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말 있습니다]지리산댐, 왜 필요한지 모른채 왜 강행하는 건가요?

얼마 전 국토교통부에서 '댐 갈등 예방을 위한 소통강화'를 기치로 댐 사업계획에 관한 사전 검토와 지역의견 수렴 절차를 강화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댐 사업절차 개선방안'이란 것을 내놓았다.

그 내용을 보면, 먼저 댐 계획 구상단계에서 환경과 경제, 문화 등 관련 전문가와 시민사회, 지자체 등이 참여하는 '사전검토협의회'를 만들어 이를 거쳐야만 사업 추진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예산 투입 전에 갈등을 해결해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주민설명회 개최 시기를 기존과 달리 타당성조사 이전으로 앞당기고, 댐 찬반 여부에 지역의견 수렴 절차를 의무화하며 갈등 발생 시 지자체를 중심으로 대화와 설득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계획 등이 포함됐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갈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기존과 같이 밀어붙이기식 사업추진은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국토부는 강조했다.

더불어 지난 해 12월 발표된 뒤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되고 있는 '댐 건설 장기계획'도 이번 개선 방안에 따라 일부 수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리산댐(함양 문정댐) 건설 계획도 상류의 '지리산 용유담'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면서 홍수 조절도 가능한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토부에서 야심차게 마련한 댐 사업 절차 개선방안, 어떻게 평가해야 할까?

지리산댐 예상 조감도.

◇댐 사업 문제 인식하고 대안 모색 시도는 '긍정적'

국토부의 개선방안은 먼저, 댐 사업이 그 동안 문제가 있었는데, 특히 지역 또는 사회적 갈등을 많이 초래해 왔음을 인정한 점이 긍정적이다. 그 원인 가운데 하나인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 과정, 특히 지역주민 의사를 제대로 묻지 않고 사업추진을 일방적으로 해 온 점을 인정하고, 나름의 대안을 찾아보려 한 것도 반가운 일이다.

기존의 댐 건설계획과 관련해서도 이번에 마련한 개선방안을 토대로 부분적인 손질을 가할 것이라고 밝힌 것도 다행스런 일이다. 특히 문화재청에서 국가문화재(명승)로 지정 예고한 바 있는 지리산 용유담에 대한 보존 필요성을 인정하고, 수몰을 최소화할 수 있는 나름의 대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 1년 6개월 가까이 지리산댐 계획을 이유로 용유담의 문화재 지정 자체를 반대해 왔던 것을 상기하면 진일보한 입장으로 보인다.

◇문제의 본질과 근본적 대안 제시 안 돼 실망

하지만 국토부가 마련한 이번 개선안은 많은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

첫째, 기존의 잘못된 댐 사업들에 대한 성찰과 진솔한 고백이 없다. 대표적으로 지난 MB정부 시절 국토부가 정권의 명운을 걸고 추진했던 4대강 사업, 특히 함안보, 합천보, 영주댐 등 16개 댐 건설 사업이 얼마나 잘못된 것이며, 국민들은 또 그것을 얼마나 우려하고 있는지 등에 대한 그 어떤 성찰도, 뉘우침도 없다.

둘째, 댐 사업 문제의 본질을 외면하고 있다. 물론 댐 건설 관련한 반대나 갈등은 추진 과정의 절차적인 문제에서 비롯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러나 더 근본적인 것은 댐 건설이 필요하지 않거나 다른 대안이 있는데도, 혹은 전혀 타당성이 없는데도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댐 건설을 강행하는 데서 비롯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사실이다.

2011년 7월 지리산댐백지화 함양군대책위 등 단체가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지리산댐만 하더라도 당초 남강댐 수위상승계획 대안(부산 식수댐)으로 추진되었다가 지난 2011년 이 사업 타당성조사 결과 '전혀 경제성이 없는 것으로 판명(B/C=0.688)'나 사업추진 자체가 불가능해지자, 예비타당성조사가 면제되는 '홍수조절용'으로 명목상 용도만 바꾸어 댐 건설을 꼼수 추진하려던 것에 불과하다. 지리산 피아골댐, 경북의 영양댐, 달산댐 등 2012년 댐 건설 장기계획에 들어있는 주요 댐 계획 대부분이 해당 지역에 필요하지 않거나 타당성 없는 것들이다.

셋째, 갈등 예방을 위해 절차를 늘리고 까다롭게 하겠다는 것도 한편으로 의아스럽다. 사전환경성검토, 환경영향평가, 주민의견수렴, 문화재지표조사 등 기존 제도 안에도 댐 사업 문제를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는 좋은 절차들이 있다. 그런데도 그동안 댐 사업에서 이런저런 논란과 갈등이 생긴 것은 제도가 미비해서가 아니라, 사업 주체인 국토부와 한국수자원공사가 그 절차를 '사업 추진을 위한 요식행위' 정도로밖에 여기지 않은 데서 비롯된 측면이 많다. 4대강사업 보더라도 그런 일들이 얼마나 많았는지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12월 '댐 건설 장기계획'을 수립하면서도 국토부는 환경부의 '전략환경영향평가 협의 의견'을 묵살하고, 계획을 일방적으로 확정함으로써 제도 도입 이후 처음으로 시행된 전략환경영향평가 제도를 사실상 무력화한 바 있다. 이 제도는 사전환경성검토 등 제도의 사각지대인 '사업계획 수립단계'에서 환경성, 타당성 등을 미리 살펴 추진 여부를 판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되게 한 제도로, 10년 논란 끝에 어렵게 도입된 것이었다.

넷째, 댐 사업을 위탁받아 실제 집행해 오면서 온갖 사회적 문제와 갈등을 유발해 온 장본인인 '한국수자원공사'에 대한 그 어떤 문제의식이나 고민도 없다는 점에서 이번 개선안의 한계가 무엇인지 다시 한 번 분명히 드러난다.

◇국민 신뢰 회복하려면 기존 댐 계획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해야

요컨대 이번 개선안은 그 진정성과 실효성이 크게 의심될 뿐만 아니라, 국토부가 바라는 국민적 신뢰 회복에도 얼마나 큰 보탬이 될지 의문이다.

그런 탓에 혹시 이번 개선안이 지난 MB정부 5년의 생채기 속에서 '댐 문제의 근원적 해결과 이를 통한 진정한 국민대통합'을 바라는 우리 국민들이 아니라, 청와대를 바라보며 만든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따라서 국토부는 좀 더 본질적인 댐 문제에 관심을 집중하고, 그 대안을 치열하게 고민함으로써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분명하게 보여줄 필요가 있다. 당연히 그 첫걸음은 '4대강사업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과 '지리산댐 건설 등 논란이 되고 있는 댐 건설장기계획(2012)을 백지상태에서 재검토하는 것'으로 시작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환문(진주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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