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 이름으로 재산 등기, 증여세 내야

세법은 증여를 행위 또는 거래의 형식·목적에 상관없이, 경제적 가치를 계산할 수 있는 재산을 타인에게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 또는 기여에 의해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으로 포괄적으로 정의하고, 이에 해당되면 증여세를 부과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증여가 아닌 경우에도 특정한 요건을 충족하면 증여세를 부과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바로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다.

명의신탁재산의 증여의제란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 등이 필요한 재산의 실소유자(신탁자)와 명의자(수탁자)가 다른 경우에 명의자로 등기한 날에 그 재산을 명의자가 실소유자로부터 증여받은 것으로 보아 명의자에게 증여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명의신탁을 통한 조세회피를 방지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그렇다면, 명의신탁된 모든 재산에 대해서는 전부 증여세가 부과되는 것인가? 답은 그렇지 않다. 다음의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첫째, 권리의 이전이나 행사에 등기·등록·명의개서 등을 요하는 재산(토지와 건물 제외)이어야 한다. 대표적으로 주식, 선박, 특허권 등이 해당되며, 예금, 보험금, 골프회원권은 등기 등을 요하는 재산이 아니다.

참고로 토지와 건물은 등기를 필요로 하는 재산이나, 명의신탁재산 증여의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나 부동산에 대한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 위반이며, 부동산 평가액의 최대 30%가 과징금으로 부과되거나, 형사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둘째, 명의신탁에 대한 실소유자와 명의자간 합의 또는 의사소통이 있어야 한다. 합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이든 명의신탁 사전 또는 사후에 이루어진 것이든 관계없으며, 실소유자가 명의자와 이러한 합의없이 일방적으로 명의를 도용한 경우에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는다.

셋째, 조세회피 목적의 명의신탁이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타인 명의로 재산을 등기하는 경우에는 조세회피 목적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조세회피 목적이 없었다는 사실에 대한 입증 책임이 납세자에게 있는 것이다. 조세회피 목적에서 조세란 증여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국세와 지방세 모두 포함한다.

예를 들면, 체납된 국세의 면탈 목적의 명의신탁, 상속세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 배당소득에 대한 종합과세 누진세율을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 과점주주 취득세를 회피하기 위한 명의신탁, 제2차 납세의무 회피를 위한 명의신탁 등이 조세회피에 해당된다.

앞서 언급한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명의신탁은 실질과세라는 국세부과 원칙에도 타인 명의로 등기 등을 한 날을 증여 시기로 명의자에게 증여세가 부과되며, 실소유자는 명의자와 연대해 증여세를 납부해야 한다.

이러한 명의신탁으로 증여세가 과세되는 대표적인 재산이 바로 주식이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0년까지 주식 명의신탁에 대해 1조 원이 넘는 증여세가 추징된 바 있다. 증여세 뿐만 아니라 배당이 있을 때 종합소득 누진과세에 따른 소득세, 실소유자가 사망한 경우 상속세까지 추징될 수 있으므로 명의신탁 주식은 언제 터질지 모를 세금폭탄이라는 표현이 어울리는 듯하다.

   

과거 법인 설립 시점에 상법상 발기인 수를 채우기 위해 임직이나 친인척 명의로 주식을 명의신탁했다가 적절한 시기에 환원하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 CEO를 주위에서 종종 보게 된다. 현재 국세청은 자금출처 조사와 주식변동 조사를 통해 주식 명의신탁에 대한 검증을 강화하고 있다. 장래에 문제가 터질 때까지 명의신탁 주식을 방치하기보다는 자신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환원 방안을 고민해야 될 때다.

/안재영(IBK기업은행 창원PB센터 세무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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