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농번기 일손부족에 눈물 흘리는 농민들

부지깽이도 서서 돌아다닌다는 농번기. 창녕에는 마늘과 양파 수확이 한꺼번에 몰려 인력 조절이 어렵다. 지역 사람들만으로는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기에 도시에서 인력을 모아 농가에 공급해주는 업체가 호황을 누리고 있다. 비싼 인건비는 응당 감수해야 한다.

과거처럼 두레 농업을 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같은 시기에 서로 먼저 수확하려는 욕심 때문에 일손은 더욱 부족하다. 고령화된 농촌 사회는 이를 더 힘들게 만든다. 관공서와 기업에서 일손을 돕고, 학생들 역시 일손 돕기에 나섰지만 장기적인 도움은 못 된다.

6월 초 시작한 마늘수확 현장은 부족한 인력 탓에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이 시기에는 타 지역(대구·창원·통영·거제)에서 인력을 모아 각 농가에 배정한다. 이마저도 임금을 후하게 주는 집은 몇 명 더 배정받아 안전하게 수확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짠(?) 집은 한두 명 모으기조차 어렵다.

   

초창기 7만 원이던 일당은 그다음에 8만 원이 되었다. 한창 수확 때 먼저 끝내려는 욕심이 인건비 상승을 부추기더니 어느새 여자 한 명 일당이 8만 5000원까지 올랐다.

얼마 전 16㎜ 비가 내렸다. 비가 오는 중에도 작업을 했다. 언제 다시 사람을 구할지 장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떤 사람은 이렇게 하소연했다.

"이제 농사도 못 짓겠다. 그렇다고 땅을 놀릴 수도 없다. 농사를 지으려니 인력을 구할 수 없고 인건비가 상승해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

양파와 마늘값이 상승한 지난 몇 년 동안은 수지타산이 잘 맞았다. 일손을 구할 수 있었던 농가에서는 땀 흘린 보람이 있었다. 물론 소농가에서는 그때나 지금이나 매한가지다. 일손부족 때문에 기껏 키운 작물을 썩히는 일도 종종 있었다.

지난 19일 46.5㎜의 비가 내렸다. 일찍이 예고된 비였기에 각 농가는 미리 작업을 끝냈고 대부분이 수확을 마쳤다. 하지만 망에 넣어놓은 마늘과 양파를 들여 놓지 못한 집도 많다. 논에서 그대로 비를 맞으며 젖어있는 것이다. 이들 농가는 빗물 반 눈물 반으로 하루를 보냈다.

이제 도시 인력도 소농에서는 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대농에서는 농한기면 인력시장 수장들에게 미리 손을 쓴다. 고기·밥 대접은 물론이고 선금을 줘 필요할 때면 언제든지 올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소농에서는 감히 바랄 수도 없는 현실이다.

관공서에서 일손이 필요한 농가를 지원하고자 자원봉사자들을 모집하고 있지만, 쉬는 인력이 거의 없어 어려움이 많다.

해마다 치러야 하는 마늘과 양파 수확 인력전쟁. 어떻게 하면 줄이고 해결할 수 있을지 진지하게 고민할 때다. 이 가운데 도시 직장생활에 시달리면서도 전 가족이 농촌일손 돕기에 나섰다는 훈훈한 소식도 들었다. 거제시 정평동에 거주하는 이승선(41·삼성중공업거제조선소 근무) 씨 가족 3명은 주말을 맞아 창녕군 유어면 선소리 박주습(75) 씨 농가를 찾아 양파 수확을 도왔다. 이들은 스스로 창녕군 유어면사무소를 찾아와서 농촌일손 돕기를 하겠다면서 일할 곳을 안내해 달라고 했다.

사실 농민들도 먹고 살 만하다. 그러므로 이제는 일하는 시간을 줄이고 여가를 늘려야 한다. 벌어놓은 돈으로 먹고 마시고 문화생활도 즐기면서 일거리를 줄여야 한다. 농지은행이나 농사법인에 줘서 배당을 타면 일거양득이 아닐까 싶다.

또 한 가지. 고령화한 농촌인력들이 제 능력을 펴지 못하면 도시에 나가있는 자녀를 귀농시켜야 한다. 특히 도시로 나가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명예퇴직·실직하고서 부모가 애써 지은 농산물과 양식을 가져다 먹기만 하는 인력들을 귀농시켜야 한다. 그들이 돌아오기만 한다면 논밭을 물려받아 새 희망을 탄생시킬 수 있다.

물론 그들의 고충도 이해는 간다. 돌아오고 싶어도 맨손으로 돌아오려니 소위 말하는 체면유지가 안 된다는 것. 그리고 도시에서 손톱 밑에 흙 한 번 넣지 않고 살았는데, 새삼스럽게 농촌으로 돌아와 흙과 씨름하기가 멋쩍을 테다.

부모 또한 체면이 문제다. 그들도 도시에서 성공하지 못한 자식을 집으로 불러들이고 싶지만, 주변 눈을 의식하고 자식 체면을 생각하며 남몰래 식량과 농산물을 보낼 테다. 이중고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부모와 자식 양쪽 다 자존심을 버려야 한다. 자식을 과감하게 귀농시키고 자식은 스스로 귀농해야 한다. 그리하여 가정의 화합을 되찾았으면 한다.

/이권섭(64·창녕군 유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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