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서 제출한 은행 없어 2000억 원 지원 '안갯속'

㈜STX에 대한 자율협약 체결 및 자금 지원이 난항을 겪고 있다.

13일 ㈜STX의 주채권은행인 KDB산업은행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농협, 우리은행, 신한은행, 정책금융공사 등 채권단 중 자율협약 동의서를 보내온 곳이 한 곳도 없다.

당초 산은은 채권은행들에 14일 회사채 2000억 원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감안해 가능하면 지난 10일까지 동의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일부 채권단은 아예 14일에 여신심사위원회를 열고 ㈜STX 지원에 대한 내부 의견을 조율할 예정이다.

산은 관계자는 "14일 너무 늦지 않게만 동의서를 보내줘도 자금 지원은 차질없이 이뤄질 수 있다"며 "만일 채권은행들이 14일 이후 동의를 해오면 회사채 원리금 상환도 그만큼 연체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STX 지원에 관한 채권은행들의 속마음은 복잡해 보인다. 한 채권은행 부행장은 "상반 논리가 있어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고위험을 감안하고 높은 이자를 받던 회사채 투자자들을 은행들이 보호해주는 것은 모럴해저드라는 지적이 있다"고 전했다. 다른 은행 관계자도 "정부는 회사채 시장이 얼어붙을까 봐 결제를 다 해주는 쪽으로 정한 것 같지만 이는 오히려 시장 교란행위"라며 "개인이 판단해서 투자했다면 되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일각에서는 ㈜STX는 STX중공업이나 STX엔진과 달리 원유·석탄 수입 등 주력 분야인 조선사업과 관계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 자체 회생 능력에 의문을 제기한다.

회사채 연체 시 신용평가기관이 등급을 디폴트로 낮춰 ㈜STX는 법적으로 채무상환을 유예받고 자금을 지원받을 수 있는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로 가게 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결국 채권단이 '울며 겨자먹기'로 자율협약에 동의할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채권단이 자율협약에 합의하지 못하고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다면 충당금 문제가 불거지기 때문이다.

자율협약에 들어간 기업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여신액의 7%만 충당금으로 쌓으면 된다. 하지만 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서는 여신액의 20% 이상을 충당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산은은 STX엔진, STX중공업의 자율협약에 대해서는 오는 16일까지 동의 여부를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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