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난 주말] (71) 부산 다대포 몰운대

짭조름한 갯내를 실은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곳. 바다가 그리운 계절이 다가온다.

아직은 이르다고 생각했지만 웬걸. 바닷물에 발을 담그는 것이 소스라치게 차갑지가 않다. 오히려 무릎을 간질이는 파도가 시원하다.

길어진 오후가 지루하다면 아이 손을 잡고 훌쩍 떠나보자. 산보다는 바다가 좋겠고, 짙은 숲의 향기 속으로 들어가 번잡한 일상을 잠시 잊을 수 있으면 더욱 좋겠다.

숲길을 찾아, 그리고 바다를 찾아 떠난 곳은 부산 다대포 인근에 자리한 몰운대(부산시 사하구 다대1동 114번지). 지금 이곳을 찾는다면 적당한 그늘이 주는 잘 닦인 숲 길과 보드라운 모래를 맨발로 느끼며 한층 가까이 온 여름을 실감할 수 있다.

을숙도대교를 지나 다대포해수욕장으로 가는 길에 들어서면 아직 공사가 한창이다. 그렇다고 가는 길이 그리 정체되거나 복잡하지는 않다.

몰운대로 향하는 길은 잘 닦인 데크로드가 안내한다. 왼쪽에는 우거진 숲과 기암괴석, 그리고 오른쪽에는 신비를 품은 바다가 펼쳐진다.

주차장도 꽤 넓게 정비됐다. 조금만 서두른다면 어렵지 않게 주차할 수 있다.

몰운대는 부산의 등줄기 산맥인 금정산 끝자락이 대한해협으로 빠져들며 형성된 하나의 섬이다. 16세기까지만 해도 몰운도로 불리는 섬이었으나 낙동강에서 내려오는 흙과 모래가 쌓여 다대포 육지와 연결됐다.

몰운대는 부산의 전형적인 육계도(陸繫島, 육지와 가까운 무인도가 퇴적물에 의해 육지와 연결돼 육지화된 것)라 할 수 있다.

낙동강 하구 최남단에 있는 이곳은 안개와 구름이 낀 날 그 속이 잠겨 보이지 않는다 하여 몰운대(沒雲臺)로 불렸다고 한다. 임진왜란 때 이순신 장군의 선봉장이던 충장공 정운이 5000여 척의 왜선과 맞서 싸우다 순국한 곳이기도 하다.

몰운대로 향하는 길은 잘 닦인 데크로드가 안내한다. 왼쪽에는 우거진 숲과 기암괴석, 그리고 오른쪽에는 신비를 품은 바다가 펼쳐진다. 주차장에서 제1전망대→제2전망대 → 제3전망대까지 각각 132m, 122m, 6m씩 떨어져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해안길로 뽑힌 사하 갈맷길(몰운대길)은 경사가 완만해 아이와 걸어도 별 무리가 없다.

바닷바람은 시원하고 숲의 향기는 싱그럽다. 그뿐만 아니다. 전망대에서 바라보는 바다는 도시 속 텁텁했던 마음을 틔워준다. 데크로드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바다와 마주하며 한참을 서 있어도 지루하지 않다.

낙동강 물길을 따라 밀려 내린 모래와 흙으로 강과 바다 사이에 형성된 삼각주인 대마등과 장자도 등이 서북쪽으로 바라보인다. 남쪽으로는 부산 맨 끝에 해당하는 남형제도, 북형제도, 목도가 바라보이며 주위로는 동이섬, 쥐섬, 모자섬 등이 있다. 이들 섬은 몰운대의 풍경을 한층 돋보이게 한다.

몰운대 주변의 해안이 다른 모습인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오른쪽은 자갈마당(암석해안)이고 맞은편은 모래사장(사질해안)이다.

몰운대와 다대포 해수욕장 사이에 부교가 마련됐다. 묵직한 부교는 파도의 움직임에 적당히 흔들린다. 그곳에 걸터앉았다. 이곳은 아이들에게 더없는 놀이터다. 보드라운 모래가 발을 간질인다. 적당히 얕은 수심과 수생 동물들의 유혹에 아이는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바지를 걷어올리고 바닷속으로 들어간다.

조그마한 바닷게들이 부지런히 움직이고 이름 모를 물고기들은 아이들의 서툰 손길을 놀리기나 하는 듯 요리조리 피해 다닌다. 잔잔히 들어오는 파도와 맑은 하늘, 그 아래서 연방 뭔가를 찾아대는 아이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이 넉넉하다.

바닷물에 발을 담그고 모래 놀이와 물고기 잡기에 아이들이 신났다.

오후로 향하고 있지만 여전히 하늘의 태양은 강렬하다. 바다에서 반사된 햇볕 역시 따갑다. 하지만 뭔가를 잡기 전에는 바다에서 나오지 않을 기세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물고기들이 속을 태운다. 어느 순간 부모도 합세한다. 아이와 같은 눈높이에서 열심히 손을 놀린다.

멀리 보이는 다대포 해수욕장은 일찌감치 찾아온 사람들로 북적인다. 텐트를 치고 야영을 즐기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바닷가에서 실컷 놀고 나서 다대포 '꿈의 낙조 분수'를 찾아 공연을 즐기는 것도 잊지 말자. 아직 체험 분수를 즐기기는 이른 감이 있지만 여름철(5∼8월) 평일 오후 8시와 주말 오후 8시와 9시, 회당 20분씩 분수가 화려한 조명과 음악에 맞춰 춤을 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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