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73) 김해한옥체험관

마당 있는 집이 좋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아침에 자고 일어났을 때 갈 곳이라곤 고작 거실이 전부인 아파트. 아이가 조금이라도 쿵쿵거리며 놀라치면 혼부터 내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을 때 마당 있는 집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

김해한옥체험관(김해시 가락로 93번길 40)에서 하룻밤을 체험하기로 했다. 예전 선조가 살았던 정취도 느끼고 아이에게 좋은 추억이 될 듯싶었다.

김해한옥체험관에서 하룻밤은 예약이 필수다. 특히 요즘 찾는 사람이 많아 서두를수록 좋다.

김해한옥체험관 마당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다.

체험관은 조선시대 사대부의 상징인 99칸 가옥을 재현했다. 비록 1동이 모자라기는 하지만 사랑채·안채·별채·아래채·바깥채·행랑채·사당 등 총 85칸 7동으로 구성되어 있다.

위치는 김해 금관가야 건국시조인 수로왕의 무덤과 허황후의 숨결을 간직한 수릉원, 대성동 고분군, 국립김해박물관 등과 인접해 있다.

입실 시간은 오후 5시. 처음엔 너무 늦다 생각했는데 주말에는 인근 박물관에서 다양한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 체험과 관람을 즐기면 시간을 맞추기가 오히려 빠듯하게 느껴진다.

한옥체험관 내 미니초가집.

"이리 오너라"를 외쳐야 할 것 같은 기와집 대문 앞에 섰다. 나무 냄새가 먼저 우리를 반긴다. 아이는 마당으로 쏜살같이 달려간다. 일찍 온 가족들이 마당에서 배드민턴을 하고,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 흙장난을 치고 있다.

관리실에 들러 예약한 '거안당 - 봉황실'로 안내를 받았다. 3∼4인이 묵기에 좋은 방이다.

앞뒤로 문을 열어놓으면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창호지를 바른 문을 열었다. 한옥 내부도 경대와 편지꽂이 등 옛 정취를 느낄 수 있도록 고풍스럽게 꾸며져 있다.

그렇다고 오롯이 옛날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천장에는 시스템 에어컨이 설치돼 있고, 냉장고와 차를 끓여 먹을 수 있는 간단한 전기 주전자, 개별 화장실까지 마련돼 있어 하룻밤 묵기에 불편함이 없다.

적당히 짐을 풀고 문을 앞뒤로 열어 놓으니 선선한 바람이 솔솔 불어온다. 마당에서 뛰어노는 아이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집 안에 편히 앉아 아이의 뛰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자니 '그래 이런 곳에서 아이를 키워야 하는데…'란 마음이 더욱 커진다.

마당 구경에 나섰다. 지게와 서까래, 짚신과 망태기 등 예전 물건이 이곳저곳에 전시돼 있고, 각 동을 구분하는 안이 보일듯 말듯 담장이 멋스럽게 펼쳐져 있다.

청사초롱 불이 켜진 야경이 더 아름답다.

어스름 해가 지니 청사초롱 불이 켜진다. 한옥의 밤은 더욱 아름답다. 처음 보는 문고리로 이리저리 장난을 치며 문단속을 하던 아이는 창호지로 만든 벽장 속에 숨었다 뛰어내렸다 마냥 바쁘다. 온종일 뛰어놀고 방안에서도 맘껏 몸을 움직인 덕분에 아이는 자리를 깔고 눕자마자 금세 깊은 잠 속으로 빠진다.

세상이 고요하다. 짙은 어둠 속 투숙객의 방 밖 창호지로 새어나오는 불빛이 은은하면서도 따뜻하게 느껴진다.

방 앞 툇마루에 걸터앉아 하늘을 올려다봤다. 밤 하늘의 별은 더욱 빛나고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이 싱그럽다. 그렇게 한옥에서 하룻밤이 깊어갔다.

창호지 틈으로 햇살이 들어온다. 새소리도 들린다. 일찍 잠이 깬 아이는 곧바로 마당으로 뛰어나가 이내 친구를 만들고 숨바꼭질을 한다.

장독대 뒤에도 숨고, 툇마루 아래에도 숨는다. 기둥을 벽 삼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외친다.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방안으로 들어온다.

아파트 놀이터에도 애들을 내놓기가 쉽지 않은 세상이다. 텔레비전과 스마트폰보다 더 재미있는 세상이 문 앞에 펼쳐져 있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기억했으면 좋겠다.

다도, 떡메 치기, 염색, 한지공예 등 전통문화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단 10명 이상이 예약해야 참여할 수 있다.

숙박은 평일과 주말 요금이 다르다. 인원 수에 따라 방을 선택할 수 있으며, 가격도 4만 4000원에서 10만 원까지 다양하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www.ghhanok.or.kr)를 참조하거나 전화(055-322-4735∼8)로 문의하면 된다.

<인근 맛집>

◇정림 = 김해한옥체험관에서 하룻밤을 묵으면 체험관 내 '약선음식전문점 - 정림'에서 아침 끼니를 1인 8000원에 해결할 수 있다. 미리 예약해야 한다. 최근 민간에 위탁해 다시 문을 열었다. 미역국에 조밥, 샐러드와 마늘종, 적당히 잘 구워진 조기, 달걀말이, 각종 나물 등 전통적인 한국 밥상이다. 놋그릇에 정성스레 담긴 음식은 삼삼해 아이와 함께 먹기에 부족함이 없다.

약선 음식전문점 한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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