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된장'으로 끓인 찌개, 겸손한 주인 닮아 진국

맛집 섭외를 거부하는 유형은 여러 가지다. 나름대로 정리하자면 장사가 잘 돼 할 필요가 없다는 '배짱형', 언론 소개로 인해 피해를 봤다는 '읍소형', 다짜고짜 안 한다는 '귀차니즘형', 우리집은 내세울 게 없다는 '겸손형'이다.

섭외를 하다보면 '읍소형'은 적은 반면 '배짱형'과 '귀차니즘형'이 다수를 이룬다. 한데 은근히 많은 사례를 남기는 유형이 '겸손형'이다.

마산 산호동 '새제일식당'은 '겸손형'에 속한다. "전화 주신 거는 고마운데, 저희는 뭐 소개할 만한 그런 집이 아닙니다. 건물도 낡고 오래돼서 손님들이 오면 불편한 점이 많습니다. 조금 보기 좋아질 때가 오면 그때 한 번 다시 연락주세요."

   

아주머니는 별다르게 내세울 것이 없다고 했지만 이 집은 오랜 세월만큼이나 켜켜이 묵은 전통의 맛을 자랑하는 것으로 지역에 이름이 나 있다.

주메뉴는 6000원짜리 된장찌개. 찌개에 사용하는 된장은 집에서 국산콩으로 직접 만든 것이다. 여느 집보다 진하면서도 구수한 맛을 제대로 낸다는 평가다. 김치찌개, 청국장 등도 팔지만 손님 대부분이 된장찌개를 먹는다.

된장찌개에는 된장과 함께 고추장(또는 고춧가루)를 조금 섞어 붉은 빛이 돌면서 얼큰한 맛을 낸다. 마른 멸치를 담뿍 넣어 육수 맛에 신뢰를 더했다. 듬성듬성 썰어 넣은 애호박과 감자, 양파, 고추는 씹는 맛을 더한다. 밥을 큼지막한 볼에 넉넉히 담아주어 진한 된장찌개를 쓱싹 비벼먹는 맛이 일품이다.

함께 나오는 반찬도 투박하지만 집에서 정성들여 만든 티가 난다. 생선구이와 김치, 나물이 주를 이루는데 모두 기본 이상의 맛이다. 봄철에는 된장에 버무린 두릅나물이 깊은 맛을 낸다.

지금은 철거돼 사라진 옛 마산 오동동 아케이드 자리에서 회원천 복개도로를 따라 해안도로 방향으로 150m가량 내려가다 보면 나타난다. 연하게 색이 바랜 낡은 간판이 세월이 묻은 때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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