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분리 그때그때 입장바꾸는 사람들…이해득실이 아닌 진정한 현실적 대책을

마산이 하루도 조용한 날이 없다. 지난 2010년 8월 마산이 창원·진해시와 합쳐 통합창원시로 출범한 이후 지금까지 어디를 가나 불만이 터져 나온다. 애초 주민들의 의사와 무관한, 정치인들의 이해득실에 따라 이뤄진 통합이었기에 시끄러운 것은 당연하다. 그렇지만, 하루하루 벌어 먹고사느라 고달픈 서민들을 머리 복잡한 판으로 끌어들여 갈등만 조장하고 있어 '참 나쁜 사람들'이란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다.

지난 1일 안홍준 국회의원이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이 주최한 마산 독립추진 기금모금 행사장에서 분리추진 움직임에 "아직 때가 아니다"고 말해 야유를 들었다. 마산의 또 다른 국회의원인 같은 당 이주영 의원이 마산 분리와 관련해 법안을 준비하고, 참석자 모두가 '독립'에 대한 결의를 다지는 자리에서 초를 치는 발언을 해 고함과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올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사실 개인적으론 이런 단체가 만들어지는 것에 대해 썩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다. 또 다른 갈등을 만들어내는 과정이 머릿속에 그려지기 때문이다. 기자회견과 궐기대회를 한답시고 사람들이 몰려다니고, 의도하든 의도하지 않든 분리를 명분으로 또 다른 정치세력에 서민들만 이용당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도 된다.

따지고 보면 안 의원의 발언이 틀린 것도 아니었다. "마산 여론 주도층이 무조건 분리하자고 이끌어가는 것은 알지만 마산의 미래를 위해 지금은 아니다"는 말은 자신이 지금까지 강조해 온 통합을 주도한 국회의원으로서 할 수 있는 소신발언일 수 있다. 다만 기대했던 통합의 열매 대신 지명도 잃고 청사도 빼앗겨 버렸다는 상실감에 젖은 사람들이 '통합 책임의 주역'으로부터 황당한 이야기를 들었으니 야유는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는 지난달 중순 <경남도민일보>의 설문조사에서도 드러났다. 창원시 청사 조례가 공포·확정된 직후 청사문제로 마산의 각계 전문가 75명을 대상으로 전화 설문조사를 했더니 통합시청사 갈등에 가장 큰 책임이 있는 두 명으로 안 의원과 박완수 창원시장을 꼽았다. 재미있었던 것은 황철곤 전 마산시장의 순위가 한참 뒷전에 밀려나 있다는 것이었다. '정치적 논리로 가장 먼저 제의하고 합의 없이 통합을 진행했다'거나 '정치적 욕심에 의한 통합으로 분열과 반목만 일으켰다'고 지적한 사람도 있었지만 황 전 시장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애초 자신의 정치적 목적에 의해 '통합'이란 카드를 꺼내 갈등을 일으키게 한 사람은 각계 전문가의 기억 속에서조차 벌써 희미해지고 있었다.

며칠 전 아주 오랜 친구들과 만날 일이 있었다. 모처럼의 모임이었기에 이 어려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는지, 사업은 잘되는지, 살아온 이야기를 하느라 술잔이 몇 번 돌았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외지에서 온 한 친구가 돌직구를 날렸다. 불과 몇 년 전 3개 도시 사람들이 원해서 통합해놓고 이제는 왜 분리하자고 야단법석을 떠는지를.

   

물론 모임에는 마산 친구도 있었고, 창원 친구도 있었기에 이런저런 말들이 오갔다. 통합시청사 위치에서부터 야구장 문제까지 어느 술자리에서든 대화거리의 주메뉴인 그런 말들이 한참 오갔다. 자신이 사는 지역을 대변하는 목소리에 친구 간에 약간의 감정싸움도 생기고 그러면서 집값 이야기도 나온다. 통합 덕분에 아파트 가격이 많이 오르지 않았느냐는 거다.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쯤이면 마산에 살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내 뜻과 관계없이 마음대로 통합했다가 또다시 분리하자는 '나쁜 사람들' 때문에 속이 불편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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