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합포만현대음악제 출품곡, 국외서 빛 발해

작년 합포만현대음악제에 출품된 경남지역 작곡가의 현대음악 작품들이 루마니아 하늘에 울려퍼졌다. 이번 루마니아 연주는 합포만현대음악제 작품이 국외에서 연주되는 여섯 번째 사례다. 지역의 작은 문화예술축제가 그 명성과 깊이를 더하면 세계적으로도 인정받을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는 평가다.

루마니아 연주 단체인 소노마니아(SonoMania)는 지난 19일 오후 6시 루마니아 수도 부쿠레슈티 국립 에네스쿠 연주홀에서 '크로스 컬트'(Cross-Cult)를 주제로 한국 작품과 루마니아 현대음악 작품 연주회를 열었다. 소노마니아는 작년 제18회 합포만현대음악제에 초청돼 공연한 팀이다.

당시 한국 작곡가들의 음악제 출품작에 큰 매력을 느낀 이들은 루마니아에서도 이들 곡을 연주할 수 있도록 합포만현대음악제 운영위원회에 요청했다.

루마니아 연주 단체 '소노마니아'가 지난해 10월 합포만현대음악제에서 연주하는 모습. /합포만현대음악제 운영위원회

루마니아에서 연주된 한국 작품은 김호준의 목관 4중주를 위한 한여름 밤 '시골풍경', 김지만의 오보에와 클라리넷을 위한 '이니셜', 임지훈 플루트 클라리넷 바순을 위한 '3개의 모음곡', 한정훈의 목관 4중주를 위한 '함지', 최천희의 '목관 4중주 2번'이다.

한국 시조와 중국 전통음악을 재해석한 곡을 비롯해 한국인의 전통적인 정서인 여백이 가지는 미, 한국의 시골 풍경이 주는 느낌을 담았다.

합포만현대음악제 프로그램과 작품들은 수준 높은 외국 연주자들과 꾸준한 교류를 통해 전 세계에서 재현되고 있다. 국내 작곡가들 작품을 세계화하는 데도 큰 기여를 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영국 출신 세계적인 트롬본 연주자 베리 웹은 지난 2000년과 2001년 합포만현대음악제에서 발표된 전욱용의 '크레이지'(Crazy)와 김호준의 '콜라주'(Collage)를 루마니아 현대음악제 '미팅 오브 뉴 뮤직' 부문과 영국의 '일레트로닉현대음악제'에 초청돼 연주했다.

지난 2009년에는 영국음반사 '트롬본클래식'사와 함께 '더 합포만 프로젝트'를 주제로 정규 음반을 발매하기도 했다. 음반에는 지난 2006년 제12회 합포만현대음악제까지 발표된 작품들 가운데 8곡이 수록돼 있다.

일본 나고야필하모니 수석 트럼펫연주자 후지시마 겐지는 지난 2001년 음악제에서 연주된 한정훈의 트럼펫 3중주 '스리 캐릭터 피스'(3 Character Piece)와 최천희의 현악 4중주 2번을 나고야 필하모니 연주회에서 연주했다.

일본 아돌프 색소폰 4중주단도 지난 2005년 합포만현대음악제에서 연주된 한정훈의 작품을 여러 음악회에서 연주했다.

지난 2010년 독일에서 활동하는 오스나브뤽 피아노 듀오는 그해 합포만현대음악제에서 연주된 작품을 독일 현지에 재현해 큰 반향을 일으키기도 했다.

2011년 음악제에 초청된 스페인 관악 연주자 에밀 자인과 영국의 베리 웹도 임주섭, 나츠다 마사카주, 오세일, 빈코, 진규영, 전욱용, 한정훈 등이 작곡한 색소폰, 클라리넷, 트롬본 독주곡과 2중주 곡들을 연주했다. 이때 연주된 모든 곡들은 작년 스페인 말라가에서 열린 '말라가 현대음악제'에서 그대로 재현됐다.

합포만현대음악제 곡들은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국악·무용 등 다른 장르와 결합되어 재해석되기도 한다.

지난 2007년 가야금을 위한 창작 음악은 여러 가야금 연주자에 의해 재현되었으며, 2009년 '발레음악과 전자음악의 만남'에서 연주된 무용 음악은 세계적인 발레리노 이원국의 안무와 노원 이원국 발레단에 의해 마산춤축제와 서울 발레페스티벌에서 공연됐다.

1995년 시작된 합포만현대음악제는 국외 유능한 현대음악 연주자나 단체를 초청해 수준 높은 동시대 음악을 시민들에게 제공하고자 매년 가을 문신미술관에서 열린다. 국내외 음악인들 간 교류로 여러 지역의 동시대 음악을 공유하는 것은 물론, 한국 현대음악 세계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형근 합포만현대음악제 운영위원은 "합포만현대음악제 출품작들은 음악제에서 한번 연주되고 마는 것이 아니다. 대구현대음악제, 동아시아작곡가협회 등 다양한 경로로 국내외에 퍼질 수 있도록 심혈을 기울인다"며 "서울 중심으로 돌아가는 예술계 현실에서, 그리 크지 않은 지역 도시가 중심이 되어 전 세계 음악계와 교류·소통하는 장을 넓히고 있다는 점을 국내 음악계에서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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