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야기]동생 윤성문이 쓰는 누나 윤혜림 이야기

어린 시절. 싱글벙글 웃으며 서로 장난을 치기도 하고, 어느 때는 티격태격 울고불고 싸우기도 하며 친구사이처럼 지내왔던 누나 윤혜림(28). 이제 막 사회에 발을 내디딘 나 윤성문(26)보다 일찍 사회생활을 시작한 인생 선배가 되어 있다. 시간이 흐르면서 달라진 우리 모습을 보면서 지나온 날들에 대한 추억을 회상하고, 직장생활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시간을 마련했다.

-먼저 우리 남매 사이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친구!"

-왜 친구라고 생각했어?

꼬마 시절 우리. 무엇을 보고 저렇게 즐거워했을까.

"남매이지만 친한 여자 친구들처럼 이런저런 얘기를 많이 하잖아. 그리고 사소한 연애 얘기도 하며, 고민이 있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땐 마음을 털어놓기도 하고…. 동생이지만 더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줄 때는 정말 든든한 친구 같아. 또 친구같이 항상 즐거워. 물론 싸울 때도 잦지만, 어린아이들처럼 괴롭히면서 장난도 치고 깔깔거리며 농담도 할 땐 언제나 웃음이 끊이질 않아. 넌 내가 생각하기에 정말 친구 같아."

-그럼 우리 남매 간 있었던 일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뭘까?

"난 작년 여름휴가가 정말 기억에 남아. 친구들과 휴가 떠날 기대로 한껏 들떠 있었잖아. 하지만 휴가가 취소되면서 우울해하고 있었는데, 네가 같이 놀러 가자고 하는 거야. 한 번도 둘이 멀리 여행간 적이 없어서 솔직히 재미있을까 걱정하며 거제로 갔었거든. 그런데 생각보다 너무 신 나게 여행을 즐겼던 것 같아. 비바람을 뚫고 '바람의 언덕'에 올라가 바다도 구경하고 각자 포즈도 연구해 가면서 사진 찍기에 열 올렸던 것 기억나지? 집에 오는 길에는 통영에 들러 스마트폰으로 충무김밥 맛집을 검색해 밥도 먹었잖아. 그때 기분이 좋아서인지 더 맛있게 김밥을 먹었던 것 같네. 지금도 그날 찍은 사진들을 하나하나 훑어보면 그때로 돌아간 듯이 즐겁고 행복해. 올해도 같이 여행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누나가 생각하는 가장 잊지 못할 순간이 있다면?

"처음으로 직장을 구해서 일 시작했을 때였던 것 같아. 간호사로서 처음 맡은 부서가 분만실이었잖아. 대부분 그렇듯 나 또한 처음으로 산모들이 분만하는 모습을 보고는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어. 산모가 고통스러워하는 순간부터 아기가 나오는 모습, 쏟아지는 출혈, 모든 것이 충격이었지. 그런데도 참 신기한 것은 아기가 태어난 후에 엄마들은 언제 아팠냐는 듯이 '응~ 엄마야, 예쁘다 우리 아기'라며 행복해하는 거야. 아기 울음소리를 들으면서 눈물짓기도 하고, 본인보다 아기 건강부터 물어보는 산모들 모습을 보면서 진정한 엄마 모습을 보게 되었던 것 같아. 우리 엄마도 나를 낳을 때 저렇게 고통스러워 하셨을 거라 생각하니 괜히 눈물이 핑 돌기도 했어. 열 달 동안 뱃속에서 사랑으로 고이 길러, 분만이라는 힘든 과정까지 거치며 처음으로 맞이하는 이 순간에 내가 도움되고 함께 할 수 있어 아주 좋은 것 같아."

-현재 직업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뭐야?

지난해 여름 휴가 때 비바람을 뚫고 함께 간 거제 '바람의 언덕'.

"고등학교 때 친구가 입원해서 그 병원에 자주 간 적이 있었어. 그때 가운을 입고 열심히 일하는 간호사 모습을 보게 되었는데, 유치하지만 그 모습이 나한테 너무 멋있게 보였어. 친절하고 상냥하게 불편한 곳은 없는지 물어보고, 아픈 사람에게 힘이 되고 믿음을 주는 모습에서 간호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

-처음 직장 일을 했을 때 기분은 어땠어?

"간호사가 되었다는 것에 대한 설렘도 있었지만 두려움이 더 컸던 것 같아. 주사 놓는 것도 무서웠고, 선배나 환자들 질문에 대답도 잘하지 못했어. 이 일을 잘할 수 있을지에 대해 자신도 없었지. 내가 하는 작은 실수가 환자들에게는 엄청난 피해를 줄 수 있기에 행동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어. 하지만 내가 환자에게 도움을 주고, 나아지는 모습을 보니 뭔가 모르게 뿌듯한 기분이 들기 시작하는 거야. 선배에게 칭찬받을 때는 기분도 좋고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어."

-지금은 어때?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덧 6년 차 간호사가 되어 있네. 여전히 서툴고 부족하지만, 잘하고 싶어했던 예전 내 모습을 기억하며 후배들에게 힘이 되는 선배가 되고 싶어. 바쁘고 여유 부릴 틈 없이 긴장감 속에서 일하고 있지만, 마음 따뜻하게 환자들과 소통하며 책임감 있는 그런 간호사가 되고 싶어."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은 뭐야?

"학생 때는 일하게 되면 마냥 돈도 벌고, 하고 싶은 거 다 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었을 거야. 하지만 막상 일을 해보면 모르는 것도 많고 어려운 일도 있을 거야. 사람들과 관계를 좋게 유지하기도 어렵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래도 노력하다 보면 하나씩 좋아지고 잘하게 되니까 힘내서 일했으면 좋겠어. 어떤 일에서 '잘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을 이길 수 없고, 좋아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고 했어. 네가 학교 다닐 때부터 하고 싶어 했던 일이고 또 즐길 수 있는 일이잖아. 같은 노력으로도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거야. 파이팅!"

-마지막으로 누나에게 가족이란 뭘까?

"한 마디로 표현하면 '소나무'인 것 같아. 내가 기쁜 일 있을 때, 혹은 너무 힘들고 지쳐 투정을 부려도 항상 한결같이 뒤에서 나를 지켜봐 주니까. 요즘 힐링이라는 말이 유행이잖아. 우리 가족도 항상 서로에게 힐링이 되는 가족이었으면 좋겠어."

최근 서로 직장생활을 하게 되면서 더욱 얼굴 보기 힘들어진 누나였다. 하지만 이번 인터뷰로 평소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까지 했다. 최근 소원했던 상황을 한 번에 걷어 낼 수 있는 시간이었다.

"누나, 항상 그러했듯이 서로 얘기 들어주고, 어린아이들처럼 괴롭히면서 장난도 치고 깔깔거리며 농담도 주고받자. 계속 그런 친구 같은 남매가 되었으면 좋겠어. 우린 친구 아이가!"

/윤성문 객원기자

경남건강가정지원센터-경남도민일보 공동기획으로 가족 이야기를 싣습니다. '건강한 가족이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취지로 마련한 이 지면에 참여하고 싶은 분은 남석형 (010-3597-1595) 기자에게 연락해주십시오. 원고 보내실 곳 : nam@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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