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창원 '바람골 그가게' 운영하는 3인방 "도내 더 많은 바람골 생겼으면"

가게 안으로 들어서자 구수한 된장냄새가 났다. 지난 24일 창원시 성산구 안민동에 자리 잡은 '바람골 그 가게' 문을 두드렸다.

'바람골 그 가게'는 여성운동과 노동운동에 힘쓰다 고인이 된 이경숙 민주노동당 경남도의원을 추모하는 공간이며, 안민동 주민이자 마창여성노동자회 회원이 주축이 되어 재능과 물품을 나누는 공동체를 만들겠다며 시작한 곳이다. 지난 2011년 9월 27일 자 <경남도민일보>에 가게 개소식이 소개되기도 했다. 2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바람골 그 가게'는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다.

"여성들의 일과 양립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지요."

"바람골 덕에 졸지에 좋은 사람이 됐어요."

"우리집 같이 편안한 사랑방, 지역공동체 터전이지요."

'바람골 그 가게'를 운영하는 희망씨앗지기 이연실(49·창원시 성산구 안민동)·이미영(44·창원시 성산구 안민동)·신주은(39·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동) 씨는 바람골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바람골 그 가게'를 운영하는 희망씨앗지기들. 사진 왼쪽부터 신주은, 이미영, 이연실 씨.

오전 9시 50분께 찾아간 가게에는 이연실 씨와 신주은 씨가 주방에서 열무를 다듬고 있었다. 매주 금요일은 행복 밥상이 있는 날이라고 했다. 이날 메뉴는 열무비빔밥. 그래서 가게 안은 구수한 된장 냄새가 가득했다.

행복 밥상은 보통 30인분을 준비하기 때문에 예약을 받는다. 인근 텃밭에서 기른 친환경 채소 등을 이용해 점심을 마련하지만 가격은 시중보다 저렴하다. 또 수익금은 지역사회에 되돌려준다.

오전 10시께 문밖에서 한 주민이 말을 건네 왔다. 등산을 가려는 길인데 선크림을 사러 왔다고 했다.

"선크림부터 비누, 화장품, 양초 등을 팔아요. 우리가 직접 만들었기 때문에 주민들이 믿고 사갑니다."

맏언니 이연실 씨가 가게에 진열된 상품을 소개했다. 그리고 신주은 씨가 그동안의 일을 하나 둘 말했다.

"엄마(주민)들이 공부하자고 하더군요. 그래서 바람골 서당을 열었습니다. 자녀와 의사소통법, 자녀 교육법 등 8주차 프로그램을 진행했는데 호응이 아주 좋았어요. 또 인문학 강좌도 매달 열었어요. 로컬푸드, 심리갈등조절 등 다양한 주제였죠. 물론 강사는 재능기부였습니다. 바람골은 재능기부와 나눔으로 이뤄지는 공간이에요."

'바람골 그 가게'는 2년 전 개소할 때 바람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이미영 씨는 "집에서 살림하는 주부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데 살림 잘하는 게 재능이예요. 청소와 정리정돈 아무나 못하잖아요. 여성은 출산과 육아 탓에 사회에서 단절되죠. 또 가정에서는 살림을 경제활동으로 인정받지도 못하고요"라고 했다.

이연실 씨와 이미영 씨는 직장에 다니다 결혼과 출산, 육아 등 이유로 회사를 그만둔 경력단절여성이었다.

"오늘 경남도민일보에 나왔더군요.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격차가 112만 원이라고. 갈수록 비정규직은 늘 테고, 비정규직에는 여성이 많지요. 이런 현실에서 여성은 출산과 육아 탓에 경력도 단절되고 있어요. 어쩌면 바람골은 일과 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이연실 씨 말이 끝나기 무섭게 옆에 있던 이미영 씨가 맞장구를 쳤다.

"딸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엄마 손이 한창 필요하죠. 제가 바람골에 있으니 딸내미도 바람골로 하교를 해요. 숙제도 하고 친구를 데리고 와 놀기도 하고요. 작년에는 애 생일파티를 바람골에서 했어요. 바람골은 안민동 주민들이 공부하는 공간이자 재능기부를 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사랑방이에요. 엄마들끼리 모여 자녀교육 문제를 고민하기도 하고, 부부끼리 들러 맥주 한 잔 먹고 가는 곳이죠. 그리고 주민들이 참여해 만든 물품은 다시 주민들이 구입하고, 수익금은 다시 주민들을 위한 지역사회에 되돌아가고 있습니다."

혼자 양덕동 주민이라는 신주은 씨는 "바람골 같은 가게가 동네마다 있으면 얼마나 좋겠어요? 안민동은 주민을 중심으로 지역공동체가 살아나고 있어요. 앞으로는 씨앗지기가 운영하는 게 아니라 주민 스스로 참여하는 마을공동체 형식으로 변해가길 바라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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