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창원서 어린이집 운영하는 정순남 씨

아동학대 '부산'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 2명 기소. '창원' 어린이집 뇌사 아기 사망. 유령교사에 쓰레기 급식까지, 끝없는 어린이집 비리…. 최근 연일 뉴스에서 전하는 어린이집 사고·비리를 접하는 엄마들은 불안하다. '혹시 우리 아이 어린이집은?' 하고 의심이 드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이와 달리 이런 사태와 보도가 억울한 사람도 있다. 바로 다수의 어린이집 선생님이다. 1% 사례로 나머지 99%까지 좋지 않게 바라보는 시선이 껄끄럽기만 하다.

창원시 의창구에서 11년째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정순남(47) 원장은 원생 부모로부터 큰 신뢰를 얻고 있다. 그렇기에 이러한 사고·비리가 더욱 안타깝다.

"부산 어린이집 사고 같은 경우 해당 선생님의 손찌검은 습관적인 것 같았어요. 원장이 아이를 한 대 때리면 선생님은 2~3대 때리게 되어 있어요. 또 그러한 선생님을 원장이 바로 지적하지 않고 회피하면 횟수는 늘어나고 일상이 되는 거죠. 참고 기다리고 때리지 않는 건 선생님의 기본 자질이에요."

정 원장이 선생님 채용 면접 때 강조하는 부분 역시 무슨 이유에서건 아이를 때리지 말라는 것이다. 겁박하고자 손을 올리지도 말 것과 지각하지 말 것, 큰 틀에서 이 두 가지만 잘 지킨다면 사소한 부분은 선생님의 자율 방침에 맡긴다.

창원 의창구서 11년째 가정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정순남 원장.

부모님과의 소통을 위해서는 CCTV 대신 카페를 이용하고 있다. 수업계획표, 오늘의 식단, 부모교육 자료, 아이들 활동 동영상·사진을 매일 업데이트 하면서 부모에게 보고 아닌 보고를 하는 것이다. 사진 속에선 아이와 체육관에서 뛰고 웃는 정 원장의 모습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미안하게도 잘 나온 사진은 없어 보인다. 뛰고 있어 초점이 안 맞거나 아이를 안고 있어 얼굴이 다 가려졌거나 뒷모습이 전부다.

정 원장은 "이 나이에 제가 어디 가서 이렇게 신나게 뛰어놀고, 아이들 다리 사이를 지나가는 놀이를 할 수 있겠어요. 하하. 애들과 웃는 저 자신을 발견할 때 제일 행복하다"고 해명(?)한다.

정 원장이 운영하는 곳은 보건복지부에서 평가하는 평가인증을 받은 공공형 어린이집이다. 최근 1년 이내 보조금 횡령 등 행정처분을 받았거나 영유아 학대, 급식사고가 발생한 어린이집은 제외된다. 공공형 어린이집으로 선정되면 정부 지원이 늘고 보육교사 급여가 높아진다. 어린이집의 수준을 높이는 것이다. 전국 어린이집 중 대략 30%는 정보가 공개되는 것을 꺼려 평가인증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정 원장은 이 부분에서도 생각이 다르다.

"3년에 한 번 하는 평가인증은 시설 리모델링 등 재투자를 요하기 때문에 피하는 곳도 있어요. 하지만, 전 계속 점검을 받아야 시설이 업그레이드 된다고 생각해요. 이 외에도 일 년에 4번 급식관리지원센터 감사를 받고, 일 년에 두 번 품질관리컨설팅을 받아요. 굳이 안 해도 되는 거지만 일상에서 생각 못 한 부분을 지적해 주니깐 어린이집 수준을 높이는데 상당히 도움이 돼요."

들어보니 거창한 건 아니다. 간장은 싱크대 밑이 아닌 냉장고에 보관해야 한다든지, 햇살이 좀 더 들어올 수 있도록 창문 선팅을 보완하라는 등의 지적이다.

이런 사소한 지적과 점검으로 보육환경을 조금씩 다듬어 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기꺼이 속살을 드러낸다고 한다.

정 원장은 이렇게 투명하게 하는 곳이 더 많은데 자극적인 일부 내용을 크게 보도하는 언론에도 불만이 좀 있는 눈치다.

"보육교사가 12시간 일하고도 120만 원도 못 받아간다는 기사를 보고 한참 생각이 되더라고요. 9시간 근무에 한 시간 점심시간을 배려하지 못한 건 저도 찔리는 부분이긴 해요. 점심시간에 아이들 알림장, 보육일지, 관찰평가 등을 기록하느라 1시간 동안 여유롭게 밥 먹을 시간이 없죠. 하지만 대부분 근무시간을 정확하게 지키고 우리 원 같은 경우에는 공공형이라 선생님 임금이 더 많죠. 일부 극단적인 이야기가 전체로 보이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무엇보다 부모와 아이의 신뢰가 큰 힘이 되는 어린이집 교사. 열악한 환경에서 어쩔 수 없이 근무하는 자질이 부족한 교사로 비친다면 사기가 꺾일 듯도 하다.

"기저귀를 차던 아이가 화장실에서 용변을 보는 등 안되던 것이 생활하며 점차 나아질 때, 변화하는 아이들 모습에 선생님은 큰 자부심을 느낀다"는 정 원장의 말에 긴 여운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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