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72) 함안 별천계곡 그리고 무진정

숲과 계곡이 이제 막 그 자태를 뽐내기 시작했다. 눈부신 햇살도, 조금만 걸어도 땀이 나는 후텁지근한 공기도 신록의 그 품에 안기면 잠시 잊을 수 있다.

조금 더 깊숙이 여름으로 들어가면 숲이 주는 청량함이 한껏 그리워질 듯하다. 앞당겨 찾아온 더위 탓에 여행지를 계곡으로 점찍었다. 신록과 청류의 기운을 담뿍 받아올 참이다.

함안군 여항면 여항산 자락에 있는 별천계곡. 별천지를 연상케 하는 이름이 솔깃하다.

아니나 다를까. 여항면은 골이 깊고 공기가 맑은 청정지역으로 개발 바람이 비켜간 곳이다. 전원주택과 별장이 많이 들어서 청정 휴양지로도 이름이 나있다고 한다. 별천은 여항면 주동리에 있는 주주골이라 부르는 골짜기 끝자락에 있다. 조선시대 정한강 선생이 이곳의 경치가 하도 아름다워 '별천지'라 불렀던 데서 유래했다.

완만한 경사와 깊지 않은 물 웅덩이에 아이는 신이 났다.

별천계곡을 따라 도로를 달리다 보면 먼저 봉성 저수지가 우리를 반긴다. 별천계곡에서 흘러내려 오는 맑은 물이 찰랑거린다.

그리 넓지 않은 주차장. 주차장 앞에는 잠시 쉬어갈 수 있는 의자와 함께 조그마한 공원이 마련돼 있고, '6·25 격전 함안민안비'가 세워져 있다.

여항산 일대는 6·25 전쟁 때 미군 제25사단과 함안군민이 적군 2만 명과 치열한 전투를 벌였던 곳으로 1988년 1월 여항산 입구(여항면 주서리 산 62-1)에 민안비를 세웠다. 그러나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시행한 함안지구 농촌 용수 개발사업으로 도로에 편입돼 2009년 11월 이 곳(여항면 주동리 483-1)으로 이전했다.

별천계곡을 찾으려면 이 주소로 찾아오는 것이 빠르다. 함안민안비가 보이면 주차할 곳을 찾으면 된다. 여느 계곡처럼 등산이 필요 없다. 주차장에서 조금만 오르면 곧바로 계곡이다.

사실 계곡이 아무리 아름답고 볼거리가 많아도 접근이 어려우면 '그림의 떡'이다. 특히 아이들을 데리고 계곡에 올라갈라치면 단단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별천계곡은 울퉁불퉁 길이 험하지도 않고 계곡의 경사가 완만하다. 너른 돌들이 펼쳐져 있어 오르기도 쉽고 아무렇게나 편히 앉을 수 있다.

계곡 초입에는 풀장 같은 너른 소가 있다. 초등학생 정도 되면 물장구를 치고 놀 수 있을 정도로 깊지 않다. 계곡의 찬물이 쉼 없이 흘러 만들어낸 소이다. 별천계곡은 크고 작은 소가 계곡을 따라 이어져 있는 것 특징이다. 계곡 양 옆을 둘러싸고 시원스레 뻗은 나무들이 계곡을 향해 머리를 숙이고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

별천계곡 주차장 입구에는 '6·25 격전 함안 민안비'가 세워져 있다.

오토캠핑장만큼의 시설은 아니지만 발을 물에 담그고 물놀이를 즐기기에 괜찮다.

일찌감치 텐트를 친 야영객들이 계곡물 언저리까지 다가가 평평한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한껏 여유를 부리고 있다. 물장난으로 흠뻑 몸이 젖은 아이들과 어른들의 모습도 보인다.

누군가 만들어 놓은 평상이 짙게 드리운 그늘 밑으로 몇 개 놓여 있다. 시원한 물줄기 소리에 귀를 맡기고 평상 위에 몸을 뉘었다. 새삼 자연이 주는 선물이 고맙다.

유독 짙은 검정의 나비들이 계곡 주변을 날아다니자 아이는 바쁘다. 처음엔 물고기를 잡겠다고 겁 없이 계곡 속으로 발을 디디더니 이젠 계곡 주변에 찾아온 곤충들 관찰에 여념이 없다. 계곡물에 담가 놓은 수박 한덩이 뚝딱 해치운다면 올여름 더위쯤이야 쉬 견딜 수 있지 않으랴.

'무진정'은 조삼 선생이 함안면 괴산리에 직접 지은 정자다.

◇무진정(無盡亭, 함안군 함안면 괴산리 547) = 별천계곡에서 반나절 정도 여유를 즐긴 다음 잠시 들른 무진정. 무진정은 조삼 선생께서 후진을 양성하며 여생을 보내려고 함안면 괴산리에 직접 지은 정자다. 자신의 호를 따라 무진정이라 이름 지었다. 도로 바로 옆에 이런 절경이 펼쳐지리라 생각지 못한 탓에 더욱 그 경치가 감탄을 자아낸다. 연못과 어우러진 돌다리는 한 폭의 그림이다. 돌다리를 걸어 정자에 올라가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온다. 이런 곳에서 책을 읽는다면 시간 가는 줄 모를 것 같다. 산책하듯 휘 둘러보고 가기 좋은 곳이다. 

<별천계곡 안내>

△찾아가는 길 = 자가용을 타고 온다면 여항면 사무소에서 우회전해 봉성저수지 1.5km를 지나면 주서리 별천계곡에 도착한다.

△지역 내 교통 = 버스는 하루에 5번 운행된다. 가야읍 버스터미널에서 오전 6시 40분, 오전 11시 30분, 낮 12시 10분, 오후 4시, 오후 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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