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 (48) 고성곤충생태학교 엄화선 원장

징그럽다고 외면하는 '벌레'에서 경제성을 보고 미래를 본 사람이 있다.

고성곤충생태학교 엄화선(60) 원장 이야기다.

2009년 경남곤충산업진흥회를 조직해 초대 회장직을 맡은 바 있는 엄 원장은 2011년 고성군 영현면의 폐교를 활용, 곤충생태학교를 만들고 곤충 키우기와 함께 체험학습, 곤충을 이용한 학생 심리치료 프로그램 운영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

◇곤충 산업에 관심 = 엄 원장이 곤충에 관심을 가진 것은 10년이 지났다.

고성곤충생태학교 엄화선 원장.

사천에서 교사 등을 하던 엄 원장은 시골에 관심이 컸다. 하지만 막상 엄 원장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농사를 짓고 싶었지만 하우스나 논이 규모가 커야 해서 손을 댈 수가 없더군요.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찾다 보니 곤충이 눈에 띄었습니다. 일본 사이트를 뒤지다가 발견했습니다. 곤충은 작은 규모에서 혼자 할 수 있겠다 싶었죠. 곤충이 돈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른바 곤충산업에 눈을 뜬 것이다.

"우리나라 곤충산업이 외국에 비해 활성화 안 돼 있지만, 무궁무진하게 발전 가능성이 많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제가 조금 앞서 간다고 보이니까 벤치마킹을 너무 많이 당해서 피해가 좀 있네요. 본궤도에 올랐다면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할 노하우가 있을 텐데 아직 그 단계는 아닙니다."

'밀웜(meal worm)'이라는 갈색 거저리 유충 이야기다. 중국과 거래하는 바이어가 엄 원장에게 계속 밀웜 사육을 추천했다. 밀웜은 파충류 등 작은 동물의 먹이가 된다. 수입사료 대체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밀웜 사육에 대해 중국에서 배워왔다. 키우기가 쉬웠다. 밀웜은 한 생태 주기가 3개월로 1년에 4번 생산한다. 밀기울을 먹고 물 대신 배추·호박·무 등 채소로 수분을 섭취한다.

"전라도 등에서 벤치마킹을 많이 왔습니다. 처음에는 혼자 시장을 개척하고 독점했는데 지금은 전라도에 더 큰 농장들이 생겼습니다."

경쟁 농가가 현재 300곳가량으로 늘어나다 보니 밀웜으로 인한 수입은 줄었다. 그래서 엄 원장이 눈을 돌린 것이 바로 2차 산업, 즉 가공이다.

"3개년 프로젝트로 계획해 내년에는 밀웜 식용 생산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굼벵이는 약용으로 가공 계획 중입니다."

현재 밀웜은 애벌레 단계에서 살아 있는 상태로 작은 동물 먹이로 판매되고 있다. 주문은 인터넷으로 받아 주로 애완동물을 키우는 개인에게 판다.

나비알.

◇곤충을 이용한 심리 치료 = 고성곤충생태학교에서 하는 일은 크게 1차 산업인 곤충 생산과 3차 산업인 서비스업이다.

3차 산업으로 진행하는 것은 체험학습 등. 체험학습은 2시간가량 진행하는데 곤충에 대해 설명하고 여러 가지 표본과 살아있는 곤충을 관찰하도록 한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곤충은 밀웜과 나비, 굼벵이 등이다.

밀웜은 서랍식 사육상자에서 키우는데 200㎡(60평) 공간에서 사육하고 있다. 나비는 바가지 형태의 사육장에서 연간 2만 마리가 사육되고, 굼벵이는 1만 마리를 키운다.

또 곤충생태학교에서는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수서곤충, 벌, 무당벌레 등 계절에 따라 다양한 곤충을 볼 수 있고 양·산양·거북이·관상 조류·토끼·햄스터·고슴도치·미니돼지 등이 체험객들을 반긴다. 표본은 수백 가지에 이른다.

창원시 태봉고등학교와 MOU를 맺어 학생들이 미니동물 사육실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 지난해 6월 체험 프로그램을 시작한 이후 연말까지 2000명가량이 방문했다. 올해에는 월 300~500명이 방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엄 원장이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바로 '애니멀 세러피'이다.

"동물이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도시민들이 동물을 키우는 것은 장소 제약 등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생각했죠. 움직이는 뭔가가 심리 치료에 도움이 되겠구나, 곤충을 이용해 보자 하고요."

배추흰나비 표본.

엄 원장은 도 교육청과 협약을 맺어 지난해 학생들에게 심리 치료 프로그램을 제공했다.

"아이들이 왔는데 반발심·반항심이 높았습니다. 욕이 입에 붙었어요. 그런데 첫날 몇 시간 지나더니 아이들이 달라졌습니다. 나중에는 이곳에서 자고 가면 안되냐고까지 했습니다. 욕을 하다가도 깜짝 놀라 입을 가리더군요."

작은 곤충이 움직이는 모습을 아이들은 신기한 듯 관찰한다. 이때 엄 원장 등이 아이들에게 말한다.

"작은 곤충을 보살펴야 하듯이 옆 친구도 배려하고 보살펴야 한다고 합니다. 친구가 작다고 때려서야 되겠느냐고 하면 숙연해지죠. 또 요즘 아이들은 관찰이나 적는 것을 못하는데 곤충을 관찰함으로써 배려심과 함께 집중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엄 원장은 원예 치료와 합쳐서 자연교실·자연학교를 만들려는 꿈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올 하반기 지역 대학교 평생교육원에 '곤충과 함께하는 자연치료 교사'를 양성하는 과정을 개설할 계획이다.

◇예비 사회적 기업으로 = 엄 원장은 특히 지역민들과의 친화에 신경 쓰고 있다. 직원도 이곳 지역민들이다. 고성곤충생태학교에는 엄 원장을 비롯해 모두 10명이 일하고 있다.

"요즘은 인근 지역민들이 우리를 더 챙겨주세요. 상품성 없이 버려야 하는 채소가 있으면 곤충 먹이로 가져가라고 연락도 주십니다. 우리 법인 이름이 '촌스러운 영농조합법인'인데, 얼마 후 8월에 개최하는 영현면의 축제 이름을 면에서 '촌스러운 축제'라고 붙이기도 했습니다. 거창한 행사는 아니고 이곳 하천 둔치에서 물놀이도 하고 곤충 전시도 하고 지역 생산 농산물을 판매도 하는 자리입니다. 편안하게 놀러 오세요."

현재 촌스러운 영농조합법인은 예비사회적 기업으로 지정받아 지역 주민 채용, 고령자 채용 등을 하고 있다. 올해로 2년 차에 접어들었다.

"처음 예비사회적 기업 신청 서류를 가져갔더니 관계기관에서 의아해하더군요. 곤충을 키우는 데 무슨 고용창출이 되겠느냐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지정 업체들 중 제일 잘하고 있다며 다들 놀랍니다."

엄 원장은 귀농학교 등에서 강의도 많이 하고 있다. 엄 원장의 강의는 생산 단가 등 실제 생산 현장 이야기를 전하기 때문에 호응이 높다.

고성군 영현면에 둥지를 틀기 전 엄 원장은 이곳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사천 자신의 집에서 곤충을 키웠다.

채집망을 들고 무작정 밖으로 나가 나비를 잡아 그릇에다 키운 것이 시작이었다.

마침 엄 원장이 살던 사천의 마을에는 강기갑 전 국회의원이 살고 있었다.

엄 원장은 당시 현역 국회의원이었던 강 의원에게 곤충 산업의 중요성을 역설하며 법률안 제정을 건의했다.

"곤충이 무슨 돈이 되겠느냐며 처음에는 관심을 안 가지셨어요. 그래서 2년을 허송세월했죠. 2007년 다시 건의했는데, 그동안 나비 키우는 것을 보고 집에서 관련자 모임을 몇 차례 한 후 법률안 제정에 나서 주셨습니다."

'곤충산업의 지원 및 육성에 관한 법률'은 2009년 말 국회 통과돼 2010년 발효됐다.

이 법의 제정으로 곤충 산업이 농업으로 인정돼 정부 지원·연구 등 발전을 위한 기반 조성을 하게 됐다.

"밀웜 2차 가공산업을 발달시키고 싶은 것이 꿈입니다. 그리고 꽃과 곤충을 접목해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활성화 시켜 학생들 정서 순화에 도움이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추천이유>

◇노치원 경상남도농업기술원 농촌지도사 = 고성곤충생태학교 엄화선 대표는 2008년 이전부터 꾸준히 곤충사육 저변 확대에 노력해 왔으며, 2009년 경남곤충산업진흥회를 조직해 초대 회장직을 맡으면서 2010년 '곤충산업의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공포되기까지 열정적인 활동을 펼쳐왔습니다. 또한 2011년 산업곤충 거저리의 농업인 현장 애로기술개발 연구를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국내 농업인 최초로 식용곤충의 내재적 가치를 규명하고 이를 산업적으로 이용하는 연구를 체계적으로 뒷받침해 주었습니다. 최근에는 곤충 소재를 이용하여 사회적 약자를 배려한 심리치료 교육, 지역주민 일자리 창출과 소득 향상을 위해 곤충생태학교 및 체험학습장을 조성 운영하면서 곤충 산업에 대한 남다른 애착과 지역 봉사활동에 헌신적으로 노력하는선구자로서 또한 곤충산업 리더로서 그 역할을 다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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