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농을 찾아서(47) 창녕 자꾸커 농장 오연화 오난희 대표

창녕군 유어면에서 천년초, 일명 '손바닥 선인장'을 재배하고 있는 '자꾸커 농장' 오연화(37)·오난희(34) 대표. 귀농 7년째인 이들은 친자매로 보이지만 사촌 자매 사이다. 하지만 난희 씨 부모님에게도 아버지, 엄마라고 부르는 연화 씨 모습은 마치 친딸 같다. 말이 없고 내성적인 난희 씨와 시원시원하게 활달한 연화 씨는 다른 듯하지만 '정직'을 좌우명으로 한 같은 모습으로 '천년초 사랑'을 키우고 있다.

◇첫눈에 반한 천년초 = 대구가 집인 이들은 파주에서 같이 직장 생활을 하다 지난 2007년 전격 귀농했다. 난희 씨 외가가 있는 창녕군 유어면에 여름이면 놀러 오곤 했지만, 농사라고는 지어본 적이 없는 도시처녀들이었다.

난희 씨는 어려서부터 유난히 잔병치레가 잦았다. 병원을 가도 원인을 몰랐다.

"난희와 같은 회사에 다녔어요. 어느 날 기숙사 동료가 천년초라고 먹는 것을 보고는 먹게 됐는데 난희 두통이 나은 겁니다. 우연이겠거니 하면서도 천년초에 관심을 갖게 됐어요. 그리고 우리가 먹는 것이 과연 어떤 것인지, 얼마나 안전한 것인지 알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죠."

주말을 이용해 연화 씨와 난희 씨는 천년초 포장지에 쓰인 생산자 주소로 무턱대고 찾아갔다. 충청도 어디쯤이었다.

그곳에서 난희 씨는 천년초에 첫눈에 반했다.

"그때부터 동생이 천년초 농사를 짓고 싶다고 말했어요. 저는 전혀 그럴 마음이 없었죠. 시골 생활이 힘들 것을 알고 있는데다 농사라고는 전혀 지어보지 않았으니까요. 게다가 미혼이고 여자이고 돈도 없고 어느 것 하나 조건이 좋지 않았죠."

하지만 난희 씨는 무작정 회사를 그만두고는 대구에 같이 가자고 연화 씨를 설득했다.

그렇게 사촌 자매는 시골로 왔다.

창녕 '자꾸커 천년초 농장' 오연화(왼쪽) 오난희 대표. /이원정 기자

◇도시처녀 농촌 적응기 = 난희 씨 부모님의 심한 반대를 극복하고 귀농했지만, 막상 시골 생활은 쉽지 않았다. 삽도 호미도 전혀 잡아본 일이 없었던 이들 자매는 생소한 육체노동에 병원에 다니며 물리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이었다.

무료하기도 했다. 모종을 심고 나니 할 일이 없었다. 천년초는 재배 3년째부터 약성이 생겨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에 그동안은 수입원도 없었다. 동네 일손을 돕기 시작했다.

"처음 2년은 정말 고생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으니까요. 동네 할머니들이 많이 도와주셨어요. 창녕은 양파와 마늘이 유명한 곳인데, 6~7월이면 굉장히 바빠요. 그래서 그때 동네 일손을 좀 도왔더니 나중에 어른들이 저희를 도와주시더군요."

무엇보다 곤란했던 것은 농촌 정서였다. 철저히 개인화된 도시와는 달리 시골은 사생활이라는 것이 없었다. 어느 때고 불쑥 이름을 부르며 방문을 열기 일쑤였다.

"할머니들이 오시는 건 그나마 나은 데 할아버지들도 불쑥 오시거든요. 좀 난감했죠. 그래서 생각한 끝에 빨래건조대를 이용해 집으로 올라오는 샛길에 대문 아닌 대문을 만들었어요. 그다음부터는 그 문에서 이름을 부르고는 올라오세요."

농촌 적응을 위해 자매는 스스로 움직였다. 아무리 난희 씨 외가가 있던 곳이라고 해도 도시처녀에 대한 은근한 경계심이 있었다.

"대화를 통해 서로 점점 이해하도록 했죠. 일부러 저녁때 일일드라마 할 시간이 되면 이웃 할머니 집에 놀러 갔어요. 그리고는 할머니와 드라마 내용을 주제로 이야기도 나누고 장단도 맞추고 응석도 부렸죠."

하지만 또래라고는 없는 동네, 하루에 몇 마디 하지 않는 난희 씨. 차츰 우울함을 느끼던 연화 씨가 탈출구로 선택한 것이 인터넷 블로그였다. 이전까지만 해도 컴맹이었던 연화 씨는 블로그를 통해 소소한 일상과 스트레스를 털어놓았다.

"블로그를 만들어 일기식으로 글을 올렸더니 어느덧 댓글이 달리고 제 이야기를 들어주고 저를 격려해주고 칭찬해주더군요. 새로운 세계였습니다. 그때부터 천년초 이야기도 블로그에 올렸더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질문을 하더군요. 블로그를 하면서 주문도 들어왔습니다. 신기했죠."

직접 찾아오는 사람도 있다. 이들은 귀농 상담을 하려는 경우가 많다. 창녕군에도 이들 자매 이야기가 알려져 창녕군 귀농투어에서 성공 사례로 발표하기도 했다.

◇가시와의 전쟁 = 천년초는 노지 재배를 한다. 한겨울에도 하우스 시설을 하지 않고 노지에 그대로 둔다.

"천년초는 눈에서도 살아요. 토종 선인장이라서 내한성이 강합니다. 겨울이 되면 수분이 뿌리로 내려가고 잎은 그야말로 말라 죽은 듯 보입니다. 하지만 죽은 게 아닙니다. 도리어 이때가 약성이 강하죠."

농사일이라고는 처음인 이들은 165㎡(50평)에서 천년초 재배를 시작했다. 안되면 버려도 손실이 없도록 작은 규모에서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초보 농사꾼의 손길에도 천년초는 잘 자랐다. 지금은 3300㎡(1000평) 밭에서 천년초가 자라고 있고, 내달부터는 5000㎡(1500평)를 추가 재배할 계획이다.

천년초 밭은 모두 인근 산 어귀에 있다. 노령화된 농촌에서 노는 땅을 무료로 얻어 천년초를 키우기 때문에 땅 임차료는 들지 않지만, 이곳저곳 흩어져 있어 관리가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또 기계가 올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대부분 일을 자매가 수작업으로 해야 한다.

재배 과정에서 시행착오는 적었다. 연화 씨는 "땅에 떨어져도 그 자리에서 다시 뿌리를 내리고 잘 자라는 것이 천년초"라고 했다.

이들 자매를 가장 괴롭힌 것은 바로 가시였다.

"천년초 가시는 솜털 가시입니다. 처음에는 뭣 모르고 맨손으로 작업했습니다. 그런데 이 가시가 살을 파고들어서 통증이 심했어요. 가시는 바람에 날리기도 합니다."

옷에도 온통 솜털 가시가 붙어 옷을 태워버리기도 했다. 연화 씨는 귀농을 후회했다.

"2년이 될 때까지 가시 때문에 후회도 많이 했습니다. 이것 말고 딴 걸 하자. 반소매 옷을 입고 일할 수 있는 열매 같은 것을 키우자 하는 생각도 했죠. 천년초가 키우기 쉽고 몸에도 좋은데 사람들이 왜 안 키우는지 알겠더군요. 긴 바지, 긴소매 옷, 고무장갑을 끼고 작업해야 합니다. 2년쯤 고민하다가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가시에 요령이 생기니까 이 어려운 것을 이겨내면 내가 최고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돈보다 값진 것 = 이들 자매가 귀농으로 얻은 제일 큰 성공은 바로 '건강'이다. 난희 씨는 아직도 말수가 적지만 예전에 비해 많이 활발해지고 적극적이 됐다.

"시골에 와서 지내면서 동생이 건강을 되찾았습니다. 안 아픈 것만으로도 돈 버는 것보다 더 성공한 셈이죠. 부모님이 처음에는 꼴 보기 싫다고 이곳에 오지 않았는데 지금은 무척 좋아하시며 자주 와서 많이 도와주세요."

천년초를 재배하며 연화 씨와 난희 씨의 업무 분담은 자연스럽게 됐다.

고객 응대 등 대외적인 일은 모두 연화 씨 차지다. 대신 꼼꼼한 난희 씨는 숫자가 들어가는 모든 것을 관리한다. 회계 관리를 맡고 있으며 상품 포장도 난희 씨 몫이다.

어느 날 창녕군 농업기술센터에서 가공품 생산을 제안했다. 지난해 6월 농촌여성일감갖기 사업 지원 사업으로 선정돼 진액 가공공장을 지었다. 다음 달 준공을 앞두고 자매는 진액 생산 연구에 매달리고 있다.

"작지만 위생적인 시설에서 정직하게 상품을 만들어 알차게 꾸려가고 싶습니다. 먹고살 정도만 되면 되죠. 돈 몇억이 목적이 아니에요. 우린 돈보다 더 귀한 건강을 찾았습니다. 매일이 즐겁습니다. 시골에 젊은 사람들이 많이 와서 즐겁게 일할 수 있는 롤모델이 되면 좋겠습니다."

인터뷰 내내 거의 말이 없던 난희 씨가 입을 열었다.

"아파 본 사람이 아픈 사람의 마음을 안다고 하죠. 제가 지금은 건강을 찾아 이렇게 행복한 삶을 살고 있지만, 세상에는 아직 아픈 사람이 많습니다. 천년초가 만병통치약은 아닙니다. 하지만 내가 재배하는 천년초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내가 생산한 안전한 먹거리를 먹고 소비자가 행복해지는 것이 꿈입니다."

문의 010-2823-5741.

<추천 이유>

◇변수석 강소농지원단 약초분야 민간전문가 = 창녕 손바닥 선인장인 천년초 재배 '자꾸커 농장' 대표는 사촌자매(오연화·오난희)입니다. 이들은 2007년 귀촌·귀농해 손바닥선인장 재배를 시작, 재배규모 확대와 더불어 새로운 힐링 기능성 작물로 소득을 올리는 강소농입니다. 열성적인 활동으로 귀농을 희망하는 이들에게 새로운 꿈의 도전이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창녕 천년초라는 지역특화작물로 육성 발전시켜나가는 등 지역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하는 젊은 여성 CEO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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