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사람]실용음악학원 원장 조지훈 씨

금요일 늦은 밤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남동의 라이브재즈바 '올댓재즈' 안으로 건장한 남자 세 명이 들어선다. 금요일마다 이곳에서 연주하는 밴드 '노란코끼리'다. 기타를 멘 두 사내 뒤로 드러머 조지훈(36·사진) 씨가 보인다. 사내들은 익숙하게 악기 튜닝을 마친 뒤 연주를 시작한다. 연주곡이 대부분이다. 드럼과 기타의 조화 덕에 보컬이 없어도 충분하다.

지훈 씨는 고등학교 1학년 때 스쿨밴드 '엘레강스'에 가입하며 처음 스틱을 잡았다. 당시에는 흔치 않은 악기였지만 때마침 드러머 자리가 공석이었기 때문에 드럼을 맡게 되었다. 생각과 달리 비용도 얼마 들지 않았다. 악기는 선배들이 이미 마련해놓고 간 것을 사용하면 되었기 때문이다. 고교 졸업 후 자연스레 예술대학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인생의 스승도 만났다. 현재 웅산밴드에서 드럼을 맡고 있는 박철우 씨다.

"고교 때까지는 그냥 드럼이 좋아서 연주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선생님 덕분에 드럼에 대한 생각이 180도 바뀌었죠. 선생님은 스틱을 잡는 것부터가 연주라고 하셨어요. 스틱을 자신의 팔로 만드는 것, 그것부터가 연주의 시작이라고요."

이후 학교도 가지 않고 박철우 씨의 학원에서 숙식하다시피 하며 드럼을 배웠다. 1년 동안 하루 10시간씩 꼬박.

   

지훈 씨는 그곳에서 처음 누군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어느 정도 실력이 쌓였을 때쯤 선생님께서 초급반이나 취미반 학생들을 가르쳐보지 않겠느냐고 말씀하셨어요. 그렇게 지금까지 왔네요."

그가 빙긋이 웃는다. 연주와 교육은 엄연히 다르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를 가르치다 보니 자신이 배우는 것도 많았고 학생이 성과를 내는 것을 보는 것도 좋았다. 지훈 씨에게 배우던 학생 몇은 실용음악과에 진학했고 몇은 군악대에 가기도 했다.

"그러다 군대에 다녀왔어요. 전역 후 잠깐 서울에 가 있기도 했지만 이내 돌아왔죠. 마침 가정상황이 나빠졌고 돈을 벌어야 했거든요.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드럼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했어요."

그러던 차에 인디밴드를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온 이가 있었다. 지역에서 예명 가이(Guy, 歌異)로 알려진 뮤지컬 배우 김호섭 씨다. 대학밴드 활동을 했던 호섭 씨가 지훈 씨의 드럼 실력을 알아봤던 것이다. 생계 때문에 잠시 음악을 손에서 놓았던 두 명의 친구도 함께 했다. 그렇게 결성된 밴드가 'Fuzzy vox bounce'였다. 그때부터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드럼을 치게 되었다.

"클럽에서 공연을 하게 되면서 저희 연주를 좋아하는 분들도 조금씩 생겼죠. 그러다 라디오 작가 두 분을 알게 되어 프로그램에 고정적으로 연주도 하게 되었어요. 행사도 수백 번씩 나갔던 것 같네요. 밤 늦게까지 행사 나가고 또 야간에 일하러 갔다가 오전에 또 행사 가고, 그런 하루가 허다했어요."

일 년 남짓 흘렀고 잦던 행사도 줄어갔다. 그때 밴드 멤버들과 시작하게 된 게 학원이었다. 예전에 학생들을 가르쳐 본 지훈 씨의 경험도 바탕이 되었다. 당시에는 흔치 않은, 악기별로 전문화된 강사가 학생을 전담해 가르치는 시스템이었다. 음악을 하겠다는 학생들이 많이 찾아왔다. 덕분에 지역에 꽤 많은 제자들도 생겼다. 자연스레 밴드활동보단 학원이 중심이 되어갔다.

그러다 여러 학원을 거쳤고 창원시 마산합포구 월남동에 '더뮤직실용음악학원'을 개원한 것이 지난해 일이다. 지금껏 음악을 해온 경험을 살려 연습실, 악기 등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특히 신경을 쓴 부분이 방음부스다. 작은 연습실에도 서울에서만 파는 방음부스를 사용했다. 학생들이 온전히 음악에 집중하게 하기 위함이다.

"학생들은 입시에 쫓겨 학원을 다닐 때가 있죠. 학부모들도 마찬가지고요. 돈 잘 버는 가수가 되는 것, 학교에 진학하는 것 등등 너무 쉽게 생각하기도 해요. 음악이 무엇인지, 음악을 왜 하고 싶은지,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은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놓치고 말이죠. 그럴 때마다 학생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진정성이에요. 고등학교 때 우연히 스틱을 잡은 뒤 지금까지 먹고살기도 힘든 음악을 생계로 삼을 수 있었던 건 아무리 생각해도 진정성 때문이었거든요. 저 역시 학생을 가르치고 학원을 운영하면서 그 진정성을 잊지 않으려고 해요. 음악 때문에 느낄 수 있는 행복도요. 그런 생각이 맞은 학원 선생님 두 명과 올해 만든 밴드가 노란코끼리예요. 학생들에게도 제대로 된 음악선생님이 되기 위해 자작곡을 만들고 매주 함께 연주하면서 끊임없이 그 진정성을 상기하죠."

마주 앉은 지훈 씨가 쑥스러운 듯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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