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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다 맛있다 믿을 수 있다…서로 행복하다

[경남맛집]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벗바리 행복한 밥상'

김두천 기자 kdc87@idomin.com 2013년 06월 12일 수요일

'맛집'의 개념은 무궁무진하다.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타당한 맛을 내는 집을 꼽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맛보다는 수더분한 웃음 넉넉한 주인장 인품을 높게 사는 사람도 있다. 메뉴는 다양하지 않아도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고 천연재료만으로 정직한 음식을 싸게 내놓는 집을 으뜸으로 치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맛집이 지녀야 할 조건을 두루 갖춘 데다 함께 사는 세상을 만드는 작지만 소중한 작업을 해 나가는 집이 있다고 해서 찾았다.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벗바리 행복한 밥상'(이하 벗바리). 이곳은 (사)경상남도 장애청소년문화교육진흥센터(이사장 손명숙·이하 장문교)에서 설립 운영하는 '착한 밥집'이다.

장문교는 발달장애 청소년과 성인 발달장애인들에게 교육, 문화, 직업, 사회참여 활동 프로그램을 지원해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자질과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돕는 단체다.

많은 발달장애인이 사회에서 역할을 하고 있지만 부품 조립이나 제품 포장 등 단순반복 작업이 대부분이다. 직업 활동으로 자아실현 계기를 만들기엔 아직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벗바리는 일상생활 속에서 발달장애인이 가질 수 있는 직업군을 개발해 문화 생활과 사회 참여가 함께 이루어지는 직업 활동을 보장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직업도 직업이지만 발달장애인과 지역사회 간 호흡을 중요시한다.

   
  벗바리를 꾸려가는 사람들.왼쪽부터 김수자 코치, 박성진, 안현정, 우동현, 손명숙 이사장.  

벗바리는 '겉으로 드러나지 않고 뒤에서 보살펴 주는 사람'이라는 뜻을 지녔다. 현재 벗바리는 두 명의 발달장애 청소년과 그 부모,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잡(Job) 코치 등 4명이 함께 운영하고 있다.

운영을 총괄하는 안현정 씨는 발달장애 청소년의 엄마다. 안현정 씨는 벗바리를 운영하기 위해 개점 3개월 전부터 각고의 노력을 해왔다.

장문교 식구들을 불러놓고 7~8차례 시식회를 열 정도로 정성을 들였다. 시민사회단체를 운영하는 이들의 까다로운 음식 선택과 높은 입맛을 맞추기가 여간 힘든 것이 아니었다.

장고 끝에 정해진 메뉴는 비빔밥, 시락국밥, 수제비, 국수 네 가지. 착한 밥상을 지향하는 만큼 화학조미료를 일절 쓰지 않고 모두 천연재료만을 이용해 음식을 만든다.

"화학조미료는 없어요. 집간장, 집된장, 매실진액 조금, 서해안에서 직접 공수하는 천일염이 다죠. 비빔밥에 쓰이는 고추장은 벌써 1년치를 직접 담가 보관해 놓았고요. 장문교는 사단법인이다 보니 주인의식을 가진 사람이 많아요. 장문교 식구들과 발달장애 청소년 부모들이 수시로 들여다보니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들지 않으면 안 돼요."

   
  벗바리의4가지 메뉴상차림.  

각종 식자재는 전부 상남시장에서 들인다. 안현정 씨가 매일 아침 그날 쓸 분량을 정해 직접 보고 신선한 것만 구매해 오니 신선도나 안전성에 전혀 문제가 없다.

넓은 주방은 사람들이 내부를 볼 수 있도록 훤히 드러나 있어 조리 과정을 속일 수도 없다. 덕분에 늘 청결하고 위생적인 주방을 유지할 수 있다. 손님들이 벗바리 음식을 믿고 먹을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져 있는 셈이다.

벗바리 메뉴는 대부분 국물 음식. 때문에 질 좋은 육수를 내는 것이 생명이다.

"멸치, 무, 땡초, 명태머리, 표고 말린 것, 다시마, 파 몸통 등이 들어가죠. 음식 장사는 처음이에요. 그래서 국물을 내는 것도 얼마나 어려웠는지, 말도 못해요."

벗바리 음식은 시원하면서도 진한 육수 맛이 일품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육수를 기본 베이스로 수제비, 국수, 시락국을 만들어 낸다.

손으로 직접 반죽해 손으로 떼어 만드는 수제비. 수제비에 드는 밀가루는 찹쌀밀가루로 중력분을 쓴다.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어 씹는 맛이 좋다.

비빔밥에는 느타리버섯, 미나리, 호박, 콩나물, 무채 등이 들어간다. 흰색 나물은 천일염으로, 색깔 나물은 집간장으로만 간을 해 채소 본연의 향을 최대한 살리고 간은 슴슴하게 했다.

상큼한 여름 내음이 코끝을 간질인다. 나물들은 계절에 따라 제철 나물로 만들어 쓰니 사철 색다른 맛을 즐길 수도 있다.

말투는 조금 어눌하지만 만면에 웃음을 잃지 않으며 적극적으로 서빙을 하는 발달장애인 박성진, 우동현 씨. 안현정 씨는 언젠가 자신이 자리에 없을 때 이 아이들이 직접 요리를 할 수 있는 그날을 목표로 일을 한다고 했다.

"아이들이 직접 요리할 수 있는 데까지 돕는 게 궁극적인 목표입니다. 쉽게 이뤄질지는 모르지만 이제 시작이라는 마음으로 매일 아침 정신을 가다듬습니다. 벗바리에서 완벽하게 적응하면 발달장애 청소년들도 빕스로 아웃백으로 나가 사회와 융합될 수 있다는 모델을 만들고 싶습니다."

   

언젠가 이토록 간절히 바라는 목표가 이뤄지는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메뉴 및 위치>

◇메뉴: △비빔밥 △국수 △시락국밥 △수제비 각 4000원.

◇위치: 창원시 성산구 사파동 105-12번지(드림캐슬상가 맞은편 지하 1층). 055-282-2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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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천 기자

    • 김두천 기자
  • 창원시청과 시의회를 담당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