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에는 화장에 관심이 많았는데, 30대가 된 지금은 피부에 관심이 많다.

주변을 살펴보면 피부에 뜨거운 관심을 갖고 있는 이가 정작 나뿐만이 아니다. 텔레비전 브라운관이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전환하면서 연예인들의 피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자 연예인뿐만 아니라 일반인들도 일상의 관심사가 된 듯싶다.

'동안피부' '물광피부' '도자기피부'라는 이름으로 모공이 좁고 피부 톤이 맑은 여자가 미인으로 여겨지는 풍토가 확산되었다. BB크림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CC크림이 나오고, 물광주사, 화이트닝, 리프팅, 매선요법, 콜라겐, 보톡스 등의 단어가 일상 대화 속에서 빈번하게 쓰이고 있다.

100만 원을 훌쩍 넘는 피부 관리 패키지를 받은 사람도 주변에 꽤 있다. 시중의 수십만 원씩 하는 고가의 화장품도 큰맘 먹고 지르기도 한다. 가격 대비 효능이 과연 얼마나 정직할까 하는 찜찜한 생각도 들지만, 주변의 반응은 '사치스럽다'가 아니라 '부럽다'이다.

내 화장대에도 꽤 고가의 화장품들이 있다. 효능에 대해서 장담은 할 수 없지만, 화학성분을 전혀 넣지 않았다는 것을 믿고 구입한 제품들이다.

게다가 네 살 난 딸 아이가 아토피가 있어서 '케미컬 프리(chemical-free)' 제품에 더욱 관심이 많아졌다. 그러면서 이런 종류의 화장품을 사서 쓰기 시작했는데, 최근에는 직접 수제 비누와 천연화장품을 만드는 동료 교사의 도움으로 방부제가 전혀 들어 있지 않은 제품도 사용하고 있다.

수제 비누를 만들어서 숙성시키는 데 무려 6주가 걸린다고 했다. 미술실 캐비닛 위에서 말라가는 비누를 볼 때마다 성격 급한 나에게 기다림은 고문에 가까웠다.

기초 화장품 역시 처음에는 피부에 잘 스며들지 않고 투박한 용기가 낯설었지만 익숙해지자 다른 제품에 선뜻 손이 가지 않는다.

천연제품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민낯'으로 다니기 시작했다. 값비싼 기능성 화장품과 피부과 시술에 쏠렸던 관심이 천연제품을 만나면서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걷어낸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거울을 들여다보면, 기미와 잔주름이 그대로 드러난다. 나이듦이 그토록 두려웠는데, 막상 직접 대면하고 보니 그리 나쁜 것만도 아니다.

 
   
 

오늘 아침에 드디어 숙성된 비누 봉투를 건네받았다. 겉은 투박하고 멋스럽지 않지만, 묵직한 봉투의 무게만큼이나 믿음직스럽다고나 할까.

진짜 '천연(natural)'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심옥주(김해분성여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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