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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녘 우포늪 풍경 찍기만 해도 작품 사진

[지금 우포늪에 오시면] (27) 여름의 우포에서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webmaster@idomin.com 2013년 05월 28일 화요일

요즘 우포늪의 새벽은 특히 아름답습니다. 며칠 전 새벽이 좋은 우포늪으로 향했습니다. 시계를 보니 5시 30분쯤이었습니다. 주매리와 대대제방의 중간인 잠수교를 지나 사지제방 쪽으로 50미터 정도 더 가면 사지포 제방이 보이는 모퉁이가 있습니다.

예상치 않게 고라니 한 마리를 가까이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저도 고라니도 서로 놀라 눈만 말똥말똥거렸는데, 순간적으로 놀란 고라니가 산 쪽으로 달아나 10여 미터 가다가는 저를 쳐다보는 것이었습니다. 고라니의 눈은 "너 왜 일찍 여기 와서 나를 놀라게 하니?" 하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저를 먼저 본 고라니는 작고 귀여운 파란 똥을 누다가 갑자기 제가 와서 많이 놀랐던 것입니다. 우포늪은 인간이 주인이 아니라 동물과 식물 등 생태계가 주인인 곳입니다. 인간과 많은 생물들이 공존하는 곳인데 그 곳에서 고라니를 만나 상쾌한 기분 좋은 아침을 시작했습니다.

◇요즘 날씨엔 아침·저녁 방문 좋아 = 날씨는 관심사 중의 하나입니다. 아시다시피 우포늪은 덥거나 습기가 너무 많은 날씨만 아니면 다 좋은 곳입니다. 요즘 우포늪을 방문하신다면 가장 더운 오후 2~4시는 피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새벽 5시에 오시면 물안개나 안개가 낀 멋진 우포늪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녁엔 해지기 전의 모습도 아름다운데 7시부터는 풍경 그 자체가 미술입니다. 사진기나 스마트폰을 갖다 대기만 하면 알아서 아름다운 사진이 찍혀 나옵니다.

우포늪 인근 주매마을에 노기식이라는 주민이 있습니다. 지금은 마을이 없어져 버려 아무도 살고 있지 않은 주매리 마산터에서 초등학교 4학년까지 살다가 주매리의 임불이라 불려온 주매마을로 이사했다고 합니다. 그와 함께 충북 괴산군에 갈 일이 있어 옆자리에 타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포 인근 주매리에서 태어나 50년 살아온, 우포에서 지금은 체험 못하는 즐거운 어린 시절 추억이 있는 매우 순박한 사람입니다. "여름이면 지금 대대리 물 깊은 양수장에서 다이빙도 하면서 물놀이 했거던. 한터(대대리), 주매, 장재 아이들이 같이 놀았어. 양수장이 있는 대대제방엔 가재도 매우 많아 구워 먹기도 하고……. 주매제방에서 사지포 제방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개구리덤(바위) 앞이 본래 평평했는데 소 풀어 놓고 거기서 축구도 하고 개구리도 잡아먹고 경운기도 타고 재미있었지. 개구리덤 밑은 물이 깨끗해 소벌에서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도 해먹었다 아이가. 그때(1970년대 말)는 지금처럼 시커먼 물이 없었어. 지금은 없어졌지만 큰 바위라는 뜻의 대바우가 있었는데 부근에서 수영도 하고 위에서 딱지 따먹기도 했다. 개구리덤에서 조금 더 가면 지금 느티나무 심은 곳엔 밀밭이 있어 밀사리 해서 얼굴이 시커멓고, 근처에 마산터 사람들 빨래터가 있어 엄마도 빨래를 했지. 사지제방 근처에 팔구나무 열매도 따먹고 했단다. 주매제방 만들 때 개구리덤 앞의 평평한 땅을 파서 메웠는데 땅때기라 하여 뻘흙을 경운기에 실어 가져가면 표를 주는데 표를 모으면 돈으로 교환해 주었다 아이가."

주매리에 위치한 우포늪 수생식물단지가 8월께 문을 연다고 합니다. 그의 이야기는 언젠가 해설사들이 방문객들을 위해 전해줄 여름날의 이야깃거리가 될 것입니다.

   
  새벽 물안개 낀 우포늪.  

◇늪 주변 자전거 타기도 '강추' = 우포늪에서 자전거 타기가 매우 인기가 있습니다. 24일 아침 8시 20분께 출근을 하니 벌써 한 가족이 자전거를 타고 있습니다. 서울 말씨의 젊은 아버지가 3~4살 되어 보이는 아들을 뒤에 태우고 앞에서 돌아보면서 말합니다. "자전거 탄 지가 매우 오랜만인데, 야 진짜 신나네." 뒤에 있는 아들에게 "일어서거나 움직이면 안된다. 꼭 잡고 있어라." 우포늪생태관 앞 자전거는 창녕군청이 아니고 주민 소득 증대를 위해 가까운 세진마을 주민들이 하는 사업입니다.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우포늪에서 자전거를 타실 때 자신은 물론 가족을 위해서도 매우 조심하시라고 부탁드립니다.

며칠 전 어느 학부모가 학생 세 명을 데리고 왔는데 말씨가 멀리 서울이나 경기도인 것 같아 다가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물으니 눈이 둥그레지면서 경계를 하여, 생태관에 근무한다고 하자 조금 부드러워져 보였습니다. 멀리서 아이들 데리고 왔는데 도움이 안 된다면 우포에 관심이 많고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저는 마음이 아프기 때문입니다. 제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국어책을 감수했다고 하니 눈빛이 또 달라졌습니다. 생태관과 우포늪에서 모든 것을 그냥 무관심하게 스쳐가지 말라면서 관찰의 중요성을 말한 뒤 미국 어느 박물관에서 본 어린이용 교육 프로그램인 '스파이' 되기의 필요성 등을 얘기했습니다. 그랬더니 착 달라붙어 서울 모 국제중학교에 다닌다면서 아주 부드럽게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제가 무뢰한에서 필요남(?)으로 변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시면 사진도 많이 찍고 질문하고 듣고 기록하여 도움이 되는 방문이 되기를 바랍니다.

스파이(spy)가 되자는 생각을 다른 방면으로도 넓혀볼까요? 조선시대 박지원 선생의 <열하일기>도 듣고 보고 한 내용을 기록한 스파이 되기(?)의 결과물이라 생각합니다. 필요하면 특정 학교와 우포늪 인근 마을이 자매 관계를 맺어 어르신들의 우포늪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기록한다면 아주 의미있는 기록이 나올 것입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은 다음 자신의 상상력을 더한다면 작은 동화책이나 다양한 생태문화콘텐츠가 만들어질 것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생태문화콘텐츠가 되고 영원한 보물이 되어 우포를 더욱 알리고 본인은 자부심을 느끼는 일이 생길 수도 있을 것입니다. 대학생이면 국회도서관 등에서 우포에 관련된 기존 논문 등을 먼저 알아 본 뒤 남들이 안한 분야를 조사하거나 기록하면 재미있는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입니다.

우포를 방문하는 사람들은 다양합니다. 어떤 사람은 볼 것 없다고 하는데 황선미 같은 작가는 우포늪을 배경으로 동화 <마당을 나온 암탉>을 써서 초등학교 교과서에 실리고 애니메이션화 되어 200만 명의 관중을 모으기도 했습니다. 우포늪은 살아 있는 교과서입니다. 우포늪은 창의성의 보고입니다.

오는 6월 양산 통도사의 서운암에서 전국 천연염색 전문가 300명 이상이 참가한다는 전시회의 식전행사에 생태춤(eco-dance)을 추도록 초청받았습니다. 여러분이 오랫동안 관심과 재미를 갖고 해오신 일들을 우포늪과 접목하면 다양하면서도 재미난 일들이 많이 나올 것입니다.

관심있는 분들과 함께 우포생태문화콘서트를 만들어 우포를 찾는 이들에게 보여 드리고 싶습니다. 우포늪이 관광자원인 것처럼, 우포를 사랑하는 우리 자신도 관광자원이 된다면 즐거운 일이 아닐까요?

/노용호(우포늪관리사업소 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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