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이면 고향에서는 학교별로 동창회가 많이 열립니다. 남자 친구, 여자 친구 5~6명이 지인의 집에 들러 어머니께 인사도 하고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왔다고 합니다.

일주일이 지나 주말에 산행 갔다가 지나치는 길이라 얼굴만 보고 왔고, 저녁에 집에 와 친정 엄마에게 잘 도착했다는 전화를 걸었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오늘 며칠 전 우리 집에 왔던 친구가 돈 30만 원 빌려 갔어."

"누구?"

"몰라. 동창회 날 인사 드렸다고 하던데."

"그래? 내가 알아볼게."

지인은 함께 갔던 친구에게 하나하나 전화를 걸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아무도 친정 엄마에게 간 사람이 없었던 것입니다.

어머니 말씀으로는 남자 친구라며

"어머님! 며칠 전 동창회 때 인사드렸지요?"

"응. 잘 모르겠네."

"왜 따님이랑 함께 왔잖아요."

"그런데 무슨 일로?"

"제가 자동차 접촉 사고를 냈습니다."

지갑에 돈이 하나도 없어 어머님께 30만 원만 빌려달라고 하더랍니다. 어머니는 아무런 의심도 없이 돈을 꺼내 주었다고 합니다. 내일 찾아서 당장 갖다 드린다고 하기에, 사정이 급한 것 같아 그냥 주어버렸던 것.

지인은 친구 중의 한 사람일까? 마음 한 곳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을 때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고 합니다.

"야야! 노인정에 가니 ○○댁도 10만 원 줬단다. 아무래도 우리가 속은 것 같아."

"정말요?"

이것저것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속임수였다는 걸 알게 되었다고 합니다.

참 무서운 세상입니다. 자식의 친구가 와서 다급하게 빌려달라고 하는데 덥석 내주지 않을 부모 어디 있겠습니까? 거절하지 못할 거란 그 마음을 이용해 사기를 쳤던 것입니다.

지인은 끙끙 앓고 계실 엄마를 위해 30만 원을 현금으로 가져다 드렸다고 합니다. 속이는 사람이 나쁜 사람이지요.

어머니, 훌훌 털어버렸으면 참 좋겠습니다.

/저녁노을(고요한 산사의 풍경소리·http://heysukim114.tistory.com/2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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