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창원서 중국음식점 운영하는 박종기·강경애 부부

음식을 주문하면 항상 수화기 너머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잊지 않는 강경애 씨. 언제나 웃는 얼굴로 배달을 하는 박종기 씨. 짜장면 한 그릇을 시켜도 항상 친절하게 배달해주는 중국음식점이 있다. 창원 마산회원구 양덕동 '신비룡'이다.

박종기(48) 씨는 1980년대 초 중국음식점에서 일을 시작했다.

"그 당시에는 할 게 없었거든요. 공장에서 일하는 것은 싫었고…. 하다 보니 그렇게 됐습니다"라고 했지만 이 일을 20년이 훌쩍 넘도록 해오는 것을 보면 천직이라 할 만하다.

박 씨는 몇 년간 배달을 한 후에야 주방보조를 맡았다. 업계 용어로 '라면'이다. 그릇을 닦는 사람은 '사발면'이라고 한단다. '라면' 일 5~6년을 하면서 요리기술을 배웠다. 한 곳에서만 일하지 않고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창원시 양덕동에서 4년째 중국음식점을 운영 중인 박종기·강경애 부부. /강해중 기자

"중국음식은 한 군데서 기술을 못 배웁니다. 같은 탕수육이라도 주방장마다 만드는 법이 다르거든요. 이 집 저 집 맛이 다 달라요."

박 씨는 2003년 창원 명서동에서 처음 자신의 가게를 열었다. 하지만 길게 하진 못 했다. 1년 남짓 가게를 운영하다 문을 닫고 다시 남의 가게에서 일을 했다.

2009년에야 지금 자리에 두 번째 가게 '신비룡'을 열었다. 개업 초 형님, 아우 하면서 친하게 지내는 다른 가게 주방장들이 도와줘 자리 잡기가 힘들지는 않았다. 게다가 주위에 은행과 사무실이 많이 있어 손님 걱정은 없었다. 실제로 매상도 꽤 높았다. 지금은 주방장 한 명과 박 씨 부부, 이렇게 3명이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당시에는 부부를 제외하고 직원 4명이 더 있었다고 한다.

박 씨는 매일 아침 5~6시에 가게로 출근한다.

청소를 하고 하루 쓸 재료를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오전 11시부터 배달 주문을 받는 것에 비해 출근시간이 매우 이르다.

"동네 사람들 출근할 때 인사하려고 나옵니다. 한두 시간 개점 준비를 하고 나면 주위 사무실 직원들 출근 시간이거든요. 이 동네에서 장사를 하려면 여기 사람들과 친해져야죠."

개업 후 지금까지 계속해오고 있는 일이다.

출근길에 인사를 하는 동네 중국집 아저씨. 그래서일까? 박 씨 가게 손님 대부분은 단골이다.

짜장면 한 그릇도 기꺼이 배달해주는 이유도 비슷하다.

   

"점심 때 다른 직원들 밥 먹으러 나가고 혼자 사무실을 지켜야 하는 사람들이 이 동네엔 많아요. 일도 먹어가면서 해야지…. 그런 사정 다 아니까 배달하는 겁니다. 당연히 그래야지요."

몇 년 사이 밀가루 등 재료값이 올라 중국음식점 대부분이 가격을 인상한 지가 2년 정도 지났다. 신비룡은 올해 1월에야 짬뽕 등 음식 가격을 올렸다. 하지만 짜장면 한 그릇은 여전히 4000원이다.

"짜장면은 대중음식이잖아요. 이것마저 가격을 올리면 서민들 부담되니까…."

박 씨 부부는 돈을 조금 더 벌려고 무리하지도 않는다.

"딱 양덕동 이 길에서만 장사를 합니다. 그래서 배달도 빨리 할 수 있는 겁니다. 조금 먼 동네에서 주문이 들어와도 안 받아요."

   

인터뷰 중에도 전화벨이 울렸지만 주문을 거절했다. 석전동에서 온 전화였다.

중국음식점은 점심시간 때가 절정이다. 특히나 비오는 날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주문이 해일처럼 밀려들면 정신 없고 짜증날 법도 하지만 부부는 항상 웃는 얼굴로 손님을 대한다.

"당연히 해야 할 서비스 정신, 기본"이라며 겸손해 하지만 박 씨가 내놓은 비결(?)이 인상적이다.

"아침에 출근할 때 '쓸개'를 신발장 위에 올려놓고 옵니다. 그래야 일을 하지 안 그러면 일 못합니다. 손님이 뭐라고 따질 때 괜히 자존심 세운다고 같이 목소리 높이면 싸우게 되잖아요. '나는 쓸개가 없다'라고 생각하면 아무리 별난 손님이 와도 싸울 일이 없습니다."

가끔씩 일이 너무 힘들어 다른 사람에게 가게를 넘기고 싶은 날도 있지만 반평생을 해온 일이라 미련이 남아 가게 앞에서 서성일 것 같다는 박 씨. 그는 작은 점포 하나 사서 하루에 20만~30만 원을 팔아도 좋으니 아내 강경애 씨와 오순도순 살고 싶다는 말을 전했다.

이 일은? "죽을 때까지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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