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49) 사천 '그리운 순이농원' 이현순 대표

하우스를 잠시 기웃거리는 사이 이미 오감은 짙은 과일 향에 취해 버렸다.

'그리운 순이농원'이라는 업체명은 이현순(48) 대표의 이름에서 따왔다.

"친구들이 '순이농원'이라는 이름을 추천했어요. 촌스러운 이름이라 좋잖아요. 그런데 전국에 순이농원이라는 이름이 많았습니다. 촌스러운 김에 더 촌스럽게 하자 싶어 '그리운 순이농원'이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이현순 씨의 농사 경력은 올해로 25년째. 이미 결혼 전 젊은 시절부터 여성 농어민 후계자로 선정돼 지역 농업인들을 위한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추토마토 도입 6년째 = 그리운 순이농원은 1만 5000㎡(4500평), 하우스 14개 동에서 대추토마토와 딸기를 재배하고 있다. 대추토마토는 동글동글한 일반 방울토마토와 달리 대추처럼 기다랗게 타원형으로 생겨 그렇게 이름 붙었다.

대추토마토를 키운 것은 올해로 6년째이다.

'그리운 순이농원' 이현순 대표가 대추토마토를 포장하고 있다.

"이전에는 딸기 후작으로 수박을 재배했습니다. 하지만 남들과 다른 것을 하고 싶어 다른 작목을 찾았습니다. 그러다 작목반에서 토마토를 많이 재배하는 부여에 견학을 갔다가 이거다 싶었습니다. 시험재배를 해보니까 딸기보다 더 매력이 있더라고요. 딸기는 열매를 보기까지 기간이 긴데 토마토는 정식 후 2개월 만에 수확할 수 있습니다."

포장도 딸기보다 편하다. 딸기는 자칫 물러질까 봐 손자국 하나도 조심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딸기를 포기할 생각은 없다. 시아버지 때부터 계속 해왔던 작목인데다 가격도 더 좋기 때문이다.

"일반 방울토마토는 하고 싶지 않았어요. 대추토마토였기 때문에 도입했습니다. 대추토마토는 육질이 단단하고 껍질이 얇아 입에 넣었을 때 많이 남지 않아 깔끔함이 느껴져요. 또 일반 방울토마토보다 당도가 높고 저장성이 강하죠."

이곳에서는 4월 딸기 육묘를 해 9월 초 정식한다. 그러면 11월 중순부터 다음 해 5월 말까지 딸기 수확이 가능하다. 딸기 후작으로 대추토마토를 키운다.

"겨울에도 대추토마토를 찾는 고정 고객들이 있습니다. 이들을 위해 겨울에도 대추토마토를 2개동에서 재배하죠. 매주 정기적으로 대추토마토 택배를 받으시는 고객이 몇 분 계세요."

돈을 많이 벌려는 생각은 안 한다는 이 대표는 고객들에게 '마음'으로 다가서려고 노력한다. 그래서 김치를 담으면 단골 고객들에게 맛을 보라며 포장해서 보내기도 한다. 고객들도 이 대표의 마음을 알아 가격을 조금 인상해도 이에 연연하지 않고 정기적으로 주문한다.

◇"혼자서는 못 합니다" = 올해로 농사 경력 25년째인 이 대표이지만 "농사는 마음먹은 대로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폭우, 병해충 등 자연재해 위험이 언제나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2007년이었어요. 날짜도 잊어버리지 않아요. 9월 16일. 갑자기 폭우가 왔습니다. 딸기 정식을 하는데 딸기 고랑으로 물이 다 들어왔습니다. 어찌해야 할지 몰라서 왔다갔다하기만 했죠. 하우스 뒤에서 울기도 많이 울었습니다."

이 대표의 남편 김병근(52) 씨는 양돈을 하다가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하우스 일을 같이하고 있다.

물론 이전에도 하우스 일을 도왔지만 대부분 작업은 이 대표 몫이었다.

"하우스에 비닐을 씌우는 것도 장난 아닙니다. 남편이 큰 비닐을 올리고 중간에 고정해 놓고 가면 혼자서 마무리를 다 해야 했습니다. 요즘은 옛날만큼 일을 많이 안 합니다. 허리가 아파 2~3년 고생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힘든 일은 무리에요."

요즘은 서울에서 지내던 오빠 이인주(51) 씨도 같이 일한다. 직접 농사를 짓기 전 이곳에서 일을 배우라고 이 대표가 권했다.

이 대표는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을 많이 버렸다"고 밝혔다.

"남편과 같이 일을 하며 남편이 3개월가량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일하는 스타일이 다르다 보니 서로 마음고생을 많이 했죠. 안 되겠다 싶어 무조건 잘했다고 칭찬하기로 했습니다. 마음에 안 들고 거슬려도 마음을 비우니까 지금은 일을 믿고 맡기게 됐습니다. 앞으로 제가 큰 틀만 짚어주면 돌아가는 그런 농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대추처럼 타원형으로 생긴 '대추토마토'.

◇체험 농장으로 확대 = 농사를 지은 지 오래됐지만 이 대표는 요즘도 각종 교육을 많이 받으러 다닌다. 직접 농사와 관련된 교육도 받지만, 요즘은 마케팅 등 판매 관련 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체험농장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해부터 체험객을 받고 있지만, 관심을 둔 것은 7~8년 됐습니다. 농장에 사람들이 오는 것이 좋아서 기본은 알아야겠다 싶었습니다. 그래서 농촌교육농장 교육을 받았죠. 언젠가는 해봐야지 하며 관련 교육을 받으러 다녔습니다."

지난해 블로그 교육을 받고 11월 말 블로그 활동을 시작했다. 소소한 농장 소식을 블로그에 올렸다. 그것을 보고 사람들이 찾아왔다.

마음만 먹지 말고 사고를 치자는 생각에 올 2월부터 체험 신청을 받았다. 이후 다녀간 인원이 지금까지 2000명가량 된다.

지난 4월 24일에는 하우스에서 '그리운 순이농원과 함께 하는 작은 음악회'를 열었다. 이것 역시 반응이 좋아 내년에는 제대로 된 음악회를 여는 것이 꿈이다.

이곳 딸기 하우스는 일반 토경 재배 6동, 고설 양액재배 4동인데, 체험은 고설재배 하우스에서만 한다. 토경 재배는 인건비가 많이 들고 일이 힘들어 서서 일할 수 있는 고설재배로 변경해야 하지만, 비용이 만만찮다.

◇시설 개선이 목표 = "체험객을 받다 보니 부족한 점이 많은 것을 절감합니다. 주차시설도 부족하고 휴식시설도 부족합니다. 제일 문제는 날씨가 더운데 작은 하우스에서 딸기와 대추토마토 체험을 하는 것에 한계가 있습니다. 더 나은 시설에서 체험하도록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대표가 욕심내는 시설은 연동형 하우스이다. 연동형은 하우스 윗부분에 기계를 이용해 스크린을 치기 때문에 한여름에도 단동형에 비해 너무 덥지 않은 장점이 있다. 그만큼 비용이 많이 투입되기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또 가공업도 계획하고 있다. 딸기잼, 토마토즙 등으로 가공해 1차 산업인 농업을 2차 산업으로 확대하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이미 이곳 딸기잼은 지인들에게 인기 있다.

이와 함께 체험 프로그램 확대도 꿈이다.

"농업이 생산과 판매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농업도 지역 강제를 살릴 수 있습니다.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보니 정말 해야 되겠다는 마음이 듭니다. TV에서 76세인 유럽 농부를 본 적이 있습니다. 그걸 보고 나도 80세까지 저렇게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좋은 일도 많이 하고 싶어요."

<추천이유>

◇안미숙 사천시농업기술센터 농촌지도사 = 이현순 대표는 딸기·대추토마토를 주작목으로 친환경농법을 실천해 현대적이고 깨끗한 환경에서 시설원예 농사를 짓는 앞서가는 여성 CEO입니다. 2011년 농촌 교육농장으로 선정돼 자라나는 세대에게 농업에 대한 꿈과 희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딸기·대추토마토의 생육과정과 농산물 수확의 기쁨을 오감을 통하여 느낄 수 있는 체험으로 농업의 소중함과 먹거리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면서 그린투어리즘을 심어주는 선구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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