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야기] (106) 경남 제비 총 조사 활성화 포럼

"하루난 제비 한 쌍이 날아 들거날 흥보가 좋아라고 '반갑다 저 제비야. 고루거각(高樓巨閣)을 다 버리고 궁벽강촌(窮僻江村) 박흥보 움막을 찾아드니 어찌 아니 기특허랴.' 수십 일만에 새끼 두 마리를 깟는디, 먼저 깐 놈은 날아가고 나중 깐 놈이 날개공부 힘을 쓰다 뚝 떨어져 다리가 작각 부러졌것다. 흥보내외 어진 마음으로 명태껍질을 얻고 당사실을 구하여 부러진 다리를 동여 매어 제집에 넣어주며 '부디 죽지 말고 살아 멀고 먼 만리 강남을 평안히 잘 가거라.' 미물의 짐승이라도 흥보 은혜 갚을 제비거든 죽을 리가 있겠느냐."(<흥보가> 중에서)

이렇듯 제비는 오래 전부터 사람들에게 귀한 대접을 받았고 가장 친숙한 야생동물이다. 어린 시절을 보낸 시골집에 갈 일이 생긴다면 제비 둥지를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아침이면 재잘대던 제비가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이제 시골에는 혼자 사시는 어른이 대부분이다. 고령화로 활동력도 떨어졌고 아이들 웃음소리도 사라져 버렸다. 그래서 제비도 더 이상 시골에서 살지 못하고 도시로 떠나버렸다. 시골에 제비가 둥지를 틀었다면 사람들이 매일 출입하고 이야기소리가 끊이지 않는 마을회관 정도일 것이다. 이렇듯 제비라는 생물은 인간의 활동력에 상당히 의존해 살아왔다. 그 이유는 사람들이 천적으로부터 자신들을 보호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비는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였다. 충북 산림환경연구소의 미발표 자료(1998)에 따르면 조사 면적 10㏊당 제비의 개체수는 1987년 2282개체였으나 1997년에는 155개체에 불과하였다. 결국 10년간 제비의 95%가 우리 곁을 떠난 것이다.

11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동복지관에서 열린 경남 제비 총조사 활성화를 위한 포럼.

세계철새의날(World Migratory Bird Day, 5월 11~12일)을 맞이하여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에서 개최한 '경남의 제비 총조사 활성화포럼'에서 42년간 고향의 제비 총조사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의 이시카와현 건민운동추진본부의 시모자와 마사미 씨가 '일본 이시카와현 고향의 제비 총조사 사업'을 소개하였다. 이시카와현은 매년 5월 애조주간(愛鳥週間)을 맞이하여 하루를 정해서 지역 초등학생들과 제비 둥지와 개체수를 조사해 오고 있다.

그렇다면 왜 제비를 조사하는가?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은 바로 제비를 통해 어린이들에게 환경교육을 하는 것이다.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 둥지를 만들기 때문에 관찰이 용이하여 누구나 조사에 참여가 가능한 제비를 통해서 자연과 인간의 공존의 중요성을 알리고자 하는 것이다. 이시카와현의 이러한 도전은 교육위원회(우리나라 교육청)의 적극적인 협조가 있었기에 가능하였다.

경남도에서도 제비 총조사 사업이라는 거대한 프로젝트를 지역 학생과 선생님들이 준비하고 있다. 2010년부터 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에서 몇몇 초등학교와 제비조사를 시행해 오고 있는데 이번 포럼을 통해서 경남도 전역으로 조사 지역을 확대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고 일본 이시카와현의 풍부한 경험은 경남의 도전에 상당한 힘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제 초여름 날씨다. 이번 주말에는 집 주변에 제비가 살고 있는지 살펴보자. 어린 시절 '지지배배 지지배배' 요란하게 울어대면서 아침을 깨우던 제비의 향수를 찾아보자. 지금까지 관심이 없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여러분 주변에 열심히 새끼를 키우는 제비가 있을 것이다.

/이찬우(경상남도람사르환경재단 사업지원팀장)

 '환경 이야기'는 경남도 람사르 환경재단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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