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인문공동체 '공유공간 293' 운영하는 서한영교 씨

학생, 작가, 인문공동체 대표로 살아가는 청년 서한영교(31·사진) 씨. 그는 어머니 성을 같이 써 서영교가 아닌 서한영교로 자신이 소개되길 원했다.

내일 죽어도 '지금 이 순간'이 행복해 괜찮다는 사람. 삶에 관한 이야기보따리를 많이 가진 영교 씨는 웃는 모습이 참 푸근하다.

영교 씨는 대학에서 철학을 전공하고 있다. 지금은 창원대 철학과에 다니고 있지만 스무 살 때 서울 어느 대학 문예창작학과를 한 학기만 다니고 그만둔 적이 있다.

"문학이라는 앎에 대한 호기심보다 왜 내가 문학을 하려 하는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나에 대한 의구심을 풀려고 인도로 떠났죠."

막노동을 하며 여행 비용을 마련했다. 6개월간 녹초가 되도록 일해 1000만 원을 모았지만 괜한 욕심이었다. 100만 원이면 충분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며 인도에서 네팔로 갔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삶이 아닌 '내가 즐거운 삶'을 살기로 마음먹었다.

영교 씨는 언젠가 대안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쳐 볼 생각이다. 고교시절을 산청에 있는 '간디학교'에서 보낸 그는 교육이 가지는 힘을 경험적으로 알고 있었다.

"제도권 밖의 교육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어요. 틈날 때마다 강의를 하러 다니고, 탈학교 친구들과 고민을 나누죠."

교장선생님을 그냥 '희규 샘'이라고 부르고, 놀이터처럼 뛰어놀고 책보는 곳이 교무실이었던 '간디학교' 이야기를 그는 책으로 담았다. 책 제목은 <붕어빵과 개구멍>이다.

<붕어빵과 개구멍>에는 영교 씨가 스물 두 살이 되던 해 우리 밀로 붕어빵 장사를 하면서 만난 동네 사람들이 등장한다. 과학선생님은 예쁜 애들한테만 잘해준다는 어느 여중생의 푸념, 술 취한 아저씨가 자신은 못난 놈이 아닌데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는 한숨 섞인 넋두리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어린 시절부터 아버지가 장독에 숨겨 놓은 사회과학 책을 몰래 꺼내 보고, 대안 학교 선생님 책꽂이 앞을 떠나지 않았던 그는 독서광이다.

"스무 살이 되기 전에 책을 내는 게 꿈이었는데, 스물일곱에 우연히 '텍스트' 출판사 사장님과 자리하게 돼 출판 제의를 받았어요."

연말이면 서한영교 이름으로 된 두 번째 종이책이 세상에 나온다. 인문주의로 만화를 들여다 본 책이 나올 예정인데 주된 독자층은 청소년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간디학교 재학 경험 담은 서한영교 씨의 <붕어빵과 개구멍>

글을 쓰는 그가 책방 주인이 됐다. 지난 5월 18일부터 준비한 '인문만화책방 앗!'이 7일 문을 열었다. 창원대 우영프라자 옆 놀이터 앞에 있는 '공유공간 293' 한쪽에 자리를 마련해 책꽂이를 공유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공유공간 293'은 인문공동체를 추구하는 공간이다. 영교 씨는 공간의 공동 대표이기도 하다.

책꽂이에는 <싱크 SYNC>라는 인문만화교양지 시리즈가 가득했다. 'Sync'는 동조, 동시성이라는 뜻이 있다. '길찾기'라는 출판사는 책 소개란에 "인문, 역사, 철학, 교양, 시사 분야를 망라하는 국내 유일무이의 만화교양지다. 다양한 시선과 풍부한 이야기, 주옥 같은 지식을 탐한다"고 썼다. <싱크 SYNC> 5월 호에는 5·18기념재단과 기획한 '망월'이라는 만화가 연재돼 있다.

"동네 주민들이 신기해하며 찾아옵니다. 주민들이 붙여준 공간 이름은 '방앗간'인데, 북적거리는 모습에 관심을 받고 있지요."

옛 시절 방앗간은 동네 사람으로 넘쳐났다. 쌀을 찧을 때, 묵은 쌀로 떡을 만들 때, 밭에서 타작한 참깨로 참기름을 짤 때 찾는 곳이 '방앗간'이다. 방앗간 주인은 누구네 집에 숟가락이 몇 개인지 알고 있었을 것이다. 갓 탄생한 인문공동체 '공유공간 293'이 사림동의 방앗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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