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108) 소통과 불통

전 정부를 빗대어 불통정부라 부르는 사람들이 많다. 국가적 중차대한 사업을 결정함에 있어서 윗선의 지시에 따라 몇몇 관계자들이 결정하고 시행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통의 문제는 우리 사회 곳곳에서 볼 수 있다. 동일한 사물을 보지만 보는 사람에 따라서 느끼는 감정은 제각기 다르다. 그래서 이해당사자간의 소통과 협의 과정을 민주주의에서 강조하는 것이다.

지난 한 주는 주남저수지의 하나인 동판저수지 유량 문제로 시끄러웠다. 저수지 관리는 한국농어촌공사 담당이다. 동판저수지는 낙동강 배후습지에 제방을 쌓아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우기에 유역에서 흘러들어오는 물을 저장하여 홍수를 예방하기 위해 조성된 유수지이다. 지금은 농번기로 농어촌공사에서는 동판저수지의 물을 농업용수로 공급하기 위해 수문을 개방하여 뺐다. 물론 농업용수 공급뿐 아니라 노후화된 수문을 보강하는 목적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간조에 바닷물이 빠져 드러난 갯벌처럼 저수지는 완전히 말라버렸고 미리 대피 못한 잉어와 붕어들이 죽어 널브러졌다. 급기야 환경단체는 관련 기관에 문서를 발송하여 문제를 제기했고 언론은 현장을 취재 보도하였다. 그러자 농어촌공사는 물을 뺀 이유와 대책을 내놓았다.

바닥을 드러낸 동판저수지.

동판저수지는 주남저수지를 포함하여 낙동강 유역에서 매우 중요한 습지인데 특히 조류서식처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2008년 9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이동경로 파트너로 가입하였다. 경남에서 파트너로 가입된 지역은 주남저수지와 우포늪 단 두 곳에 불과하다. 또한 지금은 물고기들이 산란을 마쳤고 알에서 깨어난 치어들이 성숙하는 단계로 어류 서식에 민감한 시기라서 더욱 더 이번 사태에 우려를 표명하는 관계자들이 많았다. 다행히 지난 일요일 농어촌공사에서 저수지의 물을 채우기 시작하였다.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관리 주체인 농어촌공사는 저수지의 건설 목적과 활용에 관해 유수지로서 특성을 감안하여 시행한 일상적인 행위였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그들에게 책임을 물을 수는 없을 것이다. 그들이 해당 저수지가 가지는 특성을 충분히 이해했다면 결정에 있어서 더욱 더 신중했을 것이다.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해당 지역이 가지는 특성을 파악하고 생태계에 최소한의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업방식에 대한 사전 논의가 부족했던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오래 전부터 주남저수지 관리를 위해 이해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논의를 할 수 있는 '주남저수지 협의체' 구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했던 것이다. 비단 이번뿐 아니라 주남저수지 둘레길 조성과 지금도 갈등을 겪고 있는 저수지 주변 주택 건설, 겨울철 월동조류의 주요 먹이터에 조성되는 축사 등 앞으로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다.

사회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는 이러한 문제를 담당 공무원이 결정하기에는 너무 부담이 크다. 그래서 이번 동판저수지 사태를 계기로 주남저수지 보전과 이용을 함께 고민할 수 있는 협의체가 구성되기를 희망해 본다. 이해당사자들의 합의에 의해 사업이 추진된다면 사업 주체 또한 여러 책임으로부터 상당히 자유로울 수 있으며 환경 보호론자들도 직접 관여하기 때문에 협의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사업에 대해서 향후 문제제기를 하지 않을 것이다.

   

소통은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를 쥐고 있다. 이번 기회에 반드시 소통의 구조가 성사되기를 기대한다.

/이찬우(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환경 이야기'는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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