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50) 정상용 산청 동의초석잠 영농조합법인 대표

'초석잠'이라는 게 있다. 이름에 '누에 잠(蠶)'이 붙은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마치 곤충의 유충이나 애벌레처럼 보인다. 하지만 식물의 뿌리로 일명 '식물 동충하초'라고도 한다. 여름에는 잎이 무성하고 겨울에는 뿌리가 누에와 같은 것이 동충하초와 비슷해 붙은 별칭이다.

이 생소한 식물 초석잠을 진액이나 환 등으로 가공, 소비자에게 선보이는 곳이 산청에 있다.

"우리나라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초석잠은 중국에서 장수 식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일본의 한 의학박사팀이 1990년 발표한 바에 의하면 초석잠은 올리고당에 의한 장 정화, 뇌 활성 물질이 있다고 합니다. 중국에서 들여온 것이지만 지리산 청정 약초골 산청에 어울리는 식물입니다."

동의초석잠 영농조합법인 정상용(49) 대표는 국내에 생소한 초석잠 알리기에 분주하다. 진주가 고향이고 뒤늦게 초석잠의 매력에 빠졌지만, 초석잠을 알리고 약초골 산청을 전국에 알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죽을 고비를 넘기고 = 정 대표가 산청에 온 것은 3년 전이다. 그전에는 흙을 손에 묻히지 않고 전혀 다른 일을 했다. 병원에 의료기를 납품하는 일만 20년가량 한 것이다.

영업을 하려면 밤낮없는 접대는 일상이었다. 스트레스가 심했고 휴일도 쉴 수 없었다. 그러다 3년 전 어느 날, 한밤중에 경상대 병원 응급실로 실려 갔다. 급성 심근경색이 온 것이었다.

"자다가 새벽 3시쯤 깼는데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더군요. 응급처치로 기침 등으로 심장에 자극을 주면서 병원으로 갔습니다. 바로 스텐트를 삽입하는 시술을 했습니다."

퇴원 후 몸을 추슬러야 했다.

"다 싫었습니다. 무조건 시골로 가자 싶었죠. 그때부터 세상을 사는 건 덤 아닙니까. 힘들어도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감사히 살아가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도시 생활만 한 가족들이 귀촌을 달가워할 리가 없었다. 특히 남편이 하루아침에 일을 그만둔다는 것은 그동안 의료기 납품 일을 도우며 경리로 일했던 부인 안혜림(47) 씨에게 막막한 일이었다.

"사업을 정리하고 시골로 가는 것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반대는 못 했습니다. 그동안 스트레스 받고 힘든 것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봤으니까요. 그것 때문에 죽을 뻔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고맙다며 가족들이 반대를 못 했죠."

초석잠 뿌리. /동의초석잠 영농조합법인

◇초석잠과 만남 = 시골에서 할 수 있는 일을 찾았다. 마침 산청군 단성면에 경매로 나온 공장이 있었다. 20년 된 오래된 공장이었다. 그대로 사용할 수는 없어 빚을 내 공장을 증·개축했다.

"멋모르고 덤빈 귀촌이었습니다. 너무 힘들었죠. 계속 돈은 들어가는 데 나오는 건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모르고 투자만 하니 빚만 늘었습니다."

산수유·헛개 등의 진액을 만들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소재를 찾던 정 대표에게 어느 날 한 마을 주민이 초석잠을 들고 찾아왔다. 초석잠으로 약을 만들어 보라고 했다. 초석잠과 첫 만남이었다.

"처음 보고 뭐 이런 게 다 있느냐 싶었습니다. 생긴 것도 이상했죠. 그런데 동글동글한 것이 먹어보니 맛있더라고요."

생 초석잠을 맛봤다. 그런데 그걸 먹고 나니 방귀가 나왔다. 이상해서 초석잠을 가져온 주민에게 "왜 이러냐"고 물으니 "장 활동을 시켜서 배변을 도와준다"고 답했다. 괜찮은 아이템이다 싶었다.

"그때부터 인터넷도 뒤져보고 초석잠에 대해 공부를 했습니다. 알아보니 초석잠이 참 좋은 것이더군요. 장에도 좋고 뇌에도 좋은 식물이었습니다. 그러나 굉장히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너무 모르는 것을 시작하니 무척 힘들었습니다. 3년 차인 올해 겨우 자리를 잡으려는 중입니다."

초석잠에 관심을 갖고 농업기술센터 등 전문가를 찾아다녔다. 그러다 한국국제대 식품의약학과 정영철 교수를 소개받았다. 정 교수의 전공은 기능성 식품학이었다.

"무조건 찾아갔습니다. 초석잠으로 뭘 해보려고 하는데 될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첫 마디가 '초석잠을 어떻게 알고 가져왔느냐. 잘 선택했다'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정 교수가 초석잠에 관심이 있어 자료도 많이 가지고 있었습니다."

두 사람은 진주의 '장생도라지'처럼 초석잠을 산청 약초의 대표 브랜드로 키우자고 의기투합했다.

정 대표는 한국국제대와 초석잠 연구개발 사업, 산청한방약초연구소와 제품 공동개발 사업 등을 하고 있다.

초석잠은 한해살이 식물이다. 땅콩처럼 초석잠 하나를 심으면 자라서 주렁주렁 초석잠 뿌리가 달린다. 가을 서리 후 수확한다.

"이때쯤이면 잎과 대가 마르고 영양분이 아래로 내려갑니다. 초석잠 뿌리는 월동도 합니다. 그래서 11~3월에 캡니다. 생으로 바로 먹는 사람도 많고 갈아서 먹거나 효소를 담그거나 반찬으로 먹기도 합니다. 장아찌로 먹어도 맛있어요. 초석잠은 올리고당 성분이 많아 달짝지근하고 아삭합니다. 장아찌로 만들어도 그 식감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온 가족 사업으로 = 동의초석잠 영농조합법인의 상근직원은 정 대표를 포함해 모두 7명이다. 그 중 누나와 형 등 가족이 4명이다.

음식 솜씨가 남다른 큰누나 영숙 씨는 내부 총괄과 장아찌 담그기 등의 일을 맡고 있다. 큰 매형인 옥부일 씨는 제품생산 관리를 맡고 있으며, 형 상진 씨는 제품 생산을 담당한다.

정 대표의 부인 안혜림 씨는 다른 일을 하며 영업을 병행하고 있다.

작업을 할 때는 동네 할머니들을 일용직으로 고용해 포장일 등을 맡긴다.

공장 가동률은 50% 정도. 초석잠 제품 생산을 하지 않을 때는 산수유 등 대기업 OEM 제품을 만들어 납품한다.

첫해에는 매출이 없었다. 지난해 하반기에 와서야 상품을 판매해 2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올해 매출은 5억 원을 예상한다.

정상용 산청 동의초석잠 대표. /이원정 기자

◇초석잠 명품화 사업 = 정 대표는 올 9월 열리는 '2013 산청세계전통의약엑스포'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엑스포를 산청군과 약초 농가, 초석잠이 한 단계 도약하는 기회로 삼으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정 대표는 산청군과 함께 초석잠 명품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초석잠에는 올리고당·사포닌 등 다양한 약리 물질이 함유돼 있어 정장 작용, 기억력 증진 등에 효과가 인정돼 국내에서도 재배가 확대되는 추세입니다. 산청 등 지리산 권역에서 집중 재배되고 있는 초석잠을 명품화해 재배 단지를 조성하고 가공 기반 시설을 구축하려 합니다. 이를 통해 유통 활성화와 관광 상품화 등 6차 산업 동반 육성을 꾀하는 거죠."

정 대표에 따르면 경남 초석잠 재배는 280 농가 90㏊에서 81t을 생산해 전국의 42%를 차지하며, 산청군은 74 농가 45㏊ 40t으로 도내 생산량의 50%에 이르는 주산지이다.

정 대표는 산청군 생산량의 절반인 20t을 수매한다. 그것을 생으로 팔거나 건조·가공해 환이나 진액, 다이어트용 파이버 제품으로 판매하며, 장아찌는 특허 출원 중으로 올해 판매할 예정이다. 제품은 인터넷 홈페이지(www.chosukjam.co.kr)나 지마켓·옥션 등 오픈마켓을 통해 판매하고 있다.

또 정 대표는 엑스포 시기에 맞춰 웰빙 진액 자판기를 설치할 계획을 하고 있다. 초석잠은 물론 산수유·오가피 등의 진액 파우치를 자판기에 넣어 엑스포 행사장이나 관공서 등에 설치, 관광객이나 방문객들이 간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할 계획으로, 현재 자판기 5대를 시범적으로 제작 중이다.

"무엇보다 유통이 중요합니다. 농민들이 아무리 상품을 잘 만들어도 유통이 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 없어요. 한국국제대와의 산학연 컨소시엄 사업을 통해 다양한 액상 및 고상 제품 개발 완성 단계에 있습니다. 또 포장 디자인 개선 작업도 하고 있습니다. 엑스포와 연계해 홍보를 강화, 유통 체계를 구축하여 산청군을 대표하는 상품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추천이유>

◇석정태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촌지도관 = 정상용 대표는 건강기능성과 일반건강식품 생산을 위해 초석잠을 가공, 농가소득을 증대시키고 잘사는 농촌을 가꾸는 젊은 강소농입니다. 초석잠 가공에 대해 국내외 연구현황을 탐독해 인지기능 및 학습능력 증진과 황산화 기능성 식품, 장운동 촉진, 배변활동 증진 등의 건강 기능성 식품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연구가 미진하지만 최근 대량 생산되고 있는 초석잠으로 다양한 제품개발과 산업화를 위해 불철주야 노력하는 진정한 CE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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