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공무원]양병호 함양군 산림녹지과 산림보호업무담당

"산불조심 기간은 끝났지만 함양은 국립공원 1호인 지리산과 10호인 덕유산 등 1000m가 넘는 고산준령이 즐비해 겨울과 봄이면 긴장의 연속입니다."

함양군청 산림녹지과 산림보호업무담당 양병호(45·사진) 씨는 맑은 하늘을 보며 '오늘은 가족과 나들이하기 정말 좋은 날'이라는 생각도 잠시, 들에서 일하는 주민이 폐기물을 소각하는 일이 없어야 할 텐데, 함양에 온 나들이객들이 산에서 취사를 하지 않아야 할 텐데 걱정하며 산불 상황실을 살펴본다.

"올해는 봄 가뭄이 길어 공무원 비상근무도 주말마다 계속되고 있습니다. 건조주의보가 며칠째 계속되니 모든 것을 총괄하는 산불 상황실은 힘든 하루하루가 반복되지만 이것이 나의 길이고 사명이라 다짐하면서 이왕 하는 일,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받아들이고 내가 먼저 하자고 생각합니다."

   

해마다 11월 1일부터 다음해 5월 15일까지는 산불방지 대책기간으로 산림보호를 책임지는 부서는 하루도 쉬지 않고 예방에 매달린다. 산불예방 근무가 아닌 본연의 업무는 비 오는 날이나 흐린 날에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기에 하루라도 마음 편하게 쉰 일이 없이 긴장 속에서 일하는 것이 일상화되어 버린 지 15년이다.

상황실 운영팀장인 양 담당은 상황실에 들어서면 비상근무자 명단 확인, 산불전문진화대원 출동준비태세 점검, 읍·면 산불감시원 근무지 모니터링, 읍·면별 각 초소 동정 확인을 시작으로 산불방지대책본부와 읍면 상황실이 정상 운영되는 것을 확인한다.

또한 산불상황정보시스템과 산불방지통합시스템을 통해 각종 정보를 확인하고 중점 강조할 사항들을 읍·면 산불감시원 초소 조장들에게 전달한다.

상황실에서는 산불발생이 신고되면 군청 산불전문진화대원을 현장으로 보내고 상황 전파를 한다. 산불이 확산할 때 상황 판단에 따라 인명피해도 있을 수 있으므로 읍·면 산불감시초소 기동산불감시원과 마을이장, 새마을지도자 등 비상연락체계를 통해 현장 상황 파악을 한다. 또 산림녹지과 직원 출동과 더불어 현장 상황이 여의치 못하면 헬기지원 요청, 군청기동타격대원 출동, 군청 전 직원 출동, 관계기관 협조 요청으로 확대한다.

이 모든 것은 현장 경험이 많은 상황실 팀장이 직접 수행해 산불진화와 인명보호를 동시에 하는 것이다.

늘 조심하고 있지만 산불은 생각보다 가까이 있다.

올 들어서도 함양읍 죽림리 산불, 안의면 신안리 산불, 안의면 삼산리 산불, 백전면 오천리 산불 등이 발생해 양 팀장을 긴장시켰다.

특히 지난달 13일 백전면 오천리에서 발생한 산불은 초속 10m의 매우 강한 바람이 불어 자칫 대형 산불로 확산할 우려가 높았다.

이에 양 팀장 등은 신고 접수와 동시에 산림청에 헬기를 요청해 함양항공관리소 헬기를 즉시 출동하게 하고, 인근 양산·익산항공관리소 헬기까지 추가 요청해 진화했다.

"대형 산불이 예상돼 관계 기관에서도 바짝 긴장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일 피해 조사결과 산림 피해는 0.2ha에 불과해 산림청과 경상남도 산불방지 상황실에서도 깜짝 놀랐을 정도입니다. 요즘은 산불감시원이 산불상황과제시스템을 작동하면 산불이 발생한 GPS 좌표가 산불예방 상황실이 설치된 함양군, 경상남도, 산림청에 동시에 통보되어 상황실에서 즉시 확인과 조기출동으로 산불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전환돼 산불을 조기 진화하고 있습니다."

1993년 산림청에서 공직을 처음 시작한 양병호 팀장은 부모가 있는 고향 함양군청으로 발령받은 지 15년이 됐다. 산림 공무원으로 평생을 바친 산림 지킴이가 바로 양 팀장이다.

"그동안 난관도 많았습니다. 화재 예방은 몇 사람이 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업무의 특성상 하루도 쉬지 못하고 긴장 속에서 일을 하다보니 가족들에게 미안한 점도 많습니다. 하지만 함양군은 군 면적의 78%가 산지입니다. 산림을 지키는 것은 즉 함양군을 지키는 것입니다."

양 팀장 등은 2011년 대봉산 생태 숲 조성사업, 지역주민 소득사업인 산양삼 식재사업, 산림을 가꾸는 장기 산림경영사업 등을 추진했다. 또 지금은 함양산삼축제가 제10회째 맞아 정착단계이지만 행사 초기 예산과 인력부족의 어려움 속에 제2회부터 제6회 축제까지 기획과 행사 추진 실무자로서 기반을 다지는데 수년간 역량을 발휘하는 등 함양군이 자랑할 만한 산림사업을 직접 추진해 이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산림청장과 도지사표창을 비롯해 지역숙원사업 추진 공로패 등을 받았다.

"산불이 나면 진화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산림을 미래자원으로 만들고자 복구 계획을 수립하고 조림을 해 산림을 가꾸고 지키는 일에 매진해야 합니다. 함양군 산림은 내가 지킨다는 천명으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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