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조례 무효화·도청이전 운동 호소…안 의원 주장에 야유 쏟아져

'마산 분리' 추진을 결의하는 대규모 행사에서 안홍준(창원 마산회원·사진) 새누리당 의원이 분리 추진에 비판적 입장을 밝혀 주목된다.

지난 1일 저녁 마산합포구 사보이호텔 5층 대연회장에서 열린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주최 기금 모금 행사에서 안 의원은 "마산 지역 여론 주도층이 무조건 분리로 가자고 이끌어 가는 건 알고 있지만, 좀 길더라도 마산의 미래를 위해 제 말을 들어 달라"고 말문을 연 뒤 "마산 분리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청사 문제 끝난 게 아니다. 도청 이전 공약도 지방선거 전에 가시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3·15, 4·19, 10·18 정신을 계승해 마산독립 쟁취하자' '상기하자 6·25, 모이자 마산역' 등 험악한 구호가 난무하는 가운데 2000여 명이 참석한 이 행사에서 안 의원의 발언은 당연히 환영받지 못했다. 고성이 오가는 등 소동이 일어났다. 안 의원이 통합 전 마산이 쇠락해 간 과정을 설명하며 통합의 당위성을 강조하자 청중석에서는 "고마해라, 고마해"라는 고함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지난 1일 오후 창원시 마산합포구 사보이호텔 5층 대연회장에서 열린 마산살리기범시민연합 주최 기금 모금 행사에서 안홍준(맨 앞 뒷모습) 의원의 연설을 심각하게 듣고 있는 청중. /임채민 기자

안 의원은 함께 언성을 높이면서 "들어보세요! 이건 중요한 문제다. 들어보셔야 된다니까"라며 연설을 이어갔다.

안 의원은 "마산 인구가 줄었지만 통합 후 수도권 집값이 떨어질 때도 마산 집값은 올랐다. 통합은 마산을 위한 발전 축이었다"며 "지금은 불법으로 날치기 통과된 청사 조례가 원천무효임을 주장해야 하고 홍준표 지사의 도청 마산이전 공약이 실현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청중석에서 잇따라 "그만해요"라는 야유가 터져 나왔음에도 "날치기 조례 원천 무효화 운동과 겸해 도청 이전 운동을 펼치게 되면 더 이상 마산은 '을'이 아니다. 구 창원 주민들은 도청 이전이 가시화되면 시 청사를 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안 의원은 마산 시민들의 단결된 힘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박완수 창원시장과 한 물밑 약속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실 야구장은 마산에 오는 걸로 박 시장과 합의했다. 그런데 마산 전체 의견이 통일되지 않았다. 야구장이 오더라도 청사는 별개라는 이야기가 마산에서 나오니까 박 시장이 야구장을 진해에 준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연설 막바지에는 분위기가 더욱 험악해졌다. 주최 측이 "우리가 주관하는 행사다. 너무 연설이 길다"며 제지하자 안 의원은 "당신들이 마산을 위해 뭘 했느냐. 순수하지 못한 사람들이 있으니까 일이 굉장히 어렵다. 지금은 분리에 올인할 시기가 아니다. 안홍준이 아니면 마산 정치인 중 누구도 이런 발언 못한다"며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이날 행사장에는 마산 지역 도의원으로는 임경숙 의원과 안홍준 의원을 수행한 조우성 의원을 제외하고 아무도 참석하지 않았다. 또한 마산합포구 지역 새누리당 시의원들만 참석했을 뿐 마산회원구 새누리당 시의원들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반면 야권에서는 김종대, 이옥선, 손태화 시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태일 전 도의회 의장의 모습도 보였다.

김종대 민주통합당 시의원은 단상에 올라 "마산의 정신인 민주, 자유, 정의가 특정 정치세력에 의해 오염되면서 몇몇 정치인에 의해 마산의 운명이 뒤바뀌어 왔다"며 "계속 이렇게 가면 영원히 마산은 창피와 치욕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일 전 도의회 의장은 "통합안을 직권상정해 통합을 완성시킨 데 엄청난 책임을 느끼며 사죄한다"고 했으며, 정광식 전 마산시의회 의장은 사죄의 의미로 큰절을 올리기까지 했다.

마산 분리와 관련한 독립 법안을 준비 중인 이주영(창원 마산합포) 새누리당 의원은 외국 출장 때문에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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