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70) 남해 양모리학교

하늘과 맞닿아 있는 끝없는 초원 위로 양들이 한가로이 풀을 뜯는다. 울창한 나무 그늘, 풍경처럼 자리한 나무의자에 기대어 창이 넓은 밀짚모자를 쓰고 가끔 다리를 스치는 양을 느끼며 여유를 부리고 싶다.

자연이 만들어 준 아름다운 풍경에 '보물섬'이라 불리는 남해. 그곳 구두산 정상 부근에 지난 4월 남해 양모리학교(남해군 설천면 문의리 산 181-2번지)가 문을 열었다. '양몰이'를 발음 그대로 표기해 '양모리'가 됐다.

적어도 강원도 대관령을 찾아가야 경험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던 '양들과 하루'를 한려수도 바다를 바라보며 즐길 수 있다 하여 따사로운 햇살이 더 뜨거워지기 전에 서둘러 남해로 떠났다.

남해 그 보물섬은 떠나는 과정마저도 선물이다. 고속도로를 달려 푸른 바다 위로 우리나라 최초의 현수교인 남해대교가 붉은빛으로 우리를 반긴다. 양모리학교는 남해대교에서 20분 정도 거리다.

아이가 양과 마주보고 있다.

무작정 내비게이션을 따라 달리면 꼬불꼬불 거친 산길로 안내할 수가 있으니 남해대교 즈음에서 설천면 사무소 방면으로 길 안내를 받아야 한다. 성산 삼거리에서 설천면 사무소로 향하고 나서 이쯤 해서 남해 양모리학교 주소를 찍으면 드문드문 보이는 안내판을 따라 비교적 평탄한 길로 구두산 정상의 양모리학교에 도착할 수 있다.

주차장은 협소하다. 10대 남짓 주차할 수 있으니 출발 전 주차 상황을 문의해 보는 것이 좋을 듯하다.

주인장에게 입장료(성인 5000원, 중고생 4000원, 어린이 3000원)를 내고 사료 한 바가지를 받으면 초원 위에서 뛰어노는 양들을 만날 수 있다.

"양들은 먹이를 바닥에 뿌려주면 잘 찾아 먹지 못해요.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잘 먹어요. 양은 순한 동물이에요. 무서워하지 않아도 돼요. 어린 양들은 풀을 줘야 해요."

다가오는 양들의 무리에 살짝 겁도 난다. 양들은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다. 코를 벌름거리며 성큼성큼 다가온다. 울타리 밖으로 입을 내밀며 먹을 것을 달라고 아양을 부린다. 울타리가 있지만 너른 초원의 경계 정도다. 자유로운 양들의 모습이 마냥 편안해 보인다.

아이가 손으로 직접 양에게 사료를 먹이고 있다.

겁을 먹은 듯 울타리 밖에서 잠시 양들을 살펴보던 아이가 용기를 낸다. 울타리 안으로 들어갔다. 양들은 반기듯 달려온다.

처음에 괴성을 지르며 도망 다니고, 엄마·아빠 품으로 달려들던 아이들이 이내 양들과 친해진다. 손바닥에 올려놓은 먹이를 혀로 날름날름 먹어대면 다른 손으로 살짝 양을 쓰다듬는 여유를 부린다.

"매애∼" 어린 양이 엄마를 찾는다. 먹이를 먹던 엄마가 얼른 새끼에게 달려간다. 어린 양은 금세 엄마 젖을 찾는다. 구경하던 사람들의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다.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관람해야 했던 동물원의 그것과는 교감이 다르다.

아직은 풍성한 털을 자랑하고 있지만 양들은 1년에 한 번 여름이 오기 전 털을 깎는다고 하니 더 늦기 전에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운이 좋으면 양털을 깎는 모습을 볼 수도 있을 듯하다.

그늘 한점 없는 초원 위에서 살짝 지친다면 편백나무 숲 오솔길 사이로 들어가면 된다. 그곳에서 잠시 심호흡을 하며 온몸에 좋은 공기를 불어 넣는다.

개들과 토끼, 오리 등 다른 동물 친구들도 있다. 여유가 있다면 모두 만나보고 가도 좋을 듯하다.

어린 양에게는 부드러운 풀을 줘야 한다.

<이용안내>

하절기(4∼10월)는 오전 9시∼오후 6시. 동절기(11∼3월) 오전 9시∼오후 5시. 단체 입장은 목장 사정상 평일(월∼금) 유치원 단체만 가능하다. 애초 주말은 예약제로 운영했으나 현재 예약시스템이 불안정하여 예약제로 운영하지 않는다. 살짝 덥기는 하지만 초원에서는 그늘 찾기 어려운 만큼 소매가 긴 옷과 긴 바지, 창이 넓은 모자를 챙겨가는 것이 좋다. 기피제를 챙겨가는 센스도 필요하다. 간단한 주전부리와 음료수도 사먹을 수 있다. (055-862-8933, www.양모리.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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