 등에 필요한 비용 소액 모금하는 크라우드 펀딩 확산

#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26년>은 크랭크인을 열흘 앞두고 투자사들이 일제히 투자를 철회하는 바람에 한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시민 1만 5000여 명이 순제작비 46억 원 중 7억 원을 '크라우드 펀딩'해 지난해 개봉을 할 수 있었다. 제주 4·3사건을 영화화한 <지슬>도 제작비 중 일부를 크라우드 펀딩으로 채웠다. 후원자는 후원액에 따라 엔딩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거나 시사회 초대권 등을 받았다.

# 클래식 음악가 6명은 흥미로운 방식으로 클래식을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다. 그들은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를 통해 새로운 프로젝트를 알렸고, 모금액은 180만 원으로 정했다. 음악가 6명은 공모된 사진 12개의 주인공을 만나 사연을 듣고 그것을 바탕으로 작곡을 해 연주회를 열었다. 모금액은 CD와 DVD 제작, 연주회, 작곡료 등으로 쓰였고, 후원자는 후원액별로 연주회 티켓과 라이브 앨범, 친필악보 등을 보상으로 받았다.

크라우드 펀딩(Crowd-Funding)이 척박한 문화예술계에 두툼한 거름이 되고 있다. 크라우드 펀딩은 소규모 후원이나 투자 등을 목적으로 인터넷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시민들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행위다. 흔히들 소셜(Social) 펀딩이라 한다. 아직 우리나라는 크라우드 펀딩 하면 문화예술 분야를 떠올릴 만큼 한정적이다.

문화예술분야의 크라우드 펀딩은 2011년 시작됐다. 공공기관인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이하 아르코)가 2011년 4월 크라우드 펀딩 전용 웹사이트(fund.arko.or.kr)를 열었고, 민간 소셜 펀딩 플랫폼인 텀블벅(www.tumblbug.com)과 펀듀(www.fundu.co.kr)도 같은 해 문을 열었다. 영화, 공연 등에 직접 투자하고 그 대가를 받는 중개사이트인 (주)한국금융플랫폼 오퍼튠(www.opportune.co.kr)도 2011년 7월 생겼다.

창원 공유공간 293을 운영하고 있는 박마데 씨는 2011년 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캡처

◇어떻게 운영되나 = 운영하는 주체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일반적으로 예술가나 예술단체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일정 기간 자신의 프로젝트를 소개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한 모금 목표액과 운영 방식 등을 올린다. 그리고 후원자를 위한 보상 방안도 알린다.

크라우드 펀딩은 후원금 전달 방식에 따라 대부분 '올 오어 낫싱(All or nothing)'으로 운영된다. 정해진 기간 안에 모금 목표액 이상을 달성하면 일정 수수료를 제외한 나머지 금액을 프로젝트 제안자에게 주고, 실패하면 후원자에게 후원 금액을 모두 돌려준다. 그래서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위험 부담이 적은 게 특징이다.

크라우드 펀딩이 일반적인 투자와 성격이 다른 것은 바로 '보상' 방식이다. 후원자는 현금이나 지분을 받는 대신, 후원액에 따라 티켓과 DVD 특별판, 도록, 시사회 초대권 등을 받는다.

◇문화예술인-후원자 호평 =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문화예술 정책 예산이 적고, 예술가와 예술단체가 문예진흥기금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이렇듯 자금 확보가 어려운 상황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문화예술인의 숨통을 트이게 해준다.

아르코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고 있는 장치길 통영 동피랑갤러리 관장은 "초대 작가의 도록을 만들고 홍보 배너를 제작하기 위한 자금이 부족해 지원했다. 불특정 다수가 십시일반 자금을 모아 지역갤러리를 지원하고 후원해주는 의미가 무엇보다 좋았고, 목표액 달성에 실패하더라도 SNS를 통해 동피랑갤러리를 홍보할 수 있어 좋다"고 긍정적으로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창의적인 발상과 아이디어는 있지만 돈이 없어서 실행하기 어려웠던 프로젝트 제안자에게 좋은 기회다. 자격 제한이 까다롭지 않기 때문에 후원자의 마음을 흔들 수 있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도전해보는 것도 좋다.

창원에서 공유공간 293을 운영하고 있는 박마데 씨는 "시각장애1급을 받고 나서 뭔가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었다. 세계 여행을 하면서 만나는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기록하고, 사진도 찍은 나만의 책을 만들고 싶었다. 비록 목표액(200만 원)을 달성하지 못했지만 후원자들이 제 프로젝트에 감동을 해 일정 금액 후원을 해줬고 2년 동안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크라우드 펀딩은 후원자에게도 뜻깊은 경험이다. (지역발전을 위한)'○○은 대학-강화는 대학', '데코 페이퍼북'(순이익의 70%를 위안부 역사관 건립 기금 사용) 등 다양한 크라우드 펀딩에 후원자로 참여했던 정은경 씨는 "소액 기부라는 점에서 부담이 되지 않고 기부에 따른 보상을 받기 때문에 좋은 것 같다. 다른 기부나 후원은 하고 나면 눈에 보이지 않는데, 만약 내가 후원한 프로젝트가 펀딩에 성공해서 작품화되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나? 평소 문화예술계에 관심은 많았지만 도울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크라우드 펀딩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국회에서는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지적에 따라 관련 법 개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이제 막 시작된 제도인 만큼 △투자 위험을 방지하기 위한 개인 투자 규모 제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 올라온 창업 아이디어 보호 △돈 되는 투자 프로젝트 쏠림현상 등에 대한 우려와 고민도 대두되고 있는 실정이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하고 있는 동피랑 갤러리. /캡처

<클라우드 펀딩이란?>

크라우드 펀딩(Crowd-Funging)은 우리말로 군중(群衆)과 기금(基金)을 뜻하는 영단어의 합성어다.

즉 다수의 개인이 인터넷,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와 같은 플랫폼을 통해 특정한 프로젝트에 소액을 후원하는 것으로 소셜(Social) 펀딩, 커뮤니티 펀딩 등으로도 불린다.

활성화된 배경은 SNS가 등장하면서부터다. 새로운 플랫폼이 만들어지면서 네티즌은 소셜 커머스(일종의 전자상거래)와 같은 다양한 소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크라우드 펀딩도 소셜 서비스의 한 형태다.

우리나라는 크라우드 펀딩 목적이 예술가 후원과 재단 구호 등 한정적이다. 하지만 미국 같은 경우 지난해 4월 크라우드 펀딩 허가를 담은 '잡스법(JOBS·신생기업육성법)'을 제정하는 등 금융, 경제, 사회공헌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대표적인 유형을 살펴보면 △소규모 창업 투자 △창의적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프로젝트 지원 △개인 간 인터넷 금융 △소액 대출 △자선적인 사업이나 공적인 목적을 위한 기부 등이다.

가장 큰 장점은 아이디어는 충만하나 돈이 없는 기획자에게 새로운 '자금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큰 비용없이 SNS를 통해 홍보할 수 있고, 비록 목표액을 달성하지 못했다 하더라도 큰 위험이 없다.

후원자(투자자)는 특정한 프로젝트에 투자를 했을 때 약정된 이자율이나 수익률에 따라 보상을 받거나 해당 제품 등 현물을 대가로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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