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랑살리기 운동 함께한 사람들

도랑 살리기 운동을 취재하면서 많은 마을 이장을 만날 수 있었다. 돌이켜보면 큰 행운이었다. 지자체나 환경단체도 헤아리지 못한 주민의 마음을 그들은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확인하고 알아차렸다. 이들이 없었다면 도랑 살리기 바람도 적당히 불다가 그쳤을 것이다.

사소한 이야기로 들릴 수 있지만 '이장님'의 말에는 도랑 살리기 운동의 방향과 가치가 함축돼 있었다. 산청군 금서면 수철마을 강수성 이장은 "주민이 진정으로 도랑을 살린다는 각오를 해야 한다. 도랑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 말이다"고 강조했었다.

창원시 북면 신동마을 설광기 이장은 "2~3년은 지속해야 주민들도 습관이 된다"는 말을 되풀이했고, 김해시 생림면 하사촌마을 하원식 이장은 "취수장에서 강물을 정화하지만, 원천적으로 상류 물이 깨끗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고성군 개천면 예성리 구례마을 여정인 이장도 "도랑이 더러우면 동네 전체가 더러워 보인다. 도랑 살리기는 가치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원 북면 신음마을 이상철 이장은 농약병과 비료봉투 등을 모아 가져온 주민에게 두루마리 화장지를 나눠주는 아이디어를 선보이기도 했다.

김해시 진례면 담안마을 송유영 이장과 송세명 이장은 대(?)를 이어 공장 폐수가 흘러들던 도랑을 되살리는 기적을 만들었다.

"이렇게 많이 모일 줄 생각도 못했다"며 마을 어르신을 도우러 도시에서 모인 사람에게 고마워하던 김해시 한림면 어병마을 송유백 이장이었다.

다소 어눌했지만 "마을 도랑을 맑고 깨끗하게 만들어 후손에게 물려주겠다"고 실천 서약서를 낭독하던 진주시 명석면 내율마을 홍외석 이장과 외율마을 윤판용 이장도 있었다.

고성 구례마을 일흔 넘은 제필순 어르신과 남삼희 어르신은 "인자 깨끗하고 무난해졌다"며 다시 살아난 도랑을 자랑거리로 삼았다.

"주민이 신경을 많이 쓰고 잘하고 있습니다. 더 열심히 해야지예"라고 수줍게 다짐하던 창원 북면 신동마을 주재순 할머니, 10년 넘게 마을 청소 등을 묵묵히 해온 김해시 한림면 명동리 인현마을 주민 김광범 씨, 친구와 함께 김해 생림면 하사촌마을 담벼락에 예쁜 벽화를 남겼던 경남애니메이션고등학교 정원정 학생까지 모두 도랑을 살린 주역이었다.

아울러 한국생태환경연구소, 김해 화포천 환경 지킴이, 경남환경연합, 창녕 부곡면 청년 단체인 신의회 등 '길잡이'가 없었다면 도랑 살리기 운동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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