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조혈모세포 기증한 김영경 씨

김영경(21·사진) 씨는 이달 초 한 사람의 생명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조혈모세포를 기증했고, 기증 받은 환자는 현재 치료 중이다.

◇생명 살리는 일, 어렵지 않아요 = 창신대학교에 재학 중인 영경 씨는 지난해 11월 학교 축제기간에 '생명나눔실천 경남본부'에서 운영한 장기기증 캠페인 부스에 자원봉사활동으로 참여했다.

교내 학생들에게 장기기증 등록을 권유하면서 그도 등록신청서를 작성했다.

그 후 장기기증은 새카맣게 잊고 지냈던 영경 씨는 조혈모세포은행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영경 씨가 필요한 환자가 있다는 전화였다.

조혈모세포를 채취하고 있는 모습.

일반적으로 조직적합성항원형이 일치하는 확률은 2만 분의 1이다. 영경 씨는 순간 망설였지만 이내 기증을 결정했다. "저와 나이도 성별도 같은 사람이라는 거예요. 신기하기도 하고. 한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니 꼭 하고 싶었어요."

영경 씨는 부모님과 상의하고 조혈모세포 기증을 준비했다. 아버지는 좋은 일이라며 적극 찬성했지만 어머니는 너무 힘들고 아프지 않냐며 쉽사리 동의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TV드라마나 방송에서 본 장면을 생각하신 거죠. 전신마취를 하고 엉덩이뼈에서 골수 이식하는 것을요. 그런 게 아니라고 말씀드리고 잘 설득했죠."

조혈모세포는 혈액을 만드는 세포다. 조혈모세포 기증은 쉽게 말하자면 '골수 이식'이다. 주로 백혈병 환자에게 이식된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뼈에서 골수를 뽑는 방식이 아니다. 중간 과정이 조금 번거롭기는 하지만 누구나 흔히 할 수 있는 '헌혈'과 비슷하다.

또 기증 신청을 한다고 해서 누구나 하는 것도 아니다. 유전자가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날 때 한다.

도내에는 조혈모세포를 채취할 수 있는 병원이 없다. 가까운 부산에는 3곳이 있다. 영경 씨는 3월부터 몇 차례의 검진, 체내 조혈모세포 증진 등의 과정을 거쳐 기증했다.

영경 씨는 "사실 사람들의 인식이 '골수 기증'이라고 하면 힘들고 귀찮은 줄로만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헌혈이랑 비슷해요. 저는 나중에 또 필요한 사람이 나타나면 또 할 거예요. 조금 뿌듯했거든요. 다른 많은 사람들도 동참했으면 좋겠어요. 생명을 살리는 일이잖아요"라고 말한다.

◇'나이팅게일' 꿈꾸는 스물한 살 = 올해로 스물한 살인 영경 씨는 고등학생 때부터 간호사가 꿈이었다.

영경 씨는 자신이 어렸을 때부터 봉사활동을 열심히 하던 어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간호사가 되고 싶은 마음도 다른 사람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출발한 것이다.

김영경 씨.

나중에는 간호사가 되어 다른 나라의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싶다고 했다. 그렇다고 무언가 결의로만 가득 찬 모습은 아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드러나는 영경 씨의 모습은 갓 스무 살을 넘긴 또래의 순수함으로 가득했다. 얼마 전에 치른 중간고사를 걱정하고, 내년에 졸업하고 치러야할 국가시험을 걱정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20대 초반의 대학생이다.

사실 간호학과에 재학 중이 아니었다면 이번 기증도 없었을 법 하다. 영경 씨도 조혈모세포 기증 '방법'에 대해 기본적인 지식이 있었기 때문에 선뜻 나설 수 있었다.

영경 씨는 이번 기증에 대해 '누구나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저한테 '이거 기증하면 뭐 주나?'라고 묻기도 했어요. 속상했어요. 돈 주는 것도 아닌데 이런 걸 왜 하냐며…. 대가를 바라고 한 일이 아니었거든요. 단지 나의 작은 행동이 누군가에게는 큰 희망이 된다는 걸 생각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기증 희망등록도 더 많이 늘었으면 해요."

한국에서는 조혈모세포 기증이 타국에 비해서 낮은 편인데, 방송에서 보여주는 공포심과 많이 귀찮을 것이라는 편견이 상당히 크다. 조혈모세포기증운동은 2003년 5월 시작됐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기증자를 기다리고 있다.

영경 씨는 조혈모세포를 기증 받은 환자의 소식은 아직 듣지 못했다고 한다. 영경 씨는 매일 밤 "꼭 건강해지길"이라고 기도하고 있다. 

인터뷰 중인 김영경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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