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김재원·김수미 부부

1년 6개월 전이었다. 남자는 소개팅을 했다. 이성적인 관계로 발전하지는 않았다. 가끔 얼굴 보는 사이로 지내기로 했다. 어느 날 소개팅 주선자였던 선배를 포함한 셋은 술을 한잔했다. 오지랖 넓은 선배는 그 자리에 다른 여자 후배를 불렀다. 남자는 이미 술 한잔 들어간 상태였지만, 이때부터 정신이 맑아졌다. 여자는 성격이 털털하고, 웃음소리도 호탕했다. 자기 이야기를 속사포처럼 늘어놓는 모습이 꽤 귀여웠다.

그날 술자리 이후 남자는 선배에게 '다리 좀 놓아 달라'는 부탁을 했다.

   

선배는 각각에 대해 생각했다. 여자는 예술적 끼가 많고, 자유분방하다. 그런 계통 남자가 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남자는 평소 매너 좋기로 소문나 있다. 무역 분야에서 일하는 직장인이다. 각각은 나무랄 데 없지만, 함께인 둘은 그리 썩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싶었다.

물론 기우였다. 지난 6월 1일 남자 김재원(34) 씨, 여자 김수미(28) 씨는 부부가 되었다.

첫 만남 이후 재원 씨는 선배로부터 팁을 얻었다. 수미 씨는 먹을거리에서 큰 즐거움을 얻는다는 것이었다. 재원 씨는 '고기 한번 굽죠'라는 미끼를 던졌다. 수미 씨는 역시나 그 미끼를 덥석 물었다. 물론 호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만남에서 저도 좋은 느낌을 받았어요. 뭐랄까, 한번은 더 만나야 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시 만났는데 마음 씀씀이가 예뻤어요. 그리고 저에게 없는, 부지런하고 성실해 보이는 모습들이 참 좋았어요. 만날수록 진국인 그런 사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죠."

연애는 그렇게 시작됐다. 열정적인 데이트를 했다. 그런데 재원 씨 처지에서는 좀 어려움이 있었다. 수미 씨는 방송국 작가로 일했다. 하루 생활 방식이 일반 직장인과 비교하면 자유로운 편이었다. 반면 재원 씨는 출퇴근 시간을 맞춰야 하는 전형적인 샐러리맨이었다. 재원 씨는 새벽 두 시까지 데이트하고, 6시에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해야 했다.

"연애를 시작한 봄에는 견딜만했는데, 여름이 되니 체력적으로 좀 힘들기는 하더라고요. 그래도 늘 조금이라도 더 같이 있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 없었죠. 사실 사회생활에 조금씩 지쳐 갈 때 즈음 수미를 만났거든요. 수미 덕에 그 시기를 잘 이겨낼 수 있었죠."

별다른 대화 없이 1시간 넘게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면서 결혼에 대해 고민할 시기가 찾아왔다.

   

"오빠는 이미 준비가 돼 있었죠. 사실 저는 이전까지 결혼에 대해 큰 생각을 하지 않았어요. 결혼은 현실이라는데, 제가 현실적인 감각이 좀 없는 편이거든요. 하지만 오빠를 만나면서 같이 살아도 되겠다는 확신이 섰죠."

수미 씨는 프러포즈 때를 떠올렸다. 재원 씨는 머쓱해한다.

"오빠는 감수성이 아주 풍부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프러포즈할 때 스스로 감동해서 눈물을 흘리더라고요. 정작 저는 안 울고 말이죠. 그때 말고도 몇 번 눈물 흘린 적이 있어요. 편지 같은 거 주고 받을 때 한 번씩 그랬죠."

둘은 공통점이 있었다. 어른들에 대한 정이 유달리 깊다.

"부모님께서 맞벌이를 하셔서 둘 다 어릴 때 할머니 손에서 자랐죠. 그래서 어른들을 좋아하고, 어렵지 않게 대하는 공통점이 있어요. 저는 결혼 전에도 오빠 집에 자주 가서 어른들과 편하게 식사하고 그랬죠."

닭살 돋는 애칭이 빠질 수 없다. 재원 씨는 수미 씨를 '보들이'라 부른다. 볼이 보들보들해서 그렇단다. 수미 씨는 재원 씨를 '대왕다람쥐'라 한다. 그리 크지 않은 체구에 날렵하다 해서 그리 이름 지었다.

요즘은 주변으로부터 갈수록 닮아간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수미 씨는 이렇게 말한다.

"같은 생각을 하고, 함께 비슷한 표정을 짓고, 말투도 따라 하다 보니 그렇게 되는 것 같네요. 사실 함께 맛집을 찾아다니다 보니, 오빠가 살이 좀 쪄서 저처럼 볼이 좀 통통해진 것도 있어요. 하하하."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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