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커피숍에서 친구를 만나 한창 담소를 나누고 있는데 우리 바로 뒤 테이블에서 여자 네 분이 큰 소리로 이야기를 해 본의 아니게 대화 내용을 엿듣게 됐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지만 대충 시댁 식구들 때문에 힘들다는 요지였다.

결혼한 주부라면 마음 맞는 사람들을 만나 한번쯤 남편과 시댁 식구들에 대한 불만을 털어놓은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엔 방송에서 대놓고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많이 다루고 있는 방송 소재 중 하나가 바로 시월드, 처월드!

시월드란 무엇이냐!! 시월드는 시어머님, 시아버님, 시누이처럼 '시'자가 들어간 사람들의 세상, 다시 말해 시댁 식구들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당연히 처월드는 장인어른, 장모님, 처남, 처제 아니면 처형처럼 '처'자가 들어간 사람들의 세상, 다시 말해 처가댁 식구들을 지칭하는 신조어 되겠다.

드라마를 보면 자기 아들과 사랑해서 결혼한 며느리를 못 잡아먹어 안달인 시월드의 막장 세계가 잊을 만하면 나온다. 그리고 사위를 종 부리듯 부려먹는 처월드도 등장한다.

예전엔 실제 저런 집이 있을까 하면서 드라마를 봤지만 이젠 우리 일상에 신조어로 등장할 만큼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되었다. 연예·오락 프로그램 제목에 등장하기도 하고 연예인 토크쇼에서도 심심하면 해당 주제로 이야기를 꾸려간다.

고부갈등은 예전부터 심각한 사회 문제였다. 여자들이 장남과 결혼을 기피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요즘엔 사위와 장인·장모 사이의 갈등도 고부갈등 못지않게 많다고 한다.

시월드, 처월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가족의 핵심은 부부다. 둘이 상의하고 결정해야 하는 부분까지 시댁과 친정이 간섭하면 갈등이 시작되기 마련이다. 뭐든 적당한 게 좋으니 부모와도 정서적 거리를 유지하는 게 좋다는 것이다.

나도 결혼한 지 7년차. 한 가정의 아내이자 며느리로서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시월드라는 말에 충분히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처월드라는 말을 듣고서는, '그래, 남편들도 고충이 있긴 했겠구나' 이해를 하면서도 우리 남편도 그렇게 생각을 했을까 궁금해지기도 한다.

7년은 짧다면 짧은 결혼 생활이지만 그래도 서로를 이해하고 맞춰 가는 데 짧지 않은 시간이다. 그 시간 동안 별 문제 없이 유지되어 왔다는 것은 그나마 시월드, 처월드 문제에서 우리 가정은 비켜나 있다는 뜻인 거 같아 감사한다.

   

시월드, 처월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나중에 딸과 아들이 결혼하고 나면 나 역시 시월드나 처월드의 당사자가 될 것이다. 그때 나의 며느리, 사위는 어떻게 우리 집안을 받아들이게 될까. 부디 내가 살고 있는 이 작은 월드가 즐겁고 편안한 놀이동산 같은 또 다른 월드로 불렸으면 좋겠다.

/김성애(구성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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