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창원생태지키미 회장 이우녕 씨

"괴짜예요."

"살면서 이렇게 열정적인 분은 처음이에요. 그만큼 공부도 열심히 하시죠."

"꾸준히 정진하는 모습에 오죽하면 제가 호를 우보(牛步), 소처럼 묵묵히 앞만 보고 걷는다고 지어드렸겠어요."

창원생태지키미 회원들은 회장인 이우녕(61) 씨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창원생태지키미는 주 2회 자발적인 탐사활동을 통해 서양금혼초, 단풍잎돼지풀 등 생태계를 교란하는 야생식물을 제거하고 보호종 식물을 재배·연구하고 있다.

이 씨의 직업은 수의사다. 식물보다 동물이 친숙할 직업이지만 그는 나이가 들면서 자연스레 식물에 관심이 많아졌다고 한다.

창원생태지키미 회원들과 회장 이우녕(오른쪽 둘째) 씨.

"어머니가 참 식물을 좋아하셨어요. 아버지가 교사여서 관사에 살았는데 거기에 있는 식물들을 어머니가 다 키우셨을 정도였죠. 그땐 어렸기 때문에 좋다, 이런 생각은 안 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고 등산도 자주 다니다보니 점점 관심이 생기더라고요."

이 씨는 마산대학 평생교육원의 문을 두드렸다. 같은 분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야생화, 한방 생활약초에 대해 공부했다. 과정을 마치고 자연보호에 마음이 있는 사람들과 지난해 만든 단체가 창원생태지키미였다. 10명가량 동참했고 회원은 대부분 50~60대였다.

"직장을 퇴직하신 분들이 대부분이에요. 후손에게 제대로 된 생태·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의지가 있는 분들이죠. 단체를 만들고선 우선 전문적인 지식이 필요해서 공부를 많이 해야 했어요. 회원끼리 식물을 분류해 개별적으로 연구도 하고 해당 분야 교수를 찾아가 물어보기도 하고요. 보호종을 재배하는 학습장도 만들었어요. 물론 가장 주된 활동은 탐사를 통해 생태계를 어지럽히는 종을 실제로 보고 뽑는 것이죠."

그러면서 이 씨는 덧붙인다. 그 말투에는 아쉬움이 묻어있다.

"목초종자, 목재수입, 곡물 등을 통해 유입된 생태계 교란 식물은 토종 자생지를 빠르게 잠식해요. 생태계 균형을 어지럽히고 종 다양성을 훼손합니다. 탐사를 나가보면 눈에 바로 보입니다. 교란종의 어마어마한 번식이요. 유럽이 원산지인 애기수영은 국립공원, 산 정상에도 살 정도예요. 이제는 회원이 16명이나 되지만 저희 활동으로는 어림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번식이 왕성해요. 그럴 때마다 정책이 아쉽죠. 창원시는 매년 초가을, 산불을 막는다는 취지로 대대적인 벌초를 하죠. 하지만 이는 생태계에 치명적이에요. 단순히 일년생식물만 생각해봐도 열매도 맺기 전에 그냥 베이는 거예요. 여러 식물들이 자연스럽게 성장하고 어우러지는 것이 바른 생태계죠."

이 씨의 열정은 주변 사람들 변화를 이끌고 있다. 우선 그의 아내부터가 그렇다고 했다. 식물에 대한 공부는 물론이고 먼저 생태계 교란 식물 뽑기에 나선다고. 처음엔 단순히 야생화가 좋아 창원생태지키미에 가입했다는 회원 김옥선 씨도 이 씨의 열정과 활동을 통해 생태계 교란 식물의 위험성을 절실히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씨는 결국 중요한 것은 생활 속 실천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쏟아냈다. 우선 제안한 것이 시민들의 생태계 교란 식물 구분을 돕기 위한 애플리케이션 제작이었다. 생태계 교란 식물의 사진과 정보를 담은 애플리케이션을 등산 인구에만 배포해도 그 효과는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래에 대비해 생태계 파괴를 방지하는 것은 이처럼 더 많은 사람이 관심을 가지는 데서 시작할 것이다.

"창원생태지키미는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단체입니다. 함께 공부하고 실천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되죠. 그러면서 좀 더 체계적인 시스템을 갖추려고 해요. 지금은 작은 밭을 빌려 운영 중인 학습장도 더 정비하고요." 밝은 미래를 그려보며 이 씨가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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