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인도의 더위는 북쪽으로 올라가도 여전히 식을 줄을 몰랐다. 열기를 식히고자 조금 더 위로 올라가자는 생각에 다람살라(Dharamshala)로 가기로 했다.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다람살라는 티베트 불교의 수장이자 티베트의 정신적인 지주인 달라이 라마가 사는 곳이다.

다람살라는 크게 아랫동네와 윗동네로 나뉘는데 아랫동네는 현지인들이 많이 거주하고 윗동네(맥그로드간지)는 여행객이 많이 찾는다. 조금 더 올라가면 많이 알려지진 않았지만 히피들의 장기투숙지인 '박수나트'(이하 박수)란 곳도 있다. 나는 이름도 재미있는 박수란 곳에 짐을 풀기로 했다.

처음 접하는 박수의 느낌은 여태껏 인도에서 보지 못했던 한적한 시골 산동네 모습이었고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길거리에 사람도 없었다. 숙소를 미리 정하지 않고 온 친구 요나스와 나는 무작정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빵집에 삼삼오오 앉아 있는 무리를 발견했다. 괜찮은 숙소가 있는지 물어보니 기다렸다는 듯 약도까지 그려주며 좋은 게스트하우스를 알려주었다. 나의 장기 투숙지가 될 '뽈가 게스트하우스'였다.

게스트하우스로 가는 길에는 화학 약품이 전혀 들어 있지 않은 100% 산에서 내려온 물이 가득 채워진 수영장과 조그마한 레스토랑, 슈퍼가 곳곳에 있었다. 우리는 이미 도착하기도 전에 흥분의 도가니였다. 마침내 찾은 게스트하우스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지상낙원만 같았다. 2층 발코니서 바라보는 탁 트인 전망은 내 마음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초록, 파랑, 분홍으로 칠해져 있는 방의 벽에는 예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 중 가장 마음에 드는, 전망이 가장 좋은 분홍 방으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곳에서 해발 2900m인 트리운드(Triund)를 바라보며 투숙객들과 함께 계획에 없던 3주를 보냈다. 사람 한 명 딱 누울 공간에 침대 들어갈 공간도 없어 스티로폼을 깔고 자야 하지만 히피 느낌이 물씬 풍기는 방에 묵은 션. 영국에서 왔다. 그는 빵집에서 이 게스트하우스로 인도해 준 사람이었다.

그 옆방에는 뽈가 게스트하우스를 너무 사랑해, 가족과 함께 다람살라에 왔으면서도 혼자서 이 게스트하우스에 묵은 이름 모를 러시아 아저씨. 영어를 한마디도 못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지는 못했다. 게다가 다른 투숙객들과 술 마시고 웃고 떠들고 놀기만 하면 방 안에서 고함을 지르면서 성을 냈기에 더욱 다가가기 어려웠다. 하지만 내가 감기 기운이 있을 때 따뜻한 차에 인도산 싸구려 위스키를 타서 건네주셨던 마음만은 따뜻했던 아저씨. 이 둘은 내가 투숙하기 전부터 그리고 떠나는 날까지도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뽈가 게스트하우스 게스트들은 함께 축제도 가고 늘 눈으로만 보던 트리운드도 올라보고 자연이 만들어준 수영장도 가는 등 함께 즐겁게 지냈다. 그리고 그 인연이 나로 하여금 옆방에 묵고 있던 다니엘, 윌리엄과 함께 한 달간 다른 산동네로 이동하며 즐거운 동행을 하게 만들어 주었고, 다른 이들도 삼삼오오 모여 함께 여행을 하는 여행 동무가 되었다.

   

인도를 떠나서도 게스트들을 다시 만나게 하는 끈끈한 우정을 만들어 주었다. 너무 많은 추억을 남긴 그곳, 뽈가 게스트하우스. 다음번 인도 여행에서는 1년 정도 머물며 더 많은 친구와 추억, 인연들을 만들어 보는 건 어떨까 상상해본다.

/김신형(김해시 장유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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