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어 휘청거릴 경우 그 밑에 딸린 수많은 협력업체는 존립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 대기업의 도산을 막기 위해 경제주체들이 지원에 힘쓰지만 정작 협력업체들에는 돌아오는 것이 없다. 현재 STX 계열사 협력업체들의 처지가 그러하다. 13일 경남과 부산 지역 STX 주요 계열사들의 협력업체들로 구성된 'STX 멤버스'는 생존 위기를 토로하며 채권단과 지역 정치권에 지원을 촉구했다. 이들은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중공업 협력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50%에 불과하여 줄도산 위기에 처해 있다고 주장했다.

STX조선해양은 채권단이 이미 6000억 원을 지원한 상태이며, 곧 4000억 원이 추가로 투입될 예정이다. STX의 핵심 계열사 한 곳이 무려 1조 원이 넘는 지원을 받게 되는 셈이지만, 대부분 고금리의 회사채를 갚는 데 쓰느라 협력업체에 실질적으로 돌아가는 것은 전혀 없다는 것이 업체들의 하소연이다. 현재로서 협력업체들이 기댈 곳은 채권 은행들의 긴급자금 지원과 조속한 자율협약 체결밖에 없다. 자율협약과 관련하여 STX조선해양을 포함한 4개 계열사는 현재 채권단의 실사가 진행 중이며 결과가 6~7월에 나오고 7~8월에 가서야 자율협약이 체결될 예정이다. 물론 실사 결과 부실이 예상보다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자율협약 체결이 순조롭게 성사될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또 다른 계열사인 ㈜포스텍은 5월 초 자율협약 신청을 한 상태이지만 한 달이 넘도록 채권단의 반응이 없다. 창원상공회의소는 ㈜포스텍에 대해 채권단에 자율협약 동의를 해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STX 계열사들이 정상화로 가는 길에는 난관이 무수히 널려 있다. 정치적 외압 의혹까지 감수하며 채권 은행들이 지원한 자금이 채권자들의 이익을 보장하는 데만 쓰이는 것은 경제 정의에 어긋난다. 투자에 대한 성패는 투자자 스스로 감당하게 하는 것이 시장경제의 요체이기도 하다.

최악에는 STX 계열사만 살리고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쓰러지는 것은 막지 못할 수도 있다. 채권 은행단은 이왕 자율협약을 승인한 만큼 협약 체결 과정을 빨리 진행해야 한다. 채권단에 자금 지원을 요청하고 지원금이 지역민 고용을 책임진 협력업체들을 살리도록 하는 것은 지역 정치인들의 몫이다. 정치권의 분발을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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