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109) 찰스 다윈의 예언과 생물다양성

이솝 우화에 '여우와 두루미' 이야기가 있다. 두루미를 초대한 여우는 음식을 넓은 접시에 담아서 식탁에 내놓았다. 두루미는 주둥이가 길어서 접시에 있는 맛있는 음식을 먹지 못했으나 여우는 핥으면서 맛있게 먹었다. 두루미는 서운한 감정을 가지고 집에 돌아와서 여우를 답례차 식사에 초대하기로 마음먹었다. 여우를 초대한 두루미는 긴 호리병에 맛있는 음식을 담아서 내놓았다. 여우는 짧은 혀로 호리병의 음식을 먹을 수 없었지만 두루미는 긴 부리를 넣어서 맛있게 먹었다.

이 이야기를 통해 여우의 영악한 행동을 비난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두루미의 긴 부리에 관해 논하고 싶다. 생물다양성은 환경에 적응하는 개체들에 의해서 지배되어 왔다. 두루미의 긴 부리는 그들의 먹이활동에 큰 도움을 주었기 때문에 그렇게 진화했을 것이다.

1862년 찰스 다윈(1809~1882)은 세계적으로 독특한 생물들이 많이 살아가는 마다가스카르섬에서 앙그라이쿰 세스퀴페달레(Angraecum sesquipedale)라는 난의 일종을 관찰하게 된다. 이 난의 꿀은 깊은 관 속에 있는데 관의 길이가 무려 20~35cm였다. 진화론을 집대성한 찰스 다윈은 난을 보고 "난의 긴 관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길이의 입(혀)을 가진 곤충이 마다가스카르에 살고 있을 것이다"고 예언하였다. 하지만 당시에 이 예언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관의 길이가 20~35㎝에 달하는 앙그라이쿰 세스퀴페달레 난. /위키디피아

그 후 찰스 다윈 사망 후 21년, 앙그라이쿰 세스퀴페달레 관찰 이후 41년이 지난 1903년 찰스 다윈의 예언대로 길이 20cm이상 긴 입(혀)을 가진 나방이 관찰되었는데 그 나방은 크산토판모르가니 프레딕타(Xanthopanmorgani predicta)다. 학명에 predicta를 붙였는데 이것은 찰스 다윈이 예언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고 '예언'의 뜻을 가지고 있다.

이는 두 종이 함께 영향을 미쳐 살아가는 '공진화(共進化, co-evolution)'를 잘 설명한다. 난의 꿀을 빨기 위해 나방의 입은 점점 길어지는 쪽으로 진화하였고 난은 나방이 입을 밀어 넣었을 때 머리 부분에 화분이 확실에게 묻을 수 있도록 점점 관이 길게 진화하였다.

이것은 난과 나방에게 어떤 이로운 점이 있을까? 난의 꿀을 빨 수 있는 것은 오직 크산토판모르가니 프레딕타밖에 없을 것이고 입이 너무 길어져 다른 식물의 꽃에서 꿀을 빨기는 어려움이 있어 서로 공생관계를 유지해 온 것이다. 이를 통해 난과 나방은 자신의 고유한 유전자를 오래도록 유지해 올 수 있었다. 이렇듯 지구상에 존재하는 다양한 생물들이 상호 관계 속에서 고유의 종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 하지만 진화는 항상 고유종을 유지하는 쪽으로 일어나지는 않는다. 환경이 변화하면 그에 맞도록 종 분화가 일어나는 것도 일반적인 생태계의 특성이며 종의 분화는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게 된다.

20㎝이상 긴 입을 가진 크산토판모르가니 프레딕타 나방. /위키피디아

지구 생태계는 매우 복잡하고 다양한 생물들이 있다. 우리 주변에서 아무리 흔히 보이는 생물종일지라도 인류가 상상할 수 없는 오랜 시간을 두고 일어난 진화의 산물이다. 그리고 아주 복잡한 관계 속에 얽혀 있다

   

우리도 생태계의 일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우리는 어떤 생물과 공진화의 관계를 유지해 왔을까? 원초적 고민을 하게 된다.

/이찬우(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환경 이야기'는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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