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107) 황로

새 중에 사람에게 의존하면서 살아가는 종은 무엇일까? 가장 대표적인 새는 지난주에도 언급했던 제비일 것이다. 제비 외에도 방앗간을 좋아하고 농부에게 허수아비를 만들어야 하는 수고로움을 주는 참새, 가을에 수확 후 낙곡을 먹는 기러기나 오리 등 매우 다양한 새들이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농번기인 이 시기에 사람들의 활동과 보조를 맞추는 새는 아마도 제비와 황로일 것이다. 지난주에는 제비를 소개하였고, 오늘은 황로를 소개한다.

황로의 학명은 Bubulcus ibis이고 영명은 Cattle Egret이다. Bubulcus의 어원은 원래 소(Cattle)를 의미하고 ibis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중대백로나 쇠백로 등 백로류(Egret)를 의미한다. 그래서 황로의 학명과 영명은 같은 의미를 가지며 우리말로 굳이 번역하자면 '소백로'가 된다. 우리나라에서 소백로(Cattle Egret)라 부르지 않고 황로라고 부르는 것은 외형적인 특징 때문이다. 번식기에 접어들면 머리부터 등까지 담황색을 띠기 때문에 그 모습을 보고 황색의 백로라는 의미로 '황로'라 불렀다. 영명인 Cattle Egret은 황로가 가지는 생태적인 특성을 고려하여 이름을 지은 것이다. 황로는 소와 같은 대형 가축을 따라다니면서 먹이활동을 한다. 소가 풀을 뜯기 위해 이동할 때 풀숲에 숨어 있던 곤충들이 놀라서 튀어나오면 잡아먹는다. 우리나라의 경우 요즘은 소를 방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모내기를 준비하는 트랙터를 따라다니면서 먹이를 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황로가 트랙터를 따라 다니는 것은 트랙터가 지나간 자리에는 곤충이나 지렁이 등 먹이자원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주남저수지 백양 들녘 논두렁에서 트랙터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는 황로.

이렇게 똑똑한 두뇌를 가진 황로는 사실상 조류 중에서 가장 빠르게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황로는 세계적으로 380만~760만 개체가 서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분포 지역도 북극이나 남극을 제외한 전 세계인데 비교적 최근에 서식지를 확장하였다. 원래 황로는 스페인, 포르투갈, 아프리카 지역의 고유종이었다. 19세기 말에 남아프리카까지 서식지를 확장하였고, 1930년대에는 대서양과 아메리카로 서식지역을 확장해 나갔다. 미국에서는 1941년 처음 확인된 이래 1953년 캘리포니아에서 번식이 확인되었고 1962년에는 캐나다에서도 관찰되었다. 유럽에서는 1958년 프랑스 남부지역에서 군집을 형성하였고, 1980년대에는 프랑스 북부와 이탈리아로 서식지를 확장하였다. 영국에서는 2008년 처음으로 황로를 확인하였다. 호주에서는 1940년대에 군집을 형성하여 서식하기 시작하였고, 1960년대에는 뉴질랜드로 서식지를 확장하였다. 황로가 세계적으로 확장해 나가는데 100년이 걸리지 않았는데 이것은 인류의 가축 사육과 연관성이 깊은 것으로 과학자들은 추정하고 있다. 또한 황로의 독특한 생활 습성은 경쟁관계의 동물이 별로 없기 때문에 새로운 서식지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을 것이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번 주말에는 야외활동 하기에 좋은 날씨가 될 것이다. 카메라를 챙겨 모내기를 준비하는 들녘을 찾아가면 사람들의 생활 습관을 적절히 활용하여 가장 빠르게 전 세계로 자신들의 세력을 확장해 나가고 있는 황로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이찬우(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환경 이야기'는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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