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조용호·이지은 부부

"처음에는 젊다는 게 부끄러웠어요. 하지만 이제는 더 자신 있어요."

어리지만 절대 약하지 않은 두 남녀가 만나 사랑을 싹 틔웠다. 철없다는 소리도, 겁 없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우려의 눈빛들을 조금씩 바꿔갔다. 당차게 아이를 키우고, 사랑으로 가정을 꾸렸다.

첫 만남이 있고 나서 어느새 7년. 조용호(25)·이지은(24) 부부는 잠시 뒤를 돌아봤다. 참 빨리도 왔다 싶다.

용호 씨와 지은 씨는 한동네에서 자랐다. 그리 크지 않은 동네였기에 한두 살 터울은 웬만하면 안면이 있었다. 하지만 둘 만큼은 서로 알지 못했다. 그저 그런 '동네 사람'으로 남을 수도 있었던 둘. 먼저 인연의 손을 뻗은 건 지은 씨였다. 지은 씨가 열여덟 살 때였다.

어느덧 6년차 부부가 된 조용호·이지은 씨 부부와 딸 가연 양.

"멀리서 오빠를 몇 번 봤었어요. 또래들과 섞여 있었는데도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첫눈에 반한 건 아닌데 이상하게 끌렸어요."

지은 씨는 그와 같은 상황을 몇 번 더 겪었지만 용호 씨를 쉽게 잊을 수 없었다. 결국 친구를 통해 용호 씨 연락처를 알아냈다.

"모르는 번호로 문자가 왔었어요. 문구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기분이 묘했었죠. 이후 몇 번 문자를 주고받으며 집사람 이름과 나이를 알았죠. 별 거리낌 없이 친해졌어요."

문자를 거듭할수록 둘은 가까워졌다. 덩달아 지은 씨를 향한 용호 씨 관심도 커졌다. 그러면서 억울한 점도 생겼다.

"지은이는 절 지켜봐 왔다고 하지만, 저는 얼굴조차 몰랐어요. 괜히 혼자 답답한 느낌이었죠."

이에 이번에는 용호 씨가 먼저 움직였다. 사는 동네와 이름, 나이 등을 조합해 '미니홈피' 검색에 나섰다.

동명이인을 몇 번 거치고 나서야 '진짜 지은 씨 홈페이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떨리는 심정으로 클릭한 '사진첩'. 문자를 주고받을 때 느꼈던 재기 발랄함이 그대로 묻어 있었다.

더는 문자로만 연락할 이유가 없었다. 약속을 잡았고 자연스레 대면했다. 그저 수줍기만 했었던 감정에서 사랑을 발견했다. 방과 후 집에 데려다 주며 손을 잡고 발걸음을 맞췄다. 데이트 아닌 데이트도 자주 즐겼다. 함께 강가를 걷고, 노래방·오락실을 가는 등 학생들만의 '풋풋한 만남'을 이어갔다.

딸 가연 양.

"정식 고백은 없었지만 사귀는 거나 다름없었어요. 그래도 내심 오빠가 먼저 말해주길 기대했죠."

하지만 기대는 오래가지 못했다. 더는 참지 못하고 지은 씨가 다시 한 번 먼저 손을 내민 것이다. 이미 누가 먼저인지는 딱히 중요하지 않았기에 담담하게 고백했다. 물론 곧바로 '환호'가 터져 나올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용호 씨 반응이 심상치 않았다. 당장 받아들일 줄 알았던 용호 씨가 한발 물러선 것이다. 이윽고 '그냥 좋은 오빠 동생으로 지내자'는 말이 새어나왔다.

"무슨 일 인가 싶었어요. 오빠가 나를 어떻게 생각했는지 알 수 없었고요. 충격이었죠. 그동안 혼자서만 좋아한 건 아닌가 싶었어요."

용호 씨 생각은 달랐다. 좀 더 신중해야 했다.

"당시 서로 준비하는 일이 많았어요. 특히 저보다 지은이가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고, 더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죠. 제가 괜히 지은이 앞길에 걸림돌이 되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물론 좋았죠. 그렇다고 제 마음대로 행동할 순 없었어요."

이후 어색한 만남과 문자가 몇 번 이어졌다. 지은 씨는 '차였고', 용호 씨는 '거절'했지만 두 사람 모두 쉽게 떠나지 못했다. 여전히 애정이 있었고, 만남이 있었다.

결국 다시 용호 씨 차례였다. 용호 씨는 진심을 담아 그동안 해왔던 생각을 털어놨다. 그리고 미처 하지 못했던 고백을 했다. 남몰래 속이 썩었던 지은 씨도 그 마음을 잘 이해해줬다. 둘은 '진짜 연인'이 됐다.

둘은 그 만남을 소중하게 키웠다. 그사이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새로운 모습들을 차차 알았다. 마냥 당찬 여자인 줄 알았지만 뜻밖에 수줍음이 많은 지은 씨와 박력 있는 용호 씨. 서로 알아가는 재미도 쏠쏠했다.

깊은 사랑은 뜻깊은 결실로도 이어졌다. '어리지만 당찬 부모'가 된 것. 물론 많이 놀랐다. 그렇다고 서로에게 상처 주는 일은 없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헤어질 사이는 더더욱 아니었다. 둘은 행복한 가정을 꾸리기로 했다. 용호 씨가 졸업을 코앞에 둔 때였다.

딸 가연 양.

어느덧 둘은 결혼 6년 차 '젊은 베테랑' 부부다. 이제 사회에서 당당히 제 역할을 다하는 용호 씨와 훌륭한 어머니가 된 지은 씨.

함께 달려온 날을 돌이켜보고 앞으로 함께 할 더 많은 날을 기약하는 일은 두 사람에게 축복이었다.

"오빠가 그동안 고생이 많았어요. 덕분에 남부럽지 않은 가정을 꾸릴 수 있었고요. 이제 더 행복해져야죠."

용호 씨도 각오가 남다르다.

"아직 정식으로 프러포즈를 못 했어요. 지금 계획 중인데 지은이 몰래 잘 준비해야죠. 고생 많았던 지은이를 정말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요. 가장으로서 책임도 다하고요. 우리 딸 가연이랑 지은이. 세 가족이 알콩달콩 재밌게 살아야죠."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