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팬오션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STX팬오션은 지난해 말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후 매각을 추진해 왔고, 4월에는 2대 주주인 KDB산업은행에 기업 인수 의사가 있는지 타진했지만 성과를 내지 못했다. STX팬오션은 주채권은행이기도 한 산업은행에 2000억 원의 지원도 요구했지만 이마저 거절당함으로써 국내 최대의 벌크 해운사라는 명칭은 옛말이 됐다. STX팬오션은 STX건설에 이어 법정관리를 신청한 STX 계열 회사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STX조선과 함께 그룹을 이끌어온 중심축이라는 점에서 구성원들이 받는 충격이 크며, 회사를 매각한 대금으로 빚을 갚고 조선업 중심으로 사업을 조정하려고 한 STX 측의 구상도 빗나갔다. 경남 도민들이 회생을 위해 애쓰고 있는 다른 계열사들의 행보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지 걱정스럽다.

산업은행이 STX팬오션에 대한 예비 실사를 통해 확인한 것은 심각한 부채 규모였다. 2012년 기준으로 이 기업의 부채는 5조 3712억 원에 이른다. 그러나 정부가 산업은행에 회생하기 어려운 기업을 인수하도록 강권했다는 뒷말이 무성하여 개운치 않다. 금융감독원이 1조 2000억 원에 이르는 STX팬오션의 회사채 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신용보증기금 등을 내세워 회사채를 인수하게 할 것이라는 말도 나돈다. 앞서 (주)STX를 비롯한 4개 계열사가 채권단으로부터 자율협약을 승인받은 것도 정부의 입김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일련의 의혹이 사실이라면 정부가 시장경제 원리를 스스로 거스른 것으로, 박근혜 대통령 임기 초기를 감안하여 부실기업과 망해가는 기업의 투자자들을 보호하는 데 무리수를 썼다는 의혹을 비켜갈 수 없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업은 법원과 채권단의 뜻에 따라 기업 회생이나 청산 중 하나가 주어지게 된다. 다행히 회생의 길이 열리더라도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며, STX팬오션도 이를 천명한 바 있다. 그러나 2600여 명의 STX팬오션 임직원들에게 구조조정은 고용 위기의 다른 말이기도 하다. STX팬오션은 채권단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라도 강력한 인적 구조조정을 추진할 것이 확실하다. 정부가 관심을 기울일 일이 있다면, 이익에 따라 움직이는 투자자들의 손해가 아니라 생존권 위기에 직면한 직원들의 고용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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