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채권은행 산업은행 인수거부 '결정타'…조선업 중심 그룹 재편 차질 전망

국내 3위 해운회사인 STX팬오션이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난해 말부터 STX팬오션 매각을 추진해온 STX그룹은 해운업황의 지속된 불황과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의 입장 번복 등으로 매각에 실패한 채 끝내 법정관리의 길을 가게 됐다.

이에 따라 STX팬오션 매각 대금을 조선업을 중심으로 한 그룹 재편 정상화 작업에 투입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으로 돌아갔다.

◇STX팬오션 부채 4조 4000억 원 = STX팬오션은 이날 회사재산 보전처분과 포괄적 금지명령도 함께 신청했다.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 채권자들은 회생절차 개시까지 채권을 강제집행할 수 없다. STX팬오션은 2∼3주 뒤 법원 관리하에 기업회생절차를 밟게 된다. 일정한 금액 이상의 채무를 갚을 때는 법원 허가를 받아야 하며 회생계획에 따라야 한다.

STX팬오션의 부채는 선박금융 2조 5000억 원, 회사채 1조 2000억 원, 은행 채권 7000억 원 등 4조 4000억 원에 달한다. 만기 시기별로 보면 올해 10월에 2000억 원 규모 회사채가 만기가 돌아오고 내년 상반기에 3000억 원, 내년 하반기 2500억 원, 2015년 상반기 3500억 원 등이다.

◇STX 그룹 해체 가속화 = STX그룹에선 지난 4월 STX건설에 이어 STX팬오션이 두 번째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지주회사인 ㈜STX와 계열사인 STX조선해양, STX엔진, STX중공업은 채권단 자율협약 동의를 받았고, 시스템통합(SI)업체인 포스텍도 자율협약을 신청해놨다. STX에너지와 해외 계열사인 STX프랑스, STX핀란드, STX다롄조선 역시 매각이 추진되고 있다.

STX팬오션의 법정관리가 받아들여지면 대주주 감자, 법정관리인 파견 등으로 그룹과 연결고리가 끊어지는 수순을 밟게 된다. STX팬오션은 ㈜STX가 27.36% 지분을 보유한 최대 주주이고 14.99% 지분을 가진 산업은행이 2대 주주다. 또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이 그룹 전체 매출의 70%가량을 차지하는 주력 계열사였다는 점에서도 STX팬오션의 법정관리행은 그룹 해체의 본격화란 상징성을 띤다.

◇채권단 "그룹 구조조정에 미칠 영향 적다" = 채권단은 이번 법정관리가 STX 그룹의 구조조정에 직접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류희경 산은 기업금융 담당 부행장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갔다고 해서 다른 계열사의 구조조정에 차질이 생긴다고 얘기할 수 없다"며 "계열사 간 지급보증도 별로 없다"고 설명했다.

팬오션의 법정관리로 영향을 받는 곳은 1000억 원 어치의 유류수입 대금(상사 채권)을 받지 못하는 지주회사 ㈜STX, 팬오션으로부터 25척의 선박 제작을 수주한 STX조선해양 정도다. 채권단 관계자는 "팬오션이 다른 계열사와 채권·채무 관계로 얽혀 있지만 규모가 크지 않고 상계 처리하면 된다"며 "법정관리에 들어가도 그룹 전체 재무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STX조선해양 관계자도 "STX팬오션의 법정관리 신청이 STX조선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만큼 심각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채권단 자율협약 절차를 밟는 포스텍·㈜STX 등 지주사와 조선해양·중공업·엔진 등 다른 계열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소지는 다분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한편, ㈜포스텍 협력사 450여개 업체 대표는 지난 7일 우리은행, 경남은행, 부산은행 등 채권단과 창원시청, 경남도청, 창원상공회의소 등 관계기관을 방문해 '포스텍 경영정상화 조속지원 촉구 탄원서'를 각각 제출했다.

이들 협력사는 포스텍 채권단의 자율협약 체결 지연으로 포스텍으로부터 받아야 하는 채권이 장기간 미수됨으로써 사실상 파산위기에 직면했다며, 조속한 자율협약 체결을 통한 협력사 회생을 호소했다.

/이수경 기자·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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