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 함께 바람난 주말] (69) 창원 돝섬 나들이

성급히 여름에 자리를 내준 봄이 조금은 원망스럽다. 한 계절을 오롯이 만끽하기 전에 다음 계절 맞이에 몸도 마음도 바쁘다.

봄과 여름의 그 중간 어디쯤의 바람을 타고 마산합포구 돝섬에 유람선이 운항한다는 소식이 날아들었다. 유람선 운항선사인 돝섬해피랜드는 마산여객터미널을 출발해 마창대교∼막개도 등대∼저도 연륙교∼거가대교를 돌아 돝섬까지 다녀오는 맞춤형 유람선을 지난달 말부터 운항했다.

겨우내 한 번도 찾지 않았던 바다가 보고 싶었다. "우리 배 타러 갈까?"라는 질문에 아이는 생각할 겨를도 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산여객터미널에 도착했다. 돝섬까지 왕복하는 도선 안내표 옆에 행복유람선 이용안내표가 붙었다.

마산여객터미널을 출발한 유람선이 돝섬 앞 막개도 등대를 지나가고 있다.

△1코스 마창대교∼막개도 등대(1시간) △2코스 마창대교∼막개도 등대∼돝섬(3시간) △3코스 막개도 등대∼실리도∼황덕도∼저도(연육교)∼돝섬∼터미널 △4 코스 막개도 등대∼저도 연륙교∼거제도∼거가대교∼돝섬(6시간)이다.

월요일∼목요일은 단체 관광객의 주문에 따라 노선과 시간을 맞춰 탄력적으로 운항한다. 주말에는 오후 1시 30분 2코스를 고정적으로 운영하고, 이용객 수에 따라 3시에 추가 운항을 더한단다.

돝섬 출렁다리.

다른 코스는 소요시간이 긴 탓에 주말이라도 어느 정도 이용객 수가 채워져야 배를 띄운다. 특히 30명 이상 단체 관광객이 예약하면 돝섬 둘레길 걷기와 갯벌체험 등의 일정이 포함된 해상 둘레길 투어를 체험할 수 있다. 행복 명상과 힐링, 선상 프러포즈, 바다 위 음악감상 등 다양한 맞춤형 테마여행도 즐길 수 있다.

시간 부담이 덜한 2코스를 선택했다. 약간의 간식을 준비해가는 것이 좋다는 안내원의 말을 따라 음료수와 이것저것 주전부리를 샀다.

84명 정원의 해피유람선에 몸을 실었다. 돝섬을 왕복하는 배와 별다를 건 없다. 하얗게 부서지는 파도와 바다 풍경을 보려고 실내가 아닌 배 위에 섰다.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 있겠다고 고집을 부리던 아이도 어느새 갈매기와 파도를 가까이서 보겠다며 용기를 낸다.

저 멀리 한 폭의 엽서를 연상시키던 마창대교가 점점 가까워진다. 이내 머리 위로 마창대교가 지나가고 바다 한가운데 막개도 그리고 등대가 눈앞에 바짝 다가왔다.

아주 작은 섬에 하얀 등대 하나가 외로이 서 있다. 계단까지 정교하게 만들어져 있는 걸 보면 예전에 누군가 이곳에서 불을 비춰 칠흑같이 어두운 밤을 지나가는 배들에 길을 안내했을 것이다.

40여 분의 운항 뒤에 황금돼지상이 맞이하는 돝섬에 도착했다. 시원한 물줄기를 뿜어내는 인공폭포 안으로 돝섬의 설화이야기를 숨겨놓았다.

돝섬 황금돼지상.

바다를 옆에 끼고 걸을 수 있는 둘레길 탐방에 앞서 꽤 식구가 늘어난 조류원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두 곳으로 나뉜 조류원은 공작과 머틸드 코친(닭목 꿩과 조류), 토끼 등 아이들에게 친숙한 동물과 희귀 조류가 아이들의 발길을 사로잡는다.

섬이 주는 매력은 어디서든 시야가 탁 트인 데다 파도 소리 이외에는 어떤 소리도 허락하지 않는 편안함일 듯하다. 지금은 아카시아 향이 섬 전체를 감싸는 청량한 공기와 맘껏 뛰어놀 수 있는 안전함 역시 이색 경험이다.

주말을 맞아 돝섬 안에 마련된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유럽을 연상케 하는 포토존과 지난해 창원비엔날레에 출품된 다양한 조각을 배경으로 셔터를 눌러대며 추억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이들의 표정은 밝다.

돝섬 내 조류원.

이제 막 꽃을 틔우기 시작한 장미 넝쿨은 조만간 다시 오라고 유혹하는 듯하고, 출렁출렁 흔들다리는 지친 다리를 위로하는 듯하다.

국내 유일의 해상유원지 돝섬은 배를 타고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살짝 아쉬웠다면, 나름 배 위에서 즐기는 시간이 긴 유람선을 타고 돝섬과 바다 위의 시간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지금은 특별이벤트 기간으로 조금 더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dotseom.kr)를 참조하거나 전화 055-245-4451로 문의하면 된다.

마창대교를 지나는 유람선.

<유람선 이용 안내>

◇돝섬 왕복(오전 9시∼오후 6시) = 대인 6000원, 소인(초등학생 이하) 3800원.

◇해피유람선 = △1코스 대인 1만 원, 소인 7000원. △2코스 대인 1만 5000원, 소인 1만 원.(3, 4코스는 매표소에서 가격과 소요시간 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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