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시장이 최종결정권 쥔 제왕적 조직…장기 비전과 예산·인력은 빈약

내달 말 준공을 앞둔 통영국제음악당 운영을 두고 통영시의회와 도내 문화예술인들이 많은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통영시는 음악당을 안정적으로 관리·운영하고자 '통영국제음악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따라 '통영국제음악재단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가 지난 22일 통영시의회 상임위원회인 기획총무위원회를 통과한 상태다.

통영시가 내놓은 운영 계획에 따르면 통영국제음악재단은 통영국제음악당을 비롯해 통영국제음악제, 시민문화회관, 윤이상기념공원, 시립소년소녀합창단을 통합 운영하게 된다.

조직은 시장을 당연직으로 하는 이사장과 국제위원회 이사를 겸직하는 2명의 부이사장, 대표(CEO) 등 1대표 2부 7개팀에 36명으로 구성된다. 신규채용 인력은 11명이며 한해 평균 소요예산은 48억 원으로 책정됐다.

2010년 공사를 시작해 내달 말 준공되는 통영국제음악당. 부지면적 3만 3085㎡, 연면적 1만 4618㎡,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약 52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경남도민일보 DB

통영시는 이를 바탕으로 세계일류 공연 예술 정착을 목표로 아시아존 현대음악의 중심 역할을 자임한다는 방침이다. 다목적홀과 카페테리아 등 부속시설을 잘 활용해 수익사업도 극대화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하지만 통영시가 내놓은 재단 조직 구성이 김동진 통영시장을 정점으로 하는 등 너무 제왕적이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한점순(비례대표·통합진보당) 의원은 "당연직 이사장이 시장인 데다 시장이 임명한 국제자문위원회 부이사장이 이사회 의결권을 가지게 됨으로써 시장에게 제왕적 권력이 집중되어 있어 적절한 견제가 필요하다"면서 "재단 설립 조례안에 애초 대표가 당연직 이사에 포함되지 않았던 점도 시장이 제왕적 권력화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 의원은 이어 "시는 앞으로 전문적인 식견을 갖춘 대표를 공정하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뽑는 것은 물론, 이사장이 가진 권한을 대표에게 상당 부분 이관해야 한다"며 "대표 위에 부이사장을 두는 기형적인 현재 시스템은 대표의 자율권을 침해하고 흡사 '바지사장'으로 전락하게 만드는 장치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통영 출신으로 홍콩·싱가포르 등에서 활동한 아트퍼포먼서 김대건 씨도 "운영 조직뿐만 아니라 공연기획물에 대한 최종 결정 권한이 대표가 아닌 이사장에게 있다는 점만 봐도 연봉이 1억 5000만 원으로 책정된 대표는 이른바 '돈먹는 하마'에 불과하다는 것을 증명한다"면서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장이 자리 나눠주기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한다"고 주장했다.

통영시가 현대음악이 중심이 된 차별화된 음악당 운영을 내세우고 있지만 뚜렷한 장기 비전과 미션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잇따른다.

도내 한 문예회관 관장은 "통영시가 내놓은 자료만 보면 음악당의 먼 미래를 내다보는 대안은 없는 것 같다"면서 "세계 일류, 아시아 현대음악 중심 같은 추상적인 구호가 아닌 이들 목표 실현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나가겠다는 실천 방안을 먼저 제시해야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통영국제음악당과 같은 복합문화예술공간은 공공의 돈이 들어간 만큼 시·도민들이 요구하는 '공적 서비스'가 무엇인지 고민해야 된다"면서 "통영시 자료에는 음악당이 생김으로써 시·도민 삶에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겠다는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질타하기도 했다.

모두 5개 기관을 운영하는 재단 규모에 맞지 않게 예산과 운영 인력이 너무 적은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준공을 한달, 개관을 4개월 앞둔 시점에도 직원 선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도 앞으로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한지에 대한 의구심을 낳고 있다.

한점순 의원은 "공연은 무대 감독과 공연기획팀이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쉽지 않은데도 현재 조직상에는 경영관리본부와 예술기획본부로 각각 분리돼 있다"며 "지난 2007년 한 연구용역설계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음악당만 운영비 45억 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런데 통영시민문화회관, 윤이상기념공원, 통영시립소년소녀합창단, 통영국제음악당 4곳이 통합 운영됨에도 지출 비용이 50억 원으로 책정됐다. 음악당 부문 재정자립도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방침대로 조례가 통과된다면 통영국제음악재단은 현재 창원문화재단(성산아트홀, 3·15아트센터, 진해문화센터, 진해야외공연장 등)과 맞먹는 문화기관들을 통합 관리하게 된다. 반면 예산과 인력은 창원문화재단(인원 70명·예산 90억)의 절반 수준에도 못미친다. 한국을 넘어 국제적인 수준의 공연장으로 발돋움한다는 야심찬 계획에 비추면 이 목표를 향해 발로 뛸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창원문화재단 관계자는 "공연장은 공연장마다 무대와 조명, 세트 시설이 다 특화되어 있기 때문에 각각의 공연장을 전문적으로 관리 운영하는 주체가 없으면 건물 및 장비의 수명이 오래 가지 못할 수도 있다"면서 "현재 통영국제음악재단 인력을 창원문화재단이 비추면, 공연장을 유지 관리하는 최소 인력밖에 되지 않는다. 이들이 무대뿐만 아니라 공연시 각종 안전사고 방지 및 기타 안내 업무를 모두 감당할 수 있을지 솔직히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김대건 씨 역시 "홍콩 등 외국 경험에 비춰봤을 때 극장마다 무대기술 관련해 조명, 음향, 기계, 진행을 한 조로 모두 3~4개팀이 필요하다"면서 "이 정도 인력이어야만이 공연의 질을 제고하고 공연장의 안정적인 운영을 담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현재 통영국제음악당은 직원 채용이 전면 보류된 상태다.

이러한 조직 및 운영상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하루 속히 음악당이 나아가야 할 비전과 운영 전반에 대한 마스터플랜을 세울 개관준비위원회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도내 한 공연예술 전문가는 "일본 신국립극장 같은 경우 이미 개관 5년 전부터 '개관준비위원회'를 꾸려 조직 구성, 운영 방안, 운영 계획, 개관 프로그램 구상 등을 진행했다"면서 "통영국제음악당 및 재단도 현재의 주먹구구식 준비가 아닌 전문가 집단의 조언과 합의를 바탕으로 한 개관 준비 작업에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조언했다.

통영국제음악당은 아시아 대표 음악축제로 발돋움한 통영국제음악제와 윤이상국제음악콩쿠르를 세계적인 음악축제로 발전시키고자 지난 2006년 건립이 확정 발표됐다. 2010년 공사에 들어가 현재 마무리 내장 시공 작업이 한창이다. 부지면적 3만 3085㎡, 연면적 1만 4618㎡, 지하 1층 지상 4층 규모로 지어진다.

주요 시설은 콘서트홀(1300석), 다목적홀(블랙박스 극장·300석)을 비롯해 리허설룸, 카페테리아 등이다. 대림산업 컨소시엄이 시공을 맡았으며 약 520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내달 30일 준공될 예정이며, 오는 10월 KBS <열린음악회>를 개관 기념 공연으로 펼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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