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렇게 결혼했어요] 이규환·김보민 부부

막 결혼한 따끈따끈한 신혼부부다. 지난달 19일 결혼식을 올렸다. 푸껫으로 신혼여행을 마친 후 어른들에게 인사 다니느라 여전히 정신없다. 이규환(32·마산 중부경찰서 순경)·김보민(28) 부부는 2년 6개월간 연애하는 동안 다툼 한번 없었다. '연애와 달리 결혼은 생활이다'라는 얘기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발맞춰 나갈 것이라는 자신이 있다.

둘 첫 만남은 2006년으로 거슬러 간다. 그때 기억은 여자보다 남자가 더 선명하다.

"군대 갔다 와서 대학 복학 후 경찰공무원 시험을 준비했습니다. 함께 공부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사촌 여동생이 제 아내입니다. 친구를 만나러 학교에 찾아왔을 때 눈인사 정도만 나눴죠. 속으로 '아, 괜찮네'라는 생각이 들기는 했죠."

   

그때는 거기까지였다. 4년 세월이 흐른 후에야 함께할 기회가 찾아왔다.

"친구가 아내 지인들과 함께 경주에 여행가기로 했다고 하더라고요. 아내를 처음 봤을 때 기억이 떠올라 저도 함께하기로 했죠. 어떻게 보면 그때 이미 대시하겠다는 마음을 먹고 있었던 것 같아요."

남자는 나름 적극적인 표현을 했다. 물놀이할 때 손을 잡아주기도 했고, 신발을 가지런히 놔주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술기운을 빌려 마음을 드러냈다. 남자는 그랬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받아들이는 사람은 달랐다. 여자는 고개가 좀 갸우뚱했다.

"뭔가 마음을 표현한 건 알겠는데…. 그래서 사귀자는 건지 말자는 건지, 모호하게 말하는 거예요. 긴가민가했어요."

그즈음 남자는 29살이었다. 2년 전 경찰공무원 시험에 합격해 거제에서 근무 중이었다.둘은 연락처도 주고받지 않은 채 그렇게 여행을 마쳤다. 남자가 다시 용기 내기로 했다. 친구에게 연락처를 물어 전화를 넣었다. 여행을 갔던 날은 마침 아내 생일이었다. 그때 제대로 축하해 주지 못해 미안하다며 밥 한번 먹자고 했다. 그렇게 다시 만난 것을 기점으로 남자는 확실히 교제에 들어갔다고 생각했다. 여자는 정식으로 사귀자는 말이 없어 한동안 계속 헷갈렸다.

   

"창원에 사는 아내와 틈틈이 만났죠. 거제·창원 중간인 고성에서 자주 만나 데이트를 즐겼죠. 만날 때마다 제가 세뇌를 했어요. 30살에 나는 무조건 결혼하겠다고 말이죠."

여자 쪽 집안 사정으로 그 시기가 좀 늦어지기는 했지만, 둘은 만난 지 1009일 되는 날 결혼식을 올렸다.

"정식 프러포즈는 딱 1000일 되는 날 하려 했는데, 일정이 안 맞아 하루 늦었어요. 장만한 신혼집에 촛불·장미꽃·펼침막 같은 것을 활용해 마음을 전했지요. 가수 포맨의 '청혼하는 거예요'라는 노래를 불러 주니 눈물을 주르륵 흘리더라고요. 고마워하는 모습에 제가 더 감사했죠."

   

1000일 넘게 함께하는 동안 다툼은 없었다. 서로 이성적으로 접근하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누구 한 명이 짜증을 내면 다른 한 사람이 "우리가 이 일로 왜 짜증 내야 하는지 생각해 보자"고 말한다.

물론 서로 단점도 잘 알고 있다.

여자는 남자에 대해 말한다.

"좀 덜렁거리는 성격이에요. 그래서 제가 챙겨야 할 부분이 많아요. 애 한 명 키운다는 생각도 가끔 하죠."

"성격이 급해요. 자기 말에 응답을 조금만 늦게 해도 뭐라 그러죠. 하지만 뭐든지 성격 급한 사람이 진다는 걸 전 알고 있죠."남자는 여자에 대해 말한다.

남자 말에 여자는 곧바로 반응하며 살짝 꼬집는다.

   

결혼 기사를 매주 월요일 7면에 게재하고 있습니다. 사연을 알리고 싶은 분은 남석형 기자(010-3597-1595)에게 연락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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